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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독서토론 제안 2

by 짱2 2020. 8. 7.

여러 명이 하는 독서토론까지 바라지 않았다.

자주 만나는 지인 두 명에게 독서토론을 하면 어떤지 제안을 했다.

물론 따로 만나는지라 제안은 따로 했다.

나의 독서토론의 의지는 기왕 만나서 수다 떨면서 시간을 보내는 거, 대화의 방향을 우리가 읽은 책에서 화두를 찾고, 그 안에서 내가 느낀 것, 생각한 것 이야기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데, 그들은 책을 읽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인지, 다른 생각들이 있는 것인지 시큰둥하다.

물론 한달에 한 권을 제안했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오늘 나는 그 중 한 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사실, 나는 요즘 그녀에게 실망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보다 네 살은 적은 그녀는 사리분별이 확실하고, 입바른 소리도 잘하고, 나를 곧잘 따르는 동생이다.

나보다 나이가 어려도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을 정도로 믿고 의지하는 동생이었다.

그녀도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 나의 아들의 취직과 관련된 좋은 소식을 그녀에게 전했을 때, 그녀의 반응에 나는 정말 놀랐다.

아니 실망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진심으로 기뻐해 주고 축하해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은 그녀에 대한 나의 착각이었나 보다.

그녀의 반응은 질투 바로 그것이었다.

그녀의 아들은 군 복무 중이고, 그녀의 딸은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한 스무 살이다.

서른 살의 내 아들과는 비교 대상이 아닌데, 자신의 아이들과 비교를 했기 때문일까?
전화로 들려오는 작아지는 목소리, 잘됐다는 축하의 말은 없었다.

아들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자 점심을 사는 자리에서도 그녀는 크게 기뻐하는 내색이 없었다.

그녀의 진심 어린 축하를 기대한 나의 잘못이 더 큰 걸까?

 

그런 마음이 내 안에 아직 남아있지만, 자신의 아이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 거라 생각하며 미움의 마음을 키우고 있지 않았는데, 나의 독서토론에 대해 그녀는 또다시 일언반구도 없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생각해보겠다는 문자라도 보내줘야 하지 않을까?

평소에도 문자나 카톡에 글을 잘 올리지 않는 그녀의 습관을 생각하며 또 미움의 마음을 키우지 않으려고 하는데, 문득 그녀가 나와 있을 때 다른 이와 오래도록 통화하는 한 장면이 떠오르며, 그녀는 나와의 만남을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녀에 대한 나의 서운함을 말하고 싶어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나의 사람에 대한 무한한 믿음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그것을 내려놓을 때 내가 편안해질 수 있음을 깨달았기에 글을 쓰는 것이다.

너무 가까이 가지도 말고, 너무 멀리 물러나지도 말고, 적당한 선에서 사람들과 교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야 그들도 섭섭하지 않고, 선을 넘어오지도 않을 것이고, 나 또한 그들에게서 실망할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오늘, 나는 내가 아는 모든 지인들을 내려놓으려 한다.

적당한 선에...

그리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사람으로 대하며,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사랑하는 일에 몰입할 것이다.

 

더불어 독서토론은 빡독이 열릴 때까지 기다릴 것이고, 다른 기회가 오면 할 생각이지만, 그들과는 하지 않을 것이다.

좋은 동영상과 책을 통해 많이 공부하고 있고, 나의 독후감은 이 공간에도 쓸 수 있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공부하고 배우고자 한다면,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에서 못할 것이 없다.

 

오늘, 또 다른 깨달음을 얻으며, 다시 한번 내 안으로의 침잠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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