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내 성격이 유난스러운가 생각한다.
사람들과 참 잘 지내고 사람들도 좋아하고 웃고 떠들고 어울리기도 잘하면서 뒤돌아서면 그들의 어떤 표정 하나, 어떤 말 하나에 예민한 나를 본다. 그들이 나에게 조금이라도 호의적이지 않다거나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엉뚱한 말을 하면 다음의 만남을 꺼리게 된다. 만약 그들이 나의 말을 반박하거나 나를 무시하면 그 사람은 나의 관계망에서 out이다. '나와 다름'을 '나를 배척'으로 받아들이고, 내가 인정받는 것에 무척 예민하다. 이건 나의 '인정 욕구'가 크다는 것이고 나에게 이런 면이 있음은 오래전부터 인식하고 있긴 하다.

왜 그럴까 생각해 왔는데, 정신과 관련한 상담을 해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으나 , 내가 아는 모든 정보와 정신분석의 결과, 아빠의 영향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진단한다.
아빠는 어려서부터 고생을 많이 하면서 자랐고, 많이 배우지도 못했다. 무지함과 강인함, 자존심이 똑똑함과 결합해 제멋대로 독불장군이 되었고, 힘없는 처자식에게 가장으로 군림하며 우리를 나약한 존재로 만들었다. 신체적 결함까지 있었던 나는 수줍음을 넘어서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로 성장했고, 가난이 더욱 주눅 들게 했다. 다행이라면 나의 타고난 긍정적 마인드와 예쁘장한 외모가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지경까지 가는 것을 막아주었고, 무서운 아빠였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은 스며 나왔기에 나는 그것을 받아마시며 숨 쉴 틈을 찾았을 테다. 이런 과정에서 나의 인정욕구가 커졌고, 채워지지 않는 여러 욕구들을 채워가는 삶을 지금껏 살아왔다. 제법 잘 살아왔고, 많이 채워졌음에도 아직 부족한 그 무엇과 아직도 덜 성숙한 나의 인성이 누군가의 마음에 들지 않는 태도나 말에 민감해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잘 지내온 지인이 있다.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나 또한 그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는데, 며칠 전 그녀의 태도가 몹시 마음에 걸렸다. 나는 지난 몇 주간 나에게 있었던 화두와 그걸 내려놓는 과정을 설명하였는데, 그녀는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에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 내가 못 가진 것을 가진 누군가에게 잠시 부러운 마음이 들었으나 곧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어 바로 내려놓았다는 이야기인데, 그녀는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가졌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왜 그런 마음이 자주 생기느냐고 했다. 나도 나 혼자 있을 때는 아무런 생각이 없으나 돈 많은 친구가 나타나면 그녀의 돈 많음이 잠시 부러웠다가 사라지고, 예쁜 친구의 미모를 보면 또 부러웠다가 사라지는 것인데, 그런 마음조차 들면 안 되는 걸까? 아무 생각 없이 내 갈길만 가야 하는 걸까? 그런데 모순인 것은 그녀에게 그런 친구가 있으면 잠시 부럽지 않겠느냐고 물어보니 또 그렇단다. 헐~ 물론 그녀는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라는 의미로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미 잠시의 흔들림 후에 나로 돌아와 나에게 집중했노라 말했다. 그렇다면 그녀의 그런 말은 불필요한 말이지 않을까?
그래서 또 생각했다. 세 가지 의미에서 앞으로 지인들에게 나의 생각, 사색, 성찰 등을 이야기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이렇게 글로 쓰고 풀어내는 것으로 끝내자 마음을 먹었다.
하나는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조언 듣는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조언은 스치듯 흘려듣게 되는 깊은 성찰의 언어이지, 비난이 담긴 말덩어리가 아니다.
둘째는 나보다 더 많이 공부했거나, 더 많이 책을 읽었거나, 더 많이 성숙했거나, 더 많이 지혜로운 사람이어야 한다는 조건과 나와 교감이 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조건의 교집합이 이루어질 때만 나를 드러내기로 했다. 그 외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내 말이 홍수에 쓸려가는 물살처럼 흘러가버리는 느낌이다. 나는 내 말이 그이 가슴에 닿아 울림을 주고, 그 울림으로 그에게서 나온 말이 또 내게로 와 울림이 되는 대화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나는 아직 그런 이를 만나지 못했다. 나의 부족함이라 생각한다. 내가 모자라 못 만나거나,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셋째는 나의 인정욕구는 누구도 채워줄수 없다는 것. 그건 오롯이 나만의 몫이라는 것.
어제도 또 다른 지인이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사실 나는 그를 만나고 싶지 않다. 술 마시고 취해,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 그를 만나 시간을 버리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차라리 영화를 보거나 아예 낮잠을 자는 것이 덜 아까울 지경이다. 안 보고 살고 싶은데, 그게 참 쉽지 않다. 만나서 웃고 떠들며 보내는 인간관계도 필요한가 보다. 이런 관계도 잘 이어가는데, 이젠 재미도 없고 의미가 없으니 이게 큰일인 거다.
요즘은 이래저래 '관계'에 대한 화두다. 종종 이 화두가 떠오르는 것을 보니 어쩌면 나도 어지간히 사람들과의 관계를 좋아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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