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아님 초등학생 때부터일까?
나만의 공간, 즉 나의 방을 정리하는 것을 참 좋아했었다.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공간은 엄마의 관할(?)이니 나의 관심은 오로지 나만의 공간이었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단칸방을 살았을 때에도 난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었고, 아마도 늘 쫑알대며 투덜대며 내 방을 간절히 소망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던 것 같다.
나의 부모님은 나의 이기적 욕망을 어떻게 해서든 이루게 해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물론 이런 기억들은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것 같다는 것일 뿐이지만...
온전한 나만의 방이 생기기 전까지 부모님은 살림살이를 놓아야 할 중요한 공간이었을 다락방을 내게 내주셨다.
나만의 공간이 생긴 것이 얼마나 좋았었는지...
다락방 창문으로 보이던 작은 마당과 파란 하늘, 나에게 그런 공간을 제공해준 부모님 덕분에 나의 감수성은 풍부해졌고, 미래를 향한 작은 꿈도 꾸며 예쁜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친구들이 놀러 오면 자랑스럽게 나만의 공간인 다락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쫑알쫑알 이야기 꽃을 피웠고, 매일 밤 일기를 쓰며 온전한 나를 만나기도 했다.
그런 소중한 공간을 또 얼마나 예쁘게 꾸미려고 했었던지...
매일 쓸고 닦고, 상으로 만든 책상을 이리 놓았다가 저리 놓았다가...
결혼을 하고 나만의 공간, 내 가족의 공간이 생겼다.
30년의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네 번 이사를 했다. 그러니까 주거지는 다섯 곳이 된다.
19평 상계동 아파트, 32평 양주 덕계리 아파트, 34평 도봉동 삼환 아파트, 잠시 전세로 머물던 의정부 범골역 근처 빌라, 그리고 지금의 회룡역 근처 23평 아파트까지.
다섯 곳의 공간을 나는 가만히 두지를 못했다.
매번 살림을 옮기고, 이렇게 꾸미고, 저렇게 꾸미고.
장롱 빼고는 모든 것을 내 힘으로 다 옮기며 집안 꾸미는 재미에 빠지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살림 재미보다는 나를 위한 투자에 몰입했고, 일을 하게 되면서는 시큰둥해졌다.
그러다 암 수술을 하게 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다시 살림살이에 재미가 생겼다.
화초를 가꾸고, 장롱 속, 서랍 속, 싱크대 안까지 구석구석 정리하는 재미에 빠졌다.
동영상을 보며 이불 정리하는 법, 냉장고 정리하는 법까지 배워 실천하고 있다.
집안 정리를 하다 보면 시간은 또 얼마나 잘 가는지...
'학원에 복귀를 해야지' 하다가 이렇게 집에서 살림살이하면서 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엔 밥하는 시간도 아깝고, 힘들고, 설거지도 귀찮았는데, 지금은 모든 게 재미있다.
남편과 신혼 때처럼 알콩달콩 사는 것 같아 즐겁고 행복하다.
경제적으로 조금만 더 여유가 있다면 일을 안 해도 좋을 거 같다.
하지만 남편과 주말마다 여행 다니고, 1,2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이라도 다니려면 일을 해야 한다.
뭐~ 장단점은 다 있는 거니까.
다시 찾아온 제2의 살림 재미.
덕분에 우리 집은 깔끔해지고 있다.
물론 미니멀 라이프에선 멀어지고 있다.
정리 바구니 등등 다이소에서 구입하는 물품이 제법 많아진걸 보니... ㅠㅠ
남편은 쓸데없는 물건이라며 혀를 차지만, 들은 척도 안 하는 나를 더 이상 어쩌지도 못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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