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나의 체력과 나의 꿈이 싸운다. 공부하고 싶은 욕심, 내 꿈을 향해 나아가고 싶은 마음은 저질체력인 나의 육체가 원하는 잠을 견디지 못하고 잠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잠이 오는 것도 습관이 된 거 같아, 서서 공부하는 책상을 구입해 졸리면 서서 공부도 하고, 그림을 그려보며 잠을 쫓아보려 하지만 잠은 이내 모든 것을 잠식해버린다. '내 몸은 잠을 원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공부가 아닌 나의 몸을 위한 잠이야...' 위로해보지만 공부할 시간은 모두 지나가 버리고, 출근해야 할 시간이 되고 만다.
참 많이 고민했고, 지금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암환자인 나에게 공부는 무리일까? 내려놓지 못해서 오는 갈등을 사서 하고 있는것인가? 친한 후배는 암 환자가 되기 이전의 내가 하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 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허허~~ 그건 정말 아니다. 나는 늘 미래를 꿈꿨다. 다만 예전의 나는 술 때문에 공부할 시간을 놓쳤고, 지금의 나는 허약해진 체력에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게 된 것이다.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똑같이 미래를 꿈꾸고, 희망을 이야기하고, 열심히 사는 삶을 추구한다. 다만 방해 요소가 달라졌을 뿐...
마음을 편히 갖자고 매번 다짐한다. 졸려서 자게 되면, 내 몸이 잠을 원해서 잤구나, 공부보다는 다른 일을 하게 되면, 지금 나에게 그 일이 필요해서 하게 됐구나... 하고... 하지만 오늘은 이만큼 공부해야지 마음 먹었는데, 잠으로 모든 시간을 보내고 나면 참으로 허무해지는 맘을 어쩔 수가 없다. 난 환자니까 어쩔 수가 없다고 마음을 달래 보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으니...
지난주 금요일에 후배를 만나 고민을 털어놓았다. 후배를 만나러 가기 전, 나를 돌아보았다. 반복된 생각, 반복된 행동을 어떻게 달리 해 볼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내려놓는것만이 최선이라는 것밖에. 역시나 후배의 이야기도 그것이었다. 내려놓던지, 가지고 가면서 지금처럼 고민하던지.
시원하게 해결됨 없이 또 며칠이 흘렀고, 어제는 학원에서조차 일을 하면서도 고민이 되었다. 그러다 조금 내려놓아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수능영어공부는 학원으로 가져가서 하자. 물론 제대로 되지 않을 터이지만, 학원에서 다른 것을 하는 것보다 영어공부를 하는 것이 다른 쌤들 보기에도 나을 것이기에 가장 적당할 거 같다. 많은 집중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니. 리딩 준비는 과제의 양도 줄여놓았으니, 하루 한 페이지씩만 가볍게 공부하고, 토요일 오전엔 내 분량만 집중적으로 준비하자. 영어 듣기는 편안한 맘으로 천천히 해보자.
2021년 2월까지, 이렇게 공부하자. 겨울이라 여행도 많이 다니지 못하니, 김미경 유튜브대학 신청해 놓은 것도 들을 시간이 될 것이다. 내년 3월엔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시작하게 되면 지금처럼 느슨할 수 없으니 열심히 하게 되겠지.
오늘 하루도, 지금까지 잘 살아내었다. 공부도 했고, 간식도 잘 챙겨먹었고, 학원에서 먹을 도시락도 정성껏 준비했고, 신문도 읽었고, 커피관장도 했고, 낮잠도 조금 잤다. 이 시간까지 이 정도 해냈으면 잘한 거 아닐까? 욕심부리지 말고, 지금처럼 나를 돌아보고, 나를 사색하고, 더 나은 나의 삶을 향해 나아가자. 난 참 잘하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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