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홍대 거리, 산울림 소극장, 뇽즈, 푸하하 크림빵...
어제 나의 고운 지인과 함께 이런것들을 누렸다. 행복한 시간...
유한한 시간속에서 마치 무한할 것처럼 느껴지는 행복...
삶이란 그런거겠지... 늘 유한함을 느끼며 산다면, 늘 불안한 마음일 테고, 행복한 마음을 느낄 수도 없을 것이다. 때로는 망각하고, 때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순진무구하게 삶 그 자체를 온전히 즐기는 것이 이 삶을 온전히 사랑하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내가 암환자라는것, 그래서 다른 이 보다 언제 죽을지 몰라하며, 마치 죽음의 문턱에 있는 듯 인식하며 살아간다면, 그건 불행의 시작일 것이고, 어리석은 자세일 것이다. 무한한 삶은 누구나에게나 주어진 과제이고, 그 순서는 누구도 알 수 없기에, 내가 암환자라는 이유만으로 그 순서가 먼저일 거라고 단정할 수 없다. 나 또한 다른 이와 마찬가지로 내 삶이 무한한 듯 느끼며 현재에 충실하게, 또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암환자가 되기 전, 즉 BC(before cancer patient)의 나는, 그 당시 내가 하고 있는 나쁜 습관, 나쁜 식생활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전혀 깨닫지 못 했다. 나쁜 영향을 미칠거라는건 알았지만, 막연했고, 또 나에게 죽음으로 다가오리라고 상상도 못했다. 그런 까닭에 이미 굳어진 습관을 버리지 못했고, 매일 나를 죽이고 있었다. 암환자가 된 이후, 즉 AC(after cancer patient)의 나는 현재의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 먹는 음식 하나하나가 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늘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나를 물들이려고 노력하며 살아간다. 딱 50의 고비에서, 나를 보다 못한 신께서 노여워하시며 내리신 벌(?)을 호되게 받았고, 많이 아팠고, 많이 힘들었다. 신의 노여움이 없었다면, 벌주심이 없었다면, 나는 신께 버림받았을 것이다. 나를 사랑하시는 신은 나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셨고, AC이후의 나는 이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작은 내 몸뚱이가 얼마나 예민하게 나에게 속삭이고 있는지 알았다. 그 속삭임을 이젠 온전히 듣고, 나를 사랑하며, 내 몸에 좋은 것들을 넣어주고,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연남동, 홍대 거리 그리고 고운 지인과의 만남. 어떤 것이고 무한할 수는 없지만, 내 기억의 저편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매김하고, 무한히 꺼내어 곱씹을 행복이 되었다. 암을 극복하고 살아남았기에 누릴 수 있는 행복 이리라. 오늘의 나는 나를 다시 살도록 무서운 벌을 주신 주님을 만나러 9시 미사에 갈 것이고, 성당에서 졸면서 미사를 볼것이고, 이 가을이 가는것이 아까워 남편과 함께 가까운곳으로 단풍구경을 갈것이고, 휴일이라고 술 한잔을 꿈꾸는 남편이 미워 절대 저녁 외식을 하지 않는 스케줄을 짜넣을 것이고, 가계부를 정리하고, 다음 주에 먹을 반찬을 만들 것이다. 아름다운 삶의 모습. 그 삶 속에 내가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 행복이 있고, 웃음이 있고, 사랑이 있다. 꿈이 있고, 희망이 있고, 멋진 미래가 있다. 건강하게 잘 살아가는 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