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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멋진 나를 알아가며 살자

by 짱2 2025. 3. 1.

'갓생'이란 말이 MZ사이에서 유행이란다. 그야말로 내 아들 세대인데, 환갑을 바라보는 내가 갓생을 살고 있다. 이런 삶을 살기 시작한 것은 93년도다. 계획표를 세우는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 생긴 습관이다. 누가 뭐라고 한 적도 없는데 그 당시에 처음 본 스케줄표를 보고 너무 좋아서 했었다. 물론 계획표를 세우고 실천은 하지 못하는 반복 속에서 오히려 악영향을 받았다. 나라는 사람은 뭐든 잘 해내지 못하는구나.. 하는 실망감을 느끼고 좌절했었다. 내 인생에서 누군가 멘토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가장 많은 시기이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내 삶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아들을 낳고, 내 삶에 조금 여유가 생기면서 다시 공부하고 싶어 졌고, 그때 마침 우연처럼 '독학'의 기회가 생겨 내 '긴 가방끈'의 시작점이 되었다. 그때부터 지금 말로 '미라클 모닝'을 시작했다. 새벽 5시 또는 4시에 일어나 공부하며,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했다. 국문학과, 영문학과, 아동학과, 사회복지학과의 학사학위를 모두 취득하는 동안 나의 갓생은 양과 질에서 점점 더 성장했고, 그 결과물도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광고에 열심히 살면 뭐가 되긴 되느냐고, 그런데 하니까 되더라... 라는 광고에 뭉클했다. 내가 그랬으니까. '無'에서 '有'를 만들어 낸 사람이 바로 '나'다. 뭐 대단한  '有'를 만들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가난하고 못난 23년의 삶을 넘어, 비슷한 기간인 20년의 치열한 갓생 덕분에 '선생님' 소리를 듣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갓생만 산것이 아니었다. 나에겐 나만 아는 '비리?'가 있었다. 음주가무가 있었고, 나쁜 짓? 도 많이 했다. 치열한 갓생과 음주문화의 결합은 결국 내 몸을 망가뜨렸다. 암환자가 되었고, 나는 다시 태어났다. 

 

암 수술과 항암의 과정을 거쳐오면서 나는 더욱 '갓생'을 사는 사람으로 변해갔다. 미라클 모닝, 독서, 공부, 자기 관리... 남들이 말하는 갓생과 관련한 삶을 또 살고 있다. 이게 무슨 불치병인 듯, 내 평생을 이렇게 살지 싶다. 그러다 보니 영화를 봐도 하루에 두세 편씩 몰아서 보기도 하고, 공연도 낮공연, 저녁공연을 줄줄이 본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표대로 살아내고 매일 정해진 분량의 공부를 해낸다. 이것이 마냥 즐겁기만 한 것도 아니고, 또 마냥 힘들기만 한 것도 아니다. 어느 날은 정말 재미있고, 매일 성장하는 나를 보는 것이 행복하다. 성취감이 무척 크다. 그러나 어느 날은 왜 이렇게까지 살고 있는지 스스로도 모를 때가 있고, 너무 힘들다는 생각에 모두 내려놓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런 삶도 습관이 되어 내려놓아지지 않는다. 

 

어제도 낮 12시부터 7시간동안 영화 세편을 봤다. 먹고 싶은 것들(내가 좋아하는 커피, 빵, 김밥 등)을 구매한 후 극장에서 먹으며 즐겁게 관람을 했는데, 세 번째 영화에서 현타가 왔다. 결정적으로 내 체력의 한계를 느꼈고, 건강한 음식이 아닌 탓에 저혈당이 오면서 기운이 뚝~ 떨어졌다. 연달아 사탕을 세 개나 먹으며 겨우 버텼다. 집에 오자마자 뭔가를 차려 먹을 기운도 없고, 차려 먹을 것도 없어서 바나나와 호두를 급히 먹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나는 왜 영화 보는 것 마저 이토록 치열하게 보는 걸까? 오전에 집에서 공부하고 오후에 영화 한 편 보러 갔다 오면 될 것을... 

 

오늘도 남편과 낮에는 철원 '물윗길'을 걷고, 밤에는 아침고요수목원의 '별빛 정원'을 보러가기로 했었다. 그런데 어제 영화 세편 관람 후 마음이 바뀌었다. 여행도 마찬가지구나. 하루에 한 곳을 정해 즐겁게 다녀오면 될 것을, 여기 갔다가 저기 갔다가 하느라 몸도 힘들고 어쩌면 중간에 어중간하게 시간 때우게 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무리하면서 다닐 이유가 있을까? 무슨 '도장 찍기'도 아니고, 그저 남편과 즐거운 시간 보내려는 것인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또 한가지 이유가 더 있다. 어제 유튜브를 보다가 급 공감을 했던 것이 있다. 바로 '식비'다. 남편과 나, 둘만 사는 우리 집의 식비는 한 달에 100만 원이 넘는다. 집에서 해 먹는 반찬과 밥 값뿐만이 아니라 외식비가 만만치 않다. 암경험자인 나에게 외식이 좋을 리도 없거니와 경도 비만인 남편에게도 그러할진대, 잦은 외식이 말이 되는가! 거기다 그 비용은 또 어쩌고. 내가 살림을 어찌하고 있는 건지, 이게 주부로서 올바른 행동인 건지 또 현타가 왔다. 

 

영화도 가끔씩 하루에 한 편 보고, 공연도 하루에 한 개의 공연만 보고, 여행도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아껴두었다가 다니고, 음식도 집에서 내가 직접 건강한 음식 만들어 먹으면서 살면 안될까? 꼭 치열하게 숙제하듯 해야 하는 걸까? 뭘 위해서? 난 건강한 사람도 아니다. 물론 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내는 거! 하지만 열심히 사는 것과 정말 즐기면서 사는 것은 결이 다르지 않은가! 오전엔 공부하고, 오후엔 맛있는 음식 만들고, 하늘도 보고, 나무도 꽃도 보면서 산책하고, 좋은 음악도 공부하듯 듣지 말고, 그냥 흘려들으며 진정으로 즐기면 안 되는 걸까? 

 

왜 안되겠어! 그렇게 살면 되는 거지! 걱정도 팔자고, 지팔지꼰이라고, 나 스스로 만든 치열함에 갇혀 갓생을 살려고 하니 환갑이 다 되어가는 할머니급 아줌마가 그것도 암경험자가 견디겠느냐고. 두 개 할거 하나만 하고, 한 시간에 할 거 두 시간 걸려도 그러려니 하면서 살자. 제발~~~ 안다. 알아. 30년 넘게 갓생을 살아왔으니 쉽지 않다는 거. 그래도 이제는 치열함이 아니라 여유로움으로 빛나는 삶을 살자! 멋진 나를 알아채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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