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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일.. 다시 시작

by 짱2 2019. 10. 4.

8월 말부터 다시 학원에 다니게 되었었다. 

풀타임이 아닌 알바로.

나의 건강상의 문제도 있었고, 학원에서 필요한 인력이 그만큼인 이유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 학기 쉬었다 나간 탓도 있었고, 체력이 따라주지 않은 탓도 있어서 처음엔 조금 어지러운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바로 적응이 되었고, 아이들 티칭 하는 것은 오히려 즐거운 시간이 되고 있는 중이었다.

오히려 일을 조금 늘리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다 며칠 전,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원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막내 쌤과는 더 이상 일하기 힘들 거 같아 그만두라고 할 것인데, 일을 늘릴 의향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만두는 쌤을 생각하면 마음 한켠이 무겁지만, 내게는 너무나 잘 된 일이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어쩌면 토요일 오전까지 근무를 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버거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나의 체력이 그다지 나쁘지 않고, 운동을 싫어하는 나의 성향상 매일 출근을 하면 저절로 운동이 될 테고, 학원 일에 맞는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테니 그 자체로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암이 발병하기 전, 나는 거의 매일 저녁마다 술을 마시고, 일주일에 이삼일은 저녁에 친구들과 술 약속을 하고 새벽까지 마신적도 있었다.

아침이면 일어나지 못해 힘들어하고, 점심때나 돼서 정신을 차리고 점심을 꾸역꾸역 먹고 출근을 했다. 술로 몸도 피곤하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일을 해냈던 것이다.

그에 비하면 오히려 지금이 더 건강한 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매일 출근을 하게 되면서 나의 하루 일정을 조정하다 보니, 마음먹고 있던 새벽 산책은 도저히 힘들 거 같다. 

일주일에 두 번 고용량 비타민 C 주사를 맞으러 가야 하고, 아침이면 커피 관장도 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을 무리 없이 꾸준히 하려면 새벽 5시 기상을 해야만 한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학원 근무의 특성상 퇴근하고 집에 오면 9시, 저녁 먹고 씻기만 해도 금방 10인데, 바로 잠을 자지 않는 이상 5시 기상은 너무 무리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병원에 가는 날은 병원 앞 솔밭 공원을 걷고, 집에서 출근하는 날은 한 정거장 앞인 망월사역까지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서 전철을 타는 것이다.

 

조금 무리가 되긴 하겠지만, 지금의 나에게 어쩌면 시기적절한 일인지도 모른다.

내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고, 운동을 더 많이 하게 될 것이고, 앞으로 들어갈 병원비도 마련하게 된다.

 

집에 있어보니, 공부를 더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책을 더 많이 읽는 것도 아니다.

출근이 늦으니, 오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고(술 마시던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어차피 해야 할 일들은 더 서둘러 해낼 것이고, 티칭을 더 잘하기 위해 공부를 위한 시간을 더 마련할 것이다.

 

행복한 마음이 든다.

비록 몸은 암환자이나, 일을 할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

내게 주어진 이 기회를 앞으로의 내 삶을 더 멋지게 꾸려가는 기회로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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