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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차 바꾸기

by 짱2 2020. 5. 4.

차를 바꾸려고 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차를 굳이 바꿔야 할 만큼 현재의 차가 낡았거나, 고장이 난 것도 아닌데, 바꾸려는 이유는 남편의 습관을 바꿔주고 싶기 때문이다. 

차 바꾸는 것과 남편의 습관 바꾸는 것이 무슨 상관일까 싶겠지만,

남편은 참 게으르고, 잘 씻지 않고, 운동도 하지 않고, 책도 읽지 않는다.

회사 다니고, 술 마시고, TV 보고, 핸드폰 게임하는 것이 전부인 삶을 산다.

그러다 보니 몸무게가 90킬로그램을 넘어가고, 내가 보기에 답답한 삶을 산다.

TV 보고, 핸드폰 게임을 하는 것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 것이 취미이고 즐겁듯이, 남편은 그런 생활이 취미일 것이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그렇게 푸는 것일 거다.

하지만 늘어가는 몸무게가 걱정이 되고,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의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를 소파에서 일으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원하는 삶으로 살아가라고 말을 한다면, 그건 그에게 잔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남편이 갖고 싶어 하던 차로 바꿔주면서, 차와 함께 우리 이런 삶을 함께 살아보자고 말을 한다면 그에게 달리 들리지 않을까 싶었다.

뭔가 사탕이 있어야 동기부여가 되고 즐거운 보상이 되지 않을까?

나중에 사탕을 주어도 되겠지만, 미리 사탕을 준들 어떠랴!

약발(여기선 사탕 발인가?)이 떨어질 것도 걱정했지만, 그도 성인인데, 그리고 내가 채찍질도 할 것이니 그건 상관없으리라.

 

어제 남편에게 사진과 같은 제안을 했다.

물론 정말 부드럽게.

 

자신의 몸무게가 자꾸 늘어가니 스스로도 운동을 해야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면서 나의 제안을 모두 받아들였다.

생각하지 못한 부분은 책을 읽는 것이었겠지만, 한 달에 한 번이어서인지 흔쾌히 받아들였다.

역시 사탕(차)은 약발이 있었다. ㅎㅎ

사실, 차를 바꾸는 것이 아니었다고 해도, 자신의 변화를 본인도 원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또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동기부여, 채찍질, 사탕 등등의 것이 필요했고, 늦지 않은 시기에 내가 제안을 한 것 일터다.

 

그런데

.

.

.

차를 바꾸려면 돈이 필요하다.

가지고 있는 현금도 없다.

그렇다면 대출, 카드 할부 등의 방법으로 사야 한다.

이자는 필수다.

결국 내가 버는 돈을 몇 년 동안 노후준비를 하는 것에 쓰는 것이 아니라 온통 차에 써야 한다.

이것이 나를 고민하게 만든 부분이다.

5천만 원이면, 노후를 위해 저금을 해두면 얼마나 요긴하게 쓰일 것인가!

하지만 나는 남편의 건강을 생각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한 투자 이전에, 현재 남편이 즐겁게 살고, 살을 빼고, 건강한 삶으로 가는 길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차를 바꾸기 위해서 며칠, 몇 달을 즐겁게 알아보고, 새 차가 나오면 그 차를 타고 함께 여행하고, 차박하며 즐겁게 놀러 다니면서,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내면, 하기 싫던 운동도 몸에 밸 것이고, 그러다 보면 외형상으로도 달라진 몸이 느껴 저 운동에 대한 욕구가 생길 것이고, 운동이 루틴이 되어 저절로 하게 될 것이다. 

가끔은 꾀도 나겠지만, 그때는 내가 다시 동기부여를 해줄 것이고, 그렇게 올해를 보내면 일상이 될 것이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편의 건강이고, 나와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내가 벌고 있는 돈은, 내가 암환자가 되고, 수술을 하게 되면서 하지 못할 일이라고 생각했었던 일을 다시 하게 되면서 벌게 되는 돈이다.

즉, 없었을지도 모를 돈이다.

다시 일을 하게 되고, 돈을 벌게 되었을 때 나는 생각했었다.

없는 돈이 라고 생각하고, 나를 위해서만 쓰지 말고, 다른 이를 위해서도 쓰자고. 가끔씩 밥도 사자고.

그런 돈이라고 생각한다면, 내 남편의 삶을 바꾸는데 쓰는 것이 뭐 그리 아까울까.

마음 편히 먹고, 과감히 차를 사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막상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

달라지겠다고 약속해준 남편에게 고맙다.

 

예쁜 집, 편안한 집, 안락한 집...

이곳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정말 축복 같다.

더불어 새로 바뀐 차를 타고, 매주 산으로 들로 놀러 다니며 좋은 공기 마시고, 산책하며 이야기 나눌 것을 생각하면 온몸에서 엔도르핀이 솟는듯하다.

차를 바꾸는 것은 어쩌면 남편보다 나를 위한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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