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수술이 끝나고, 엄마는 매일 우리 집으로 출근(?)을 했다.
엄마는 아예 우리집에서 먹고, 잘 생각을 했을 터인데, 장모님과 사위가 서로 불편할 거란 생각에 잠은 집에서 주무시라고 했다.
엄마가 속으론 서운하셨는지 모르겠다.
그뿐이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시는 횟수를 줄이시도록 했다.
이틀에 한 번에서 삼일에 한번으로...
아빠는 엄마가 매일 와서 집 청소도 해주고, 밥도 챙겨주고, 함께 이야기도 나누면 좋지 않으냐 하셨지만,
난 내 시간을 빼앗기는 느낌도 들었다.
남편과 둘이 사는 집에 매일 해야 할 만큼의 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암환자라고 해도 조금씩 집안일도 할 수 있는데,
굳이 엄마에게 다 해달라고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이젠 일주일에 한 번씩 반찬만 몇 가지 만들어 오시도록 했다.
나는 나쁜 딸일까?
엄마가 오시면 내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남편과는 '오늘 무엇을 하며 재미있게 보낼까?', '오늘 무엇을 맛있게 만들어먹을까? 아니면 뭐 맛난 거 먹으러 갈까?' 하며 함께 시간 보낼 일을 굳이 만들어내면서, 엄마가 오신다고 하면 점심을 나가서 먹어야 하는데, 귀찮기도 하고, '돈도 들어갈 텐데...'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러면 안 되지' 하며 마음을 고쳐 먹는다.
물론 남편은 함께 사는 가족이고, 엄마는 따로 사니 마음가짐이 조금은 다르겠지만 말이다.
8월부터는 엄마 생신, 추석이 2주 간격으로 있어서 그때마다 엄마가 반찬을 엄청 많이 하셨다.
물론 자식들 나눠 주실 생각으로.
나는 엄마에게 2주 먹어도 된다며 우리 집에 오실 필요 없다고 했다.
물론 그 반찬들을 들고 전철로 우리 집에 오실 수도 없다.
생신이고, 명절이니 우리 가족이 당연히 엄마 집으로 가야 했고, 차로 그 많은 반찬들을 바리바리 싸 들고 왔다.
그렇게 엄마가 우리 집에 오시지 않은지 4주가 되어간다.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반찬 떨어지지 않았느냐고.
나는 엄마가 해주신 고들빼기와 고구마순 김치와 열무김치로 맛있게 먹고 있다며, 다른 반찬은 내가 조금씩 만들어 먹으니 따로 반찬을 해주시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사실이 그렇기도 하다.
이젠 항암을 하지 않으니, 웬만한 반찬은 내가 다 만든다.
엄마는 매일 전화로 내 안부를 물으신다.
2월부터 시작된 전화니까, 8개월째이다.
특별히 할 얘기도 없는데, 하루도 빠짐없이 전화하신다.
자식이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야 하는데, 반대가 되었다.
참 불효자식이다.
엄마는 나를 만나러 기쁜 마음으로 즐거이 시간을 내어 오신다.
그것도 딸이 먹을 것을 생각하며 힘든 줄 모르고 음식을 만드시고, 무거운 줄 모르고 이고 지고 오신다.
그 딸은 당연한 듯 받아먹고, 엄마가 오는 것을 가끔은 귀찮아한다.
엄마에게 들어가는 돈도 가끔은 아깝게 느낀다.
엄마 돌아가시면 얼마나 서럽게 울려고 이렇게 못나게 굴까?
오늘은 아직도 철들지 않은 딸이 엄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