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을 하는 동안 항암약과 의사가 처방해주는 진토제, 지사제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렇게 여덟번의 항암을 마치고,
암환자들이 거의 맞는다는 고용량 비타민 C 주사를 맞으러 병원을 찾았다.
비타민 C 주사와 미슬토를 맞기로 했다.
일주일에 두번, 거의 두 시간이 소요된다.
집에서 병원까지, 또는 병원에서 학원까지 이동시간은 1시간.
오고 가는 시간과 주사 맞는 시간까지 합치면 4시간.
출근도 해야하고, 지인들도 만나야 하고, 병원에도 다녀야 하고, 아침이면 커피 관장, 저녁엔 반신욕까지 정신없이 하루하루가 흘러가다 보니, 일기 쓰는 것을 조금 미루게 되었다.
마치 해야 할 숙제를 하지 못한것처럼 마음이 찜찜했는데 겨우 오늘에서야 정신을 차리고 일기를 쓴다. ㅎㅎ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일기를 쓴다는 것은 내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얘기다.
마음도 어느정도 편안해졌다는 것이고.
한 달 넘도록 여행도, 휴양림 탐방(?)도 하지 않아서일까?
지난주는 우울함이 살짝 밀려왔다 가곤 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것도 아닌데...
계획과 실천의 괴리로 오는 우울감이었을까?
신체가 느끼는 피로감 때문이었을까?
내가 다니는 병원은 우이동에 있다.
병원에서 5분거리에 솔밭공원이 있어서 점심을 먹은 후 15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 들고 솔밭공원을 조금 걷고, 벤치에 앉아서 책도 읽으며 바람도 쏘이고 일광욕도 하는데, 그것으로 불충분한 걸까?
일기의 힘은 나를 돌아보고, 나를 정리하는 것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이렇듯 일기를 쓰며 지난주의 나의 우울함을 돌아보고 있으니,
이제 다시 우울함은 잊고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