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을 마무리하며, 가족의 한해 돌아보기 시간을 가졌다. 그런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예전에 했었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다만 2019년은 우리 가족에게, 특히 나에게 특별한 한 해였음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마도 내게 그런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했을 것이다. 2019년 1월 30일, 나는 위암과 대장암 수술을 했고, 나의 장기의 반, 3분의 1을 잘라내었다. 대장암은 4기에 가까운 3기라 했고, 난 죽음이란 단어를 마주했고, 담담히 항암까지 겪어냈다.
다른 이들은 내게 참 대단하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누군가 나에게 그때 '가는'줄 알았다고 해서 좀 황당하기까지 했다. 내가 이렇게 표현하는 건 죽음이 가까이 와 있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난 내가 죽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암이 뭔지 모른 채 맞이 했고, 죽음이 가까이 와있다는 것을 거의 잊어버리고, 평소와 다름없는 마음으로 나의 병을 받아들였다. 아프니까 수술하고, 약 먹는 거라고. 그래서였을까? 다 겪어냈다.
그렇게 힘든 한 해를 보내면서 가족과 의미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2019년을 돌아보며 잘한것, 못한 것을 나누고, 2020년을 맞이하며 하고 싶은 것을 소망하고 싶었다. 혼자 일기를 쓰며 끄적이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나누며, 입 밖으로 내뱉는 의식 같은 것을 치르고 싶었다. 다행히 우리 집 두 남자, 남편과 아들은 흔쾌히 응해 주었고, 코로나라는 것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그 시절, 우리는 연말연시를 맞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카페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참 좋은 시간이었고, 매해 이맘때쯤, 꼭 이렇게 하자고 약속했다. 아들이 결혼을 하면 며느리도 함께, 아들 내외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들도 함께 하자고.
참~ 세월이 빠르다. 벌써 1년이 흘러 2020년을 마무리하는 즈음, 바로 어제, 우리 세명은 또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살을 빼고 싶다는 남편, 나의 잔소리가 싫어 하는 말이 아닌 진심으로 살을 빼고 싶은 그의 의지를 느꼈다. 더불어 간헐적 단식과 금주까지 각오를 하는 남편을 내가 오히려 말릴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을 한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내가 만들어진 것 같다'라고. '현명한 아내를 맞이한 것이 자기가 잘한 일이었다'라고. 어제, 아니 올해, 아니 30년, 아니 50년 넘는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하고 뿌듯한 순간이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따로 기록하고 싶다. ㅎㅎ
올해부터는 돈을 더 모으고, 공부를 더 많이 해서 자기 발전을 하고 싶다는 아들, 대기업에 취직을 해서 안주할 줄 알았는데, 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목표를 상향해가는 아들의 모습에서 나를 보는것 같고, 대견한 마음이었다. 엄마, 아빠가 컴퓨터 같은 문명의 이기를 잘 활용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아들의 칭찬에 우리 부부는 한껏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나도 한해를 돌아보며, 또 한해를 맞이하며 나의 이야기를 풀어냈고, 그렇게 우리 세명은 꽤 오랜 시간 서로의 계획을 듣고, 서로의 맘을 알며 참 좋은 시간을 가졌다. 입 밖으로 꺼내지는 우리의 계획이(1년 그리고 10년 후의 계획도 이야기했다) 1년 후, 10년 후 어떻게 영글어 갈지 정말 궁금하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며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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