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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돌이켜보니...

by 짱2 2020. 10. 29.

돌이켜보면...

지난 2년간의 나의 삶이 참 아프고, 서글프다. 어떻게 견디어 냈는지 나 자신도 모를 정도다. 아무렇지 않은 듯 살고 있는데, 문득 떠오른 2년의 삶, 그 고통이 훅~ 하면서 내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흐르는 눈물... 배를 뚫고 기계를 넣어 내 안의 장기들을 잘라내고, 꿰매고, 그것들이 아물기 위한 시간을 견뎌내고, 그 장기들이 '소화'라는 자기들의 본래의 역할을 하기까지 오롯이 느껴야 했던 고통. 무너진 자존감... 힘들었고, 아팠으나 견뎌냈고, 눈물도 많이 참았다. 참 대단한 '나'란 사람. 참 강한 사람. 그 고통의 시간이, 강한 척했던 어쩌면 정말로 강했던 나를 돌아보니 알 수 없는 눈물이 또 고인다. 

 

사람이 차지다고 하면 사전적으로  빈틈이 없이 야무지고 깐깐하다는 표현이다. 그런데 사전에는 없는 의미로 알고 있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엄마가 때리는데 도망가지 않고, 고집스럽게 그걸 다 맞고 있는 아이에게 차지다고 한다. 애가 차져서 고스란히 그걸 다 맞고 있다고 하는 표현. 내 주변 사람들은 차지다는 표현을 그럴 때 쓴다. 

 

지난 2년간의 내 삶이 그런 의미에서의 '차진'삶이었다. 그냥 고집스럽게, 묵묵히 견뎌낸 인고의 세월이었는데, 나의 차진 성격이었기에 견뎌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두려움이 커서 그 두려움을 표현하는 성격이었다면 결코 견뎌낼 수 없었던. 내가 지금 너무 아파서 데굴데굴 구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고집스러움과 자존심으로 속으로 견뎌내는 그 차짐으로 오롯이 견뎌내기. 눈물이 흐르면 약해진 내 마음을 내가 알아채고 암에게 자리를 내주기라도 할까 봐 눈물이 흐르면 바로 눈물을 닦고, 괴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운다는 캔디처럼 씩씩해지던. 그 세월이 오늘 문득 떠오르며 내 눈에 눈물이 잠시 고였다.

 

돌이켜보면...

많이 아팠다. 많이 힘들었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그렇게 술 마시더니 결국엔 그렇게 됐군.. 하며 손가락질할 누군가들에 대해..) 병원에 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했던 내가 수시로 병원을 드나들며 에탄올 냄새에 지치기도 했다. 구역질에 지금도 생각만해도 울럭울럭하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견뎌내는 것밖엔 없었고, 그렇게 견디다 보니, 2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지금의 나는 많이 먹으면 배가 아프지만, 조금 걸어주면 트림이 나오면서 소화가 되고, 아무렇지 않은 듯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약해진 체력으로 힘든 일을 못하고, 눈만 감으면 쉽게 잠으로 빠져들지만, 약하고 고운 내 모습이 싫지만은 않다. 아마도 평생 이렇게 약한 체력으로 살아가겠지. 운동으로 면역력을 키우고, 체력을 키우려 노력하겠지만,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다. 

 

돌이켜보니...

잘못 살아온 50년의 삶을 반성하고, 그 대가로 장기를 잘라내는 아픔을 겪고, 새 사람으로 돌아왔다. 몸의 모든 세포, 장기, 뼈가 다 바뀌는 시간이 2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 2년의 세월 동안 나란 몸뚱이는 다 바뀌었고, 내 생활도 완전히 바뀌었고, 바뀐 지금의 내 모습, 내 삶, 내 가치관... 모두 만족한다. 

 

돌이켜보니...

아픔, 눈물, 좌절, 떨어진 자존감이 아니라...

모두 필연이었고, 감사함이고, 내 삶이고, 사랑이다.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제 눈에 고인 눈물은 슬픔이 아니라 감사와 사랑의 눈물입니다. 약해진 체력으로 많은 것을 해내진 못하지만, 작은 발걸음으로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가겠습니다. 제가 가고자 하는 그곳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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