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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차근차근 하나씩

by 짱2 2019. 9. 9.

암 수술 후 항암치료로 몸무게가 14킬로그램이 빠지고, 내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식사 후 반복되는 복통과 두세 번의 설사는 나를 지치게 만들어 무기력증에 빠지고 하고, 어지럼증과 기운 없음 등 많은 증세들로 삶의 질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힘겨운 여덟번의 항암치료는 드디어 끝이 났고, 돌아오지 않을 것 같던 식욕도 차츰차츰 돌아오고, 몸무게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빠지지 않는다던 머리카락은 머리를 밀어야 할 만큼 쑹쑹 빠지는 것은 아니지만, 머리를 감을 때면 항암 전 빠지던 양에 비해 세배 정도는 더 빠졌다. 이러다 머리숱이 반으로 줄어 머리를 밀어야 되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얼마 전부터 조금씩 덜 빠지는 걸 보니 차츰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지독히도 힘들던 항암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과정이다.

다시한번, 아니 여러 번 생각해도 전이나 재발이 된다 해도 항암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다만 완벽한 자연치유의 길을 가는것의 어려움을 알기에 항암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크면 클수록 두려움도 크다.

암이 생기기 전, 나의 식습관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이다.

자연치유에 관한 동영상을 보고, 책을 읽을수록 더욱더 자신이 없어지곤 하니 말이다.

 

자꾸만 입에서 당기는 달고 차가운 음식들, 

매일 준비해야 하는 채소류와 과일,

걷기...

정말 부지런해야하고 강해져야만 하는 생활을 필수조건으로 한다.

죽기 살기로 매달려야 하는데, 

한쪽 다리는 이쪽에 걸치고 , 또 다른 다리는 저쪽에 걸친 체 이도 저도 아닌 생활을 하는 내가 한심스럽다.

 

목숨보다 더 소중한게 없음을 알면서, 재발이나 전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알면서 강해지지 못한 나를 돌아볼 때면 두려움과 공포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나 혼자서 견뎌내기엔 내가 너무 약한 존재라는 생각에...

주변에선 이거 해라, 저건 하지마라하며 말로만 잔소리를 한다.

그런 것들을 실천해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러던 중에 친한 동생이 내게 위로의 말을 해주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욕심 내지 말라고.

자연치유를 하는 사람들도 시행착오를 거치며 그곳까지 갔을 거라고.

나에게 맞는 것을 하나씩 하나씩 해보라고.

한꺼번에 하면 어떤 게 나한테 맞는 건지 모를 수도 있으니.

이미 사놓은 것들 아까워하지 말라고.

다른 사람들도 그만큼의 값을 치렀을 거라고.

 

얼마나 고마운 위로의 말인가!

얼마나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말인가!

혼자서 감당하지 못하고 어쩔 줄 모르는 내게 짐을 덜어준 말!

 

그래~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해 보자~

커피관장과 반신욕은 습관으로 굳어져가고 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운동화 끈 묶고 밖으로 나가서 걷기"

나의 습관으로 만들어야 할 다음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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