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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수련, 정적, 승화

심연 10

by 짱2 2024. 10. 7.

괴물

나를 조정하는 내 안의 또 다른 나

 

 

 

묵상을 할 때도 달기를 할 때도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순간순간 나를 주저앉히는 '괴물'이다. 이 괴물은 내게 패배의 쓰라림을 안겨준다. 이 괴물은 내 안에서 나를 조정하는 또 다른 '나'다.

괴물을 뜻하는 영어 '몬스터(monster)'는 괴물의 의미를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한다. 몬스터란 '(한쪽과 다른 한쪽을 구분하는 경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존재'를 뜻한다. 마음속 몬스터는 익숙하고 게으른 과거로 돌아가라고 끊임없이 나를 유혹한다. 사람들은 이 경계에서 쉽게 포기를 한다.

 

매일 묵상과 달리기를 생활화하는 저자에게도 자신을 주저앉히는 '괴물'이 순간순간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한 지경이니 운동을 싫어하는 나에게 '운동괴물'은 늘 상주한다. '비 오잖아', '춥잖아', '힘들잖아'... 나에게 가장 거대한 괴물이다. 이 괴물 외에도 다른 괴물이 수시로 등장해 나를 주저앉히려고 한다. 다행이다. 예전보다는 나의 근력이 좋아졌다. 운동괴물 외에는 제법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루틴으로 가까스로 붙잡고 매일을 버텨낸다. 더 좋은 건강한 습관으로 나를 만들어 간다. 

 

 

 

 

'세 갈래 길'은, 플라톤의 표현을 빌리면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 일어나는 무시무시하고 이해하기 힘든 '코라'다. 이 단어는 고대 그리스어로 '들판'이라는 의미인데, 혼돈에서 질서의 세계로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의 장소다..... 라이오스는 오이디푸스의 친부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라이오스는 인간이 극복해야 할 관습과 관행, 습관과 편견 등을 상징한다. 신화에 등장하는 부모는 어린아이를 자립하지 못하게 만드는 훼방꾼이다. 스스로 온전해지기 위해 아버지로 상징되는 과거를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 여기서 과거란 자신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게 아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에게 부여된 정신적, 사회적, 역사적 얼개다. 스스로의 힘으로 서기 위해서는 이 얼개들이 자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점검하고 취사선택해야 한다....한 단계에서 다른 단계로 넘어가는 길을 막고 있는 스핑크스는 다름 아닌 오이디푸스 자신이다. 스핑크스는 오이디푸스가 버려야 할 과거이자 바로 자기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괴물이다. 다른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 즉 자기 자신이라는 괴물을 죽여야만 했다.

 

이런 글은 나를 충분히 자극한다. 밑줄 쫙쫙~ 별 다섯개를 그리는 수준이다. 여기에서 저기로 넘어가는 단계, 아마도 나는 그 단계를 넘어서지 못한 안타까움, 속상함을 가득 안은 슬픈 아이, 그러나 넘어가고 싶은 간절한 욕망을 가슴 한가득 품은 설레는 아이, 넘어선 자신을 꿈꾸며 희망을 품은 아이인가 보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부모님 탓은 하지 않으련다. 아쉬움이 있는 부모님이셨지만 그만하길 다행이었고, 나도 부족한 엄마일진대... 애쓰시며 살았고, 그땐 그랬을거고, 사랑으로 품어주셨으니 충분히 감사하다. '과거의 나'라는 괴물 이전에 나에겐 정말 부모라는 강을 넘어야 했었다. 결혼이라는 물리적 결별, 나의 특별한 자기애를 통해 적극적으로 그 강을 건넜고, 수시로 이쪽으로 넘어오려는 그들을 지금도 어렵게, 그리고 일부러 떨어뜨린다. 그래야 내가 살 수 있기에. 저쪽에서 이쪽으로 넘어온 나에게 또 다른 큰 괴물이 있었으니 저자가 말하는 '바로 나' 자신이다. 순간순간 괴물이 나타나 발목을 잡는다. 때로는 이기고 때로는 지면서 괴물의 크기를 줄여간다. 만족한다. 어느 날 무척 작아진 괴물을 발견하는 날이 오기도 할 것이고, 또 다른 괴물이 등장해 깜놀하는 날도 있겠지. 내가 가는 길이 어찌 탄탄대로이기만 하랴! 무적이 되어 괴물을 무찌른 날은 기쁨으로 잠자리에 들고, 힘없이 무너진 날은 다음날 밥 잘 먹고 기운 내서 다시 이겨보리라 희망도 품어보며 가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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