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암 수술을 하기 전 다니던 학원 쌤들은 한 달에 한 번씩 회식을 한다.
처음에는 귀찮고 싫은 마음도 있었다.
'가끔 한번만 하지 왜 매달 할까?'라며 속으로 구시렁거리기도 했다.
그런데 회식이 반복 될수록 원장님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원장님은 사람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일도 중요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끼리 마음을 열고 공감하기를 원했던 것 같다.
이젠 쌤들과의 회식 시간이 기다려진다.
아마도 항암을 하는 시간 동안 그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아쉬움에 더욱 그런 맘이 커진 것도 있으리라.
수술하고 5월에 쌤들과 만났고(원장님과 정쌤은 그전에 따로 한번 만나기는 했다), 그때 항암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9월쯤 보자고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원장님이 8월 회식때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난 혼자 앞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음.. 아마도 2학기엔 출근을 해달라고 하겠구나...'
지난번 만났을 때 내년부터나 출근이 가능할 거 같다고 했는데...
나의 앞선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당장 다음주에 갑자기 일이 생긴 쌤의 땜빵을 부탁했고,
2학기부터 알바로 조금씩 일을 해보는건 어떻겠느냐고...
물론 내가 일하고 싶은 나의 욕망을 살짝 내비치기는 했다.
높아진 식비, 약값, 힐링을 위한 여행경비 등등 앞으로 만만치 않은 돈이 필요할 것이고,
집에서 하염없이 살림 재미에 빠져 지내는것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질것이 분명하다.
또한 출근을 하게 되면 약간은 게을러진 내 자신에게 자극도 될 것이고,
출퇴근길 자연스러운 운동도 가능할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내겐 일이 필요하다.
식사를 어떻게 할지 조금 걱정되기는 하지만, 간식거리로 채소와 과일을 준비해서 먹으면 화장실 문제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학원쌤들과의 만남.
나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고마운 말들,
함께 일하면서도 전혀 불편함을 주지 않았던 멋진 쌤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내 인생의 중후반기에 아름다운 인연을 맺었고, 앞으로도 그 인연을 계속 이어가면서 풍성한 삶을 살고 싶다.
남들은 일을 하다가도 잘리는 시기에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게 되었고, 더 멋진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하루하루 해야 할 일들이 새록새록 생겨나고, 그래서 더욱 바쁘고 신명 나는 삶이 되었다.
암이 그런 내 삶을 지배할 수 없고,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의사가 혈액에 암 수치가 보인다며 6개월보다 빠른 3개월 후에 보자고 했을 때 마음이 찜찜했다.
이러다 잘못되는 건 아닌지... 하는 마음이 내게 잠시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나는 바로 결심했다.
3개월 후, 의사가 깜짝 놀라도록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들 거야.
두고 보라고!!!
오늘 새로운 계획표도 세웠다.
근무를 하는 날과 하지 않는 날의 계획.
계획표대로 멋지게 살아보자!
다시 시작될 나의 일과 더불어 더욱 건강한 일상을 만들어나가자!!
짱이~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