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를 참 좋아하는 나는 한 해가 가는 12월쯤이면 새로운 다이어리를 준비해서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 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늘 일일계획표를 짜고 그 계획표대로 살고자 하는 욕망도 매우 컸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계획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저녁만 되면 마시는 술 때문에 모든 계획이 흐트러졌다.
술 마시느라 망가진 저녁시간, 숙취로 침대에서 버둥거리며 버려지는 아침시간...
당연히 계획은 허황된 꿈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나는 또 다시 계획을 세우고, 또 망가진 계획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알코올 중독...
그것이 나에게 암이라는 병을 선물하고,
덕분이라면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술을 끊게 되었다.
수술을 한 이후 지금까지 10개월 동안 술을 전혀 마시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술을 마시지 않으니, 시간이 많아지고, 계획표대로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일을 시작하기 전, 시간이 많은 그 날들도 계획표대로 실천해내지 못했고,
다시 일을 시작한 지금도 출근하고, 퇴근하고, 병원에 가는 굵직한 시간표는 당연히 실천이 될 수밖에 없다 치고, 나머지 다른 것들은 반밖에 실천을 하지 못하고 있다.
김미경 강사와 청울림 강사가 각자 다이어리를 내놓았다.
김미경 강사의 다이어리는 2만 원이 넘는 가격이라 그렇게까지 주고 다이어리를 준비하고 싶지 않아 적절한 가격이라 생각한 청울림의 다이어리를 구입했다.
사실 주변에서 쉽게 얻어지는 다이어리로 새해를 준비해도 무방하나, 다른 사람은, 그것도 성공한 사람들은 어떻게 다이어리를 쓰고 있는지 궁금해서 구입한 것이다.
앞부분에 쓰여진 청울림의 삶의 목표, 계획 등은 정말 멋졌다.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
1년~5년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위한 세부 계획도 세우고, 일일 계획도 세웠다(아직 완성은 아니다).
매일 들고 다니며 나의 하루를 계획하고, 체크하고, 다짐도 했다.
(날짜가 적혀있지 않아 11월부터 지금까지 20일가량 써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이어리가 무겁다는 것이다.
매일 들고 다녀야 하는데, 도시락에 저녁식사와 간식거리를 챙겨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고, 매일 공부하거나 읽을거리까지 가방에 들어있는데 다이어리까지 그 무거움을 더욱 증가시키고 있으니... 어깨가 빠질 듯이 아프다. 이뤈~~~
문득... 이렇게 무겁게 다이어리를 들고 다닐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1994년부터 써온 다이어리들을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으면서...
미니멀라이프라며 우리 가족의 사진도 정리해서 얼마 정도만 남기고 앨범째로 모두 버렸는데...
매해 늘어나는 다이어리를 어찌 감당하려고 하는지, 이렇게 무거운 다이어리를 굳이 구입해야 했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매일 열심히, 후회 없이, 즐겁게, 건강하게 살면 되는 것이지,
보험사에서 주는 또는 문구점에서 파는 얇은 다이어리를 이용해서 스케줄 관리와 중요한 것들만 적어서 가지고 다니면 될 것을...
많은 정보를 아날로그식으로 보존하려면 너무 많은 공간과 에너지가 소모되기에 지금 이 블로그에 일기를 쓰는 것처럼 모든 것을 컴퓨터에 저장하면서 또다시 불필요한 일을 시작했는지...
사실 더 비싼(10만 원 넘는) 다이어리를 하나 장만하려고 인터넷 쇼핑몰을 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ㅠㅠ
이런 생각들이 연이어 들면서 결심을 했다.
아주 작은 다이어리를 지인으로부터 얻어서 가볍게 가지고 다니자.
새로 구입한 다이어리는 집에 두고 구체적 계획을 위한 노트로 활용하자.
다행이다.
비싼 다이어리를 구입하기 전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되어서... ㅎㅎ
멋진 하루, 멋진 미래의 계획이 꼭 좋은 다이어리가 있어야만 되는 건 아니다.
반밖에 실천하지 못하는 계획을 위한 다이어리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내 건강을 위한 선에서, 내 하루의 일정이 과하지 않은 선에서 계획하고,
굵직굵직한 몇 가지를 정하고, 그것을 실천해 나간다면 보험사 다이어리라도 충분하다.
시간 단위로 힘들게 적느라 에너지를 너무 소모하지 말자.
이미 산 다이어리를 돈 주고 구입했다고 아까워도 말자.
더 멋진 나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지침서로 앞으로 쓰일 용도가 있으니...
그리고 청울림의 멋진 계획도, 목표 설정을 위한 지침도 알게 됐으니...
짱이~~
2020년도 멋지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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