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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공부는 나의 행복

by 짱2 2020. 10. 11.

어제 남편과 저녁을 먹으러 나서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영어공부와 앞으로 하려고 하는 사회복지 공부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남편은 나의 미래에 영어공부보다는 사회복지가 더 비전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남편의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내 나이 60이 되었을 때, 나에게 길을 열어줄 가능성이 사회복지가 더 높다는 그의 의견은 모순이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는 내가 대학 편입, 대학원의 과정 동안 맺어진 인맥으로 길이 열릴 수도 있지만, 영어 쪽은 젊은 사람들을 이겨내고 내 실력을 믿어줄 상황이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논리는 그 반대일 수도 있기에 내가 모순이라는 말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영어 쪽 사람들이다. 내가 실력만 쌓는다면, 전혀 다른 길인 사회복지보다는 더 기회가 많지 않을까? 

 

어차피 미래는 알 수 없다. 그 길을 가다보면 어느새 새로운 길이 열리고, 그 새로운 길에서 또 다른 길을 만나게 마련인 것이다. 영어강사가 된 과정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누가 시켜서 시작한 일도 아니었고, 영어로 취직을 하겠다는 의지도 전혀 없었다. 다만 영어가 좋아서 공부를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길이 열렸다. 모든 일이 그러했다. 내 나이 60이 되었을 때, 이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있을지, 나는 또 얼마나 다른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 미래를 지금 재단해서 이것이 더 낫고, 저것이 더 낫다고 판단할 수 없음이다. 그런 것보다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왜 하고 싶은지, 얼마 큼의 열정으로 그런 욕심을, 희망을 갖는 것인지의 인식이 더 중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나에게 영어공부는 무엇이고, 사회복지 공부는 무엇인지...

그것보다 먼저 나에게 공부란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보자.

정작 학창시절엔 공부가 뭔지도 몰랐고, 하기 싫었으나, 오히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 정말 간절히 공부를 다시 하고 싶어 졌다. 그렇게 시작한 공부는 내 인생에서 모든 것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남들 다 자는 시간에 깨어서 공부하는 그 자체가 행복이었고, 시험을 보는 것은 스트레스가 아닌 짜릿한 감동이었다. 시험을 보고 나면, 이젠 끝났다는 후련함보다는 다음엔 더 잘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생겼었다. 내 삶의 기쁨이고, 희망인 공부는 결혼을 한 그때부터 지금까지 30년을 해왔다. 피천득이 '여자들이 결혼해서 김장을 30번 담그면 할머니가 된다'라고 했는데, 난 김장 30번을 담그며 공부를 병행했다. 작년, 그리고 올해, 암으로 수술하고, 항암 하고, 체력적으로 힘들어 공부를 조금 내려놓기는 했지만, 지금도 계속 공부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나도 어지간히 공부중독인듯하다. 나에게 공부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인생의 재미를, 행복을 포기하라는 아니 삶을 포기하라는 말과도 같을 수 있겠다. 그렇다면 공부는 계속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좀 더 세부항목으로 들어가서, 나에게 영어공부는 무엇이고, 사회복지는 무엇인가? 특히 60을 바라보고 하는 공부이니 초점을 노후로 가져가보자. 내 나이 60이 되어서도 나는 일을 하고 싶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런 기회를 나에게 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고민을 하니, 늘 하고 있는 영어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서 실력을 쌓아, 할머니가 되었어도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보수는 지금처럼 받을 수 없을지라도(이건 사회복지 일도 마찬가지다), 일을 할 수 있고, 용돈이라도 벌 수 있다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 내가 좋아하는 영어공부, 내가 좋아하는 아이들의 합체인 영어강사 일은 나에게 천직인듯하다. 

 

사회복지는 올해 갑자기 뜬금없이 생각하게 되었고, 노령인구문제, 전염병의 확산, 인간소외등으로 심리상담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이 되었다. 공부의 과정도 재미있을 것 같았고, 전망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다시 말하지만 일 할 기회의 가능성은 미래의 일이니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영어공부가 재미있지만, 한편으로는 지겨운, 조금은 지친 느낌이었고, 색다른 공부를 해보고 싶었다. 영어가 아닌 한글로 된, 그리고 공부하는 과정 자체가 내 삶에 도움이 되는 그런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마침 사회복지가 그런 내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공부였다. 물론 단순히 책을 읽는 것과 대학, 대학원의 과정은 다르리라. 하지만 단순히 책을 읽는 것과는 다른 짜릿한 긴장감이 있어 더 좋을 수 있다. 

 

아동학 공부를 하면서 수박겉핥기에 그쳤던 공부가 지금 돌아보면 참 아쉽다.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든다. 단순히 취직이 아닌, 나의 즐거움을 위해, 나의 행복을 위해 공부를 하고 싶다.

 

문제는... 슬프게도 나의 건강, 체력이다. 지금도 피곤해서 힘들어하면서 그 과정을 견뎌낼 수 있을지. 이것도 고민을 해보았다. 체력이 약해졌다는 이유만으로 내려놓을 수 없다. 약해진 체력을 위해 매일 잠만 자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공부를 하기 위해, 내가 정한 목표를 위해, 건강을 더 챙기게 될 것이다. 그게 나니까. 부족한 시간은 좀 더 짜내고, 집중해서 하면 된다. 

 

공부. 누군가에겐 하기 싫고, 진저리쳐지는 것이겠지만, 나에겐 행복 그 자체다. 나는 공부할 때 행복하고, 행복해서, 편안해서 공부할 수 있다. 공부하지 않는 나는 상상할 수 없다. 행복해지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니, 건강을 해쳐가며 하지도 말고,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소홀해지지도 말자. 내가 아는 누군가처럼, 박사학위 과정을 위해 주변을 소홀히 하는 일은 결코 하지 말자. 만약 그렇게 해야만 학위가 주어진다면 난 학위를 포기할 것이다. 그건 그 사람의 마인드의 문제일 수 있다. 또 그 사람의 상대방을 대하는 마음의 크기 문제일 수 있다. 난 나의 행복을 위해 공부를 하고, 앞으로도 그것 때문에 공부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렇기에, 그러해서, 난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영어공부와 사회복지공부를 병행하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2027년 12월까지, 앞으로 7년 3개월. 61세가 될 때까지, 즉 60세가 꽉 찰 그때까지, 나의 50대의 삶은 공부와 건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생각이다. 가족은 필수. 더욱 열심히 살아야 된다는 결론이다. 다만 스트레스받지 말고 행복하게. 만약 힘들고 버겁게 느껴진다면, 언제라도 잠시 내려놓고 쉬어가기. 

 

어제, 오늘... 아니 최근 얼마동안, 약해진 내 체력과 언제나 변함없는 공부에의 열망 사이에서 방황했던 나를 정리해봤다. 지금은 이렇게 결론을 내리지만, 또 약해진 체력으로 무기력해져 흔들릴 수도 있겠다. 그때는 또 이렇게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좋은 결론을 내려야 하리라. 늘 이렇게 의기양양해하고, 흔들리고. 이게 삶인가 보다. 이게 인생인가 보다. 다들 그렇게 살겠지. 이게 행복인 거겠지. 지금 내가 행복한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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