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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나의 목마름을 해결해 줄 샘물

by 짱2 2021. 2. 4.

어딘가 허전하고 빈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바쁘게 휘몰아치듯, 일상을 살 땐 잊고 있던 어떤 감정이 훅 치고 들어올 때가 있고, 마음 깊은 어떤 곳에서 잔잔히 물결치듯, 아주 작은 속삭임처럼 아련하게 외로움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그 근원이 무엇인지, 원인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늘 외롭고, 누군가 그립고, 서글픈 감정이다. 너무 외로워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도 하고, 가슴이 아파오기도 하는 그 감정을 나는 늘 어쩌지 못하고 있었고,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고, 설명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내 안에 있는것을 전혀 알지 못하고, 나는 엉뚱한 곳에서, 다른 사람에게서 찾으려 그토록 헤매고 다녔다. 사람에게서 찾으려 하니, 나는 더욱 외로웠고, 상대방의 돌려진 등에 대고 덧없는, 소리 없는 아우성만 쳐대고 있었다. 알량한 자존심에 내 마음을 열어보이지 못한 채 그들의 무심함에 화가 나고, 그들의 이해력 없음에 무지하다고 무시하고, 다 소용없다며 나 혼자 그들을 내려놓고 다른 대상을 찾았다. 그리곤 또다시 실망하는 일상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외로움을 나의 날카롭고 감성적인 성격이라고 치부해버렸다. 나의 예술가적 기질이라고 명명해버렸다. 그렇지만 그것도 나의 근본적인 허전함을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누군가에게서 받은 상처를 다른이에게 설명하려 했다. 나의 깊은 외로움을 친구라 불리는 이들에게 알아달라고 절규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이상하게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느낌이었고, 무척 힘이 들었고, 만족스럽지 못했고, 이해받지 못하는 느낌이었고, 굉장한 에너지 소모만 느껴졌다. 내 안의 그 무엇이 엉킨 채로 그냥 있었고, 또 다른 상처로 다가왔다. 가끔은 다른 이에게 나를 보여낼수록 부끄럽고, 나 자신이 너무 못나보여 참을 수 없을 지경까지 되었었다. 전쟁터로부터 돌아온패잔병처럼 너덜너덜해진 심신으로 그 누구도 더 이상 내 안에 들이고 싶지 않았다.

 

최근에 이런 감정이 든 사건이 있었다. 성인이 되어 나와는 맞지 않는 사람 몇 명이 있다. 그중에 암환우가 되면서 나의 미운털이 박힌 이는 나의 시누이이다. 그녀의 동생에 대한 사랑을 이해하고, 나와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음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얕고, 천박한 태도에 여러 번 상처를 받으며, 남편의 누나라는,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더 이상 참을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멀리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주 안 볼 수는 없어서 어떤 일을 계기로 연락을 했을 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그 얕음, 천박함, 그리고 차가움까지 얹혀 나를 어이없게 만들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다시 나를 조용히 내려놓고 있었는데, 예전과 다름없이 동생만 불러내는 것이었다.  이것이 내 감정을 마구 휘저었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숨을 크게 몰아쉬듯, 내 감정을 억누르며 성숙한 마음으로 다스리려고 했으나 쉽게 놓여나지 못하며, 이것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다. 그러면 체증처럼 내려갈 것만 같았다. 하루가 흘렀고, 대모님과 전화 통화를 하며 이야기하려 하는데, 그 감정이 조금은 누그러진 것인지, 그게 무슨 소용이냐 싶은 것인지 알 수 없는 어떤 감정이 휘몰아칠 듯했던 나의 수다 열정을 식혀놓았다. 귀찮은 느낌마저 들었다. 

 

퇴근하고, 반신욕을 하며 책을 읽는데 바로 아래의 구절에서 깊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맑고 신선한 물은 산골짜기 가장 깊은 곳에서 흘러나온다. 샘물은 깊이 파내려갈수록 더 맑고 신선한 물을 공급한다. 샘물은 언제라도 나에게 줄 '최선'을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 샘물을 외면하고 엉뚱한 곳에서 나의 정신적이고 영적인 목마름을 해소하려 한다."

 

아~ 나의 목마름은 바로 이것이었구나! 나의 내면 깊은 곳의 '샘물'을 찾아 그토록 엉뚱한 곳을 찾아 헤매었던 거구나! 그래서 아무리 다른 이에게 목이 터져라 외쳐도 이해받지 못했고, 한없이 외롭기만 했었고, 에너지만 소모되어 너덜거렸던거구나! 

 

그렇다면 더 맑고 신선한 샘물로 나의 목마름을 해소하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 방법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걸 깨달았다는 것이 바로 나의 인사이트이다. 그래서 어제 대모님께 수다열정을 쏟아내지 못하고 거두어들인 것이다. 그것의 덧없음을 이미 깨달았던 것이고, 이미 녹아있는 내 삶의 방식 속에서 풀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독서와 글쓰기, 사색, 명상이었다. 매일의 루틴으로 녹여내고 있는 심연으로의 침잠, 자기 성찰이었다. 난 이미 그렇게 살고 있었다. 

 

이것을 깨닫는 순간, 요즘 흔히 말하는 '고구마'가 '사이다'로 바뀌는 느낌이었다. 그 허전하고, 견딜수없는 외로움, 무언지 모를 답답함이 삶의 환희로 바뀌었다. 암 수술 후의 2년간의 내 삶이 헛되지 않았던 것이다. 단순한 육체적 고통의 삶뿐만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해 새벽 기상하며 매일의 삶을 루틴으로 물들이며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며,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살아온 과정이 바로 해답이었고,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내 삶의 목표는 내 안의 '샘물'이라는 것을 이제라도 알게 되었다. 

 

'유레카'를 외쳤지만, 발견으로 끝날것인가? 물론 아니다. 아직 멀었다. 시간과 노력, 인내와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함을 잘 안다. 글로 성찰하고, 글로 풀어내고, 글로 침묵하며 더 깊은 '샘물'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 맑고 신선한 물로 나를 촉촉하게 물들이고, 그 손길을, 그 눈길을 세상으로 돌릴 수도 있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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