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왠지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나는 암환자다. 그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고, 마음을 편안히 해야만 한다.
그런데 나는 또 열심히 살고자 하는 욕망이 크다.
소파에서 뒹굴거리며 TV 보고, 퍼질러 잠이나 자는 그런 생활은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다.
미래를 위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투자하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내 머리와 육체가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하루, 일주일의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성취해가며 살고자 하는 나의 정신과
식후의 통증과 설사로 피로함을 느끼는 육체의 혼란.
물론 육신의 피곤함은 잠시의 휴식으로 안정을 취한 후,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하면 된다.
그런데 열심히 살고자하는 나의 욕심이 과한 것일까?
얼마만큼 하겠다는 하루치의 분량을 거의 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하고자 하는 것들이 재미가 없다.
요즘은 그것들이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그것들을 내려놓는 것이 내 건강에 유익하지 않을까?
암 수술 후 어느 정도 안정이 찾아오면서 나름대로 즐겁게 했던 것들이 조금 나태해지면서 손을 놓게 되었고, 이젠 스트레스가 되어버렸으니...
오늘은 문득 이렇게 자꾸 시간만 보낼 바에는 차라리 모두 내려놓고, 내 건강, 내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운동하고, 책 읽고, 영화 보러 가고, 친구 만나고...
이젠 일주일에 두세 번씩 고용량 비타민 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다녀야 한다.
오고 가는 시간과 주사 맞는 시간까지 모두 네 시간이다.
학원도 가야 하고.
사실 내가 원하는 대로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이 글을 쓰며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역시 글이란 생각을 정리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
혼란스러워 그 혼란스러움을 글로 옮기다 보니, 스스로 정리가 되어버렸다. ㅎㅎ
마음을 편안히 갖자.
예전처럼 무리하게 계획하지 말고,
수능 문제는 하루에 한 개꼴로,
단어장은 예전에 만들어둔 거 가지고 다니면서 짬짬이 보고,
이보영과 생영도 내가 하고 싶을 때만,
대신...
클래식 음악과 시, 그리고 영어회화는 매일...
물론 피곤하면 모든 것 다 내려놓기.
내가 하고 싶은 것 위주로 하기.
계획표 미리 세우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하기.
그래... 내려놓자.
그렇게 열심히 살려고 해서 암에 걸린 걸 수도 있잖아.
또 반복되는 삶을 살려고 하는 건 아니잖아.
마음 편안히 순리대로, 하고 싶은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