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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AC(after cancer patient)의 나는...

by 짱2 2020. 10. 25.

연남동, 홍대 거리, 산울림 소극장, 뇽즈, 푸하하 크림빵...

어제 나의 고운 지인과 함께 이런것들을 누렸다. 행복한 시간...

유한한 시간속에서 마치 무한할 것처럼 느껴지는 행복...

 

삶이란 그런거겠지... 늘 유한함을 느끼며 산다면, 늘 불안한 마음일 테고, 행복한 마음을 느낄 수도 없을 것이다. 때로는 망각하고, 때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순진무구하게 삶 그 자체를 온전히 즐기는 것이 이 삶을 온전히 사랑하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내가 암환자라는것, 그래서 다른 이 보다 언제 죽을지 몰라하며, 마치 죽음의 문턱에 있는 듯 인식하며 살아간다면, 그건 불행의 시작일 것이고, 어리석은 자세일 것이다. 무한한 삶은 누구나에게나 주어진 과제이고, 그 순서는 누구도 알 수 없기에, 내가 암환자라는 이유만으로 그 순서가 먼저일 거라고 단정할 수 없다. 나 또한 다른 이와 마찬가지로 내 삶이 무한한 듯 느끼며 현재에 충실하게, 또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암환자가 되기 전, 즉 BC(before cancer patient)의 나는, 그 당시 내가 하고 있는 나쁜 습관, 나쁜 식생활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전혀 깨닫지 못 했다. 나쁜 영향을 미칠거라는건 알았지만, 막연했고, 또 나에게 죽음으로 다가오리라고 상상도 못했다. 그런 까닭에 이미 굳어진 습관을 버리지 못했고, 매일 나를 죽이고 있었다. 암환자가 된 이후, 즉 AC(after cancer patient)의 나는 현재의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 먹는 음식 하나하나가 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늘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나를 물들이려고 노력하며 살아간다. 딱 50의 고비에서, 나를 보다 못한 신께서 노여워하시며 내리신 벌(?)을 호되게 받았고, 많이 아팠고, 많이 힘들었다. 신의 노여움이 없었다면, 벌주심이 없었다면, 나는 신께 버림받았을 것이다. 나를 사랑하시는 신은 나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셨고, AC이후의 나는 이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작은 내 몸뚱이가 얼마나 예민하게 나에게 속삭이고 있는지 알았다. 그 속삭임을 이젠 온전히 듣고, 나를 사랑하며, 내 몸에 좋은 것들을 넣어주고,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연남동, 홍대 거리 그리고 고운 지인과의 만남. 어떤 것이고 무한할 수는 없지만, 내 기억의 저편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매김하고, 무한히 꺼내어 곱씹을 행복이 되었다. 암을 극복하고 살아남았기에 누릴 수 있는 행복 이리라. 오늘의 나는 나를 다시 살도록 무서운 벌을 주신 주님을 만나러 9시 미사에 갈 것이고, 성당에서 졸면서 미사를 볼것이고, 이 가을이 가는것이 아까워 남편과 함께 가까운곳으로 단풍구경을 갈것이고, 휴일이라고 술 한잔을 꿈꾸는 남편이 미워 절대 저녁 외식을 하지 않는 스케줄을 짜넣을 것이고, 가계부를 정리하고, 다음 주에 먹을 반찬을 만들 것이다. 아름다운 삶의 모습. 그 삶 속에 내가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 행복이 있고, 웃음이 있고, 사랑이 있다. 꿈이 있고, 희망이 있고, 멋진 미래가 있다. 건강하게 잘 살아가는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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