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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사이

자연단식사의 시기는 언제일지...

by 짱2 2025. 5. 28.

86세, 80세이신 나의 부모님과 암경험자인 나! 

갑자기 쓰러지신 후, 병원 응급실로 실려간 후, 중환자실에서 3일 만에 돌아가신 시아버님!

또 갑자기 쓰러지신 후, 병원 응급실로 실려간 후, 요양원에서 2년을 홀로 계시다가 돌아가신 시어머님!

돌아가신 두 분과 살아있는 이 세 사람(나를 포함해)이 '죽음'이라는 공통분모를 품는다.

 

 

 

시아버님처럼 너무 갑작스럽게, 자신이 죽는 줄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나는 것도 허무하고, 시어머님처럼 2년을 식물인간처럼 누운 채 외로이 계시다 돌아가시는 것도 안타깝다. 그렇다고 내가 죽는 것을 아는 것도 무섭고, 모르는 것도 싫다. 어쩌자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도 모르겠다. 죽음은 미지의 세계니까. 경험해 보고 다음에 다시 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니까.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짧아지신 내 부모님의 죽음은 이제 내게 닥친 현실이다. 두 분을 어떻게 보내드려야 하는지, 또 두 분이 어떻게 가시고 싶어 하시는지,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하고 싶다고, 부모님 어떠하길 바란다고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니 알 수 없는 그 죽음이 두렵고 걱정된다.

 

나는? 나는 어떤 죽음을 원하는가? 죽음이 예정되어 있고, 지인들을 모두 만나 안녕을 말하고, 가족과 여행을 다녀오고, 집에서 편안히 맞이하는 죽음? 그렇다고 한들 죽음이 두렵지 않을까?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데, 아직도 너무 막연하고 어렵다.

 

암경험자가 된 이후 죽음과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읽었고, 유튜브로 관련된 영상을 보았다. 언제 맞이하게 될지 모를 죽음에 담담하려 애썼다. 하지만 죽음을 공부해도 막막한 죽음의 형체가 더욱 두려웠다. 받아들이려 할수록 어두워지는 느낌, 아는 척하려다 완전히 미지의 세계를 만난 느낌이었다. 그러다 '집에서 평화롭게' 유튜브 채널을 만났고, '자연단식사', '존엄사'등에 대해 알게 되었다. 예전의 어르신들은 모두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자신이 평생 살았던 곳에 누워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그 채널의 구독자들이 한 번 모임을 가졌고, 나도 호기심과 기대에 넘쳐 모임에 참석했다. 내가 제일 어릴 줄 알았는데, 나는 중간 어디쯤이었고, 나보다 젊은 사람들도 죽음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고 있었다. 또 내가 잘못짚은 것은 나처럼 아픈 사람들이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모두 건강하신 분들이었다. 이럴 수가! 자신의 죽음을 깊이 성찰하고 자신을 더 이해하려고 하시는 분 들 이어서인지 모임의 성격이 참 좋았다. 추후 단톡방까지 만들어 톡방에서 좋은 글, 좋은 영상 나눔도 하고 있는데 많이 활성화되지는 못했지만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집평'님의 동영상은 계속 올라왔고, 나는 내가 필요한 지식을 얻고 있었다. 그러다 얼마 전 올라온 영상의 '임상노쇠척도 9단계'를 보면서 과연 집평님의 자연단식사 시점이 언제일지 궁금했다. 댓글로 여쭈었더니 다음 영상에서 답해주기로 하셨고, 그 영상이 올라왔다. 그 내용은 현재 건강한 상태이니 1단계이고, 그 상태를 유지하다가 때가 되면 단식을 통해 9단계 즉 죽음으로 바로 떨어질 생각을 이라 말씀하셨다. 물론 이 말엔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은 포함되지 않는다. 생로병사가 어찌 마음대로 되겠는가! 하지만 아마도 내 생각엔, '집평'님은 '병'이나 '사고'가 생기면 그때가 자연단식사의 시점이지 않을까 싶다. '집평'님은 1단계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운동하고, 클래식 음악을 듣고, 한시를 외우고 읊으며 현재를 살고 있다. 나는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현재를 잘 사는 것!

 

'집평'님은 현재 1단계이고, 바로 9단계로 떨어지는 이야기 했다. 현재 하루 두 끼만 드시는 상태이고, 때가 되면 한 달 동안 한 끼로 줄인 후, 다음 10일 정도는 하루 몇 차례 생과일 즙만 섭취하다가 다음 1주일은 물만 마시고, 4단계로 접어들면 물마저 완전히 중단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완전한 계획이지 않은가! 4단계인 물마저 중단한 7~10일 정도 후 모든 과정과 삶이 완료될 것으로 예측해 마음의 준비를 하실 거란다. 참 훌륭한 철학을 가지신 듯하여 존경의 마음이 우러나온다. 

 

나는 노쇠척도의 어느 단계일까? 2단계에서 4단계까지 걸쳐 있는 듯한데, 암경험자이니 4단계인 것도 같고, 지금 살고 있는 모양새를 보면 2단계인 듯도 하고...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몇 단계인지가 아니라 나머지 5~8단계를 거치지 않는 죽음의 형태일 것 같다. 그리고 그 시기를 알기 위해 나 자신을 늘 들여다보는 지혜도 필요하고, '집평'님처럼 식사량 조절도 필요해 보인다. 갑자기 단식을 하면 그게 가능하겠는가! 많은 공부와 실천의 삶 또한 필요하다.

 

죽음에 끌려다니는 삶이 아니라 내가 죽음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면 내 삶의 주도권은 온전히 내 것이다. 죽음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죽음에 당당해지고 그 끝을 알기에 현재에 충실할 수 있다. 이만하면 되었다는 그 시점을 위해 더 잘 살아낼 것이 분명하다. 그런 삶을 살아가고 계신 '집평'님이 부럽다. 

 

그리고 또 생각한다. 죽음을 생각하며 가는 그분의 삶에 사치나 낭비가 있을까? 시기나 질투나 있을까? 

 

이번 '집평'님의 영상은 내게 좀 더 구체적인 '자연단식사'를 알게 해 주었다. 아마도 이 부분에 대한 글을 또 쓰게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