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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좋은 말을 하고 사랑을 고백하고

by 짱2 2019. 12. 17.

시집식구에게 서운한 마음이 있었다.

몇 주가 지났지만 서운한 마음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내 마음을 이야기하며 내 감정을 발산시키고 있었다.

엊그제... 아들이 왔고, 나는 또 아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물론 아들도 내 생각에 동의를 했다.

엄마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고.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말을 하는 아들에게 동의를 얻으니 내편이 한 명 더 생긴 듯 기분이 좋았다.

물론 아들은 자신이 잘못한듯 미안한 표정이었지만.

 

밤이 되어 잠을 잤고, 다음날 아침 눈을 뜨는데...

서운했던 그 일들이 내 잠재의식에서 더욱 커져 내 온 마음이 너무나 불편했다.

아~ 말이라는것이 혀를 통해 밖으로 표출되면서 나의 뇌를 지배했구나.

나는 이런 좋은 기능을 좀 더 발전적인, 예를 들면 자기 계발 같은 것에 이용하지 못하고, 이렇게 못난 감정에 이용되도록 내버려 두었을까?

좋지 않은, 오히려 나의 에너지를 갉아먹는, 남을 미워하는 그 마음이 온통 나를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었을까?

여행 후에 오는 육체적인 피로감과 함께 정신적인 피로감이 몰려와 어제 하루 종일 우울함에 빠져있었다.

엄마가 되어서 아들에게 좋은 말들을 해주지는 못할망정 본인이 좋아하는 친척에 대한 흉이나 보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자괴감까지 겹쳐 몹시도 마음이 불편했다.

이제 그만 말해도 되지 않을까?

왜 그렇게 그들을 용서하지 못하는 것일까?

내가 환자이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자위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환자이기에, 스트레스 받지 않아야 하기에, 그것으로부터 더욱 놓여놔야 하지 않을까?
나는 환자이므로 타인이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부터 잘못된 것은 아닐까?

 

불편한 마음으로 하루를 정리하며 또 그렇게 하루가 가고, 오늘 아침 우연히 시어머니가 담그셨던 고추장을 꺼내는데, 시집식구의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2019년 엄마 고추장'

나를 주기 위해 고추장통에 담에 랩으로 씌운 그것.

어찌 됐든 그녀는 나를 주기 위해 그것을 랩으로 씌우고, 고추장통에 글씨까지 썼던 것이다.

그 마음이 읽히자 내 가슴을 치는 그 무엇이 있었다.

그녀에 대한 나의 미움과 서운함이 잠시 저만치 물러나고, 고마움과 미안함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좋았던 것도 많았는데.

난 왜 자꾸 안 좋은 것만 꺼내어 생각할까?

좋았던 걸로 그것들을 덮으면 안 될까?

시간은 걸릴 거 같다.

내 상처가 컸으니까.

그녀 또한 나에게 아무런 몸짓을 하고 있지 않으니까.

여태껏 그녀는 그래 왔었고, 늘 그랬던 것처럼 내가 먼저 손을 내밀지 않으려고 한다.

이렇게 하려는 데는 나의 못된 고집이 아니라, 누군가의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그 말처럼 그녀에게 자리 잡고 있는 못된 그 심성을 이제는 더 이상 배려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충분히 많이 해왔다.

나보다 나이가 많고, 어른이라는 이유로.

다만 이제는 그녀에 대한 미움을 좀 거둬들이려고 한다.

그쪽으로 쏟는 에너지가 너무 아깝다.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말을 내뱉자.

나는 이런 것을 하고 싶고, 이뤄낼 거라고.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로 당신을 사랑한다고.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말을 하고, 사랑을 고백하며 살아도 모자란 시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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