본문 바로가기
심연, 수련, 정적, 승화

수련 1

by 짱2 2025. 1. 21.

이 전의 책 '심연'을 읽으며 나는 과연 나 자신의 '심연'으로 깊이 빠졌는가? 작년? 아니 재작년 즈음부터 막연하게 사람들과의 만남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같은 이야기의 반복, 쓸데없는 이야기, 공감되지 않는 말들... 내가 왜 이 자리에 나와서 시간을 뺏기면서, 나의 에너지를 소진시키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런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유독 작년쯤에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이 시간에 집에서 책을 읽는 것이 더 낫겠다, 아니 낮잠이라도 한숨 깊이 자고 나면 차라리 개운하고, 나에게 더 건강하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차라리 내 안으로 깊이 들어가자.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자.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찾자. 스스로 혼자가 되었고, 스스로 고독해졌다. 혼자가 좋았고, 혼자임을 즐겼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 생기는 고독은 자신을 위한 최고의 사치이며,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선물이다.

 

서울 시내도 혼자 돌아다니고, 카페에도 혼자 들어가 차를 마시고, 공연도 혼자 보러다녔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참 많은 사람들이 혼자 즐기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멋져 보였다. 

내 취향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내 이야기를 공감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는것은 쉽지 않다. 모두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세상이다. 모두 외로움에 몸부림친다. 나 또한 그럴 거다. 서로의 아우성이 시끄럽다. 나는 방법을 바꾸어 나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다. 듣는 이는 과연 온전히 듣는가? 그렇지 않으니 말보다 글을 더 좋아하게 된다.

 

 

 

수련은 미래의 나를 그리며 오늘의 나를 전폭적으로 변화시키는 훈련이다. 이 훈련은 무엇을 더하는 게 아니라 덜어내는 것이다. 불필요한 생각과 말, 행동 등 '오늘 하루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의 목록을 만들어,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쌓인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연습이다. 

나는 내가 되고 싶은 '나'를 향해 매일 조금씩 나아간다. 나만의 고유한 삶은 이 걷어내는 작업을 통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따라서 수련의 완성은 목표점에 도달하는 게 아니라 매일 새로운 지점을 정해 묵묵히 인내하며 걸어나가는 것이다. 

 

'더하기'보다 힘든것이 '빼기'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힘든 '빼기'를 해야 한다. 아마 이 책 '수련'을 읽는 동안 나의 '수련의 모습'은 '빼기'가 될 것 같다. 

 

내가 되고 싶은 '나'를 그려본다. 덜어내고, 빼고, 조금 채워넣은 나의 모습을. 

 

나의 퓨쳐셀프는 아직 70, 80세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았다. 현재의 나는 만 60세가 되는 환갑에 맞춰져 있다. 아마 70의 모습은 환갑에 그릴 것이고, 80의 모습은 70에 그릴 것이다. 노인이 된 나를 상상할 수 없음이다. 차차 노인이 되어가겠지만, 노인이 된 나를 당연히 받아들이겠지만, 싫어서가 아니라 몰라서 상상할 수 없는 것일 뿐. 우선은 60세의 나를 위해 오늘을 산다. 평온한 모습으로 꾸준히 공부하는, 할머니보다는 아줌마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나를 그린다. 영어를 잘하고, 문화, 예술을 즐기고, 어느 정도 조예도 있는 나를 그린다. 환갑의 그런 나를 만나기 위해 나는 오늘도 묵묵히 인내하며 걸어간다.

'심연, 수련, 정적, 승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련 4 - 기도(祈禱)  (0) 2025.02.04
수련 3 - 좌정(坐定)/방석(方席)  (1) 2025.01.30
심연 12  (0) 2025.01.19
심연 11  (1) 2024.12.14
심연 10  (5) 2024.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