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도 좋았고, 컨디션도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퇴근을 앞두고 살떨림 현상이 시작됐다. 이젠 이런 증상은 눈 감고도 처리할, 견딜 정도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잊고 있을 만큼 한동안 편안했었는지, 갑자기 살 떨리는 증상을 어쩌지 못했다. 무조건 먹을 것을 입으로 쑤셔 넣었다. 아이들 주려고 책상 위에 올려둔 초콜릿, 과자 등을 먹고 나니 조금 진정이 되었다. 문제는 정쌤이 아이를 계속 내 방에 넣는 것이었다. 이 아이를 가르쳐야 하는데, 온몸에서 식은땀이 났다.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날까? 오늘 곰곰이 생각해보며, 피곤함의 결과가 아닐는지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잘 먹고, 잘 놀다가 갑자기 찾아온다는 것은 배고픔과는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좀 전에 먹었어도 그럴 때가 몇 번 있었다. 내 체력이 그때까지의 내 활동의 총량을 넘어가면 생기는 증상인듯하다. 이건 잠정적인 결론이다.
퇴근할 시간이 지나도록 학원에 앉아 있다가 조금 진정이 된 후 집으로 돌아오며 또다시 눈물이 났다. 서럽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지? 왜 빨리 나아지지 않는 거지? 언제까지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거지? 그 와중에 슈퍼에 들러 반찬거리까지 사들고 왔고, 집에 들어와 남편에게 이야기를 하며 또 눈물이 흘렀다. 서러움에.
그러나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감사한 마음을. 이만하길 얼마나 다행인지. 이 정도 증상인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예전보다 자주 느껴지지 않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어떻게 하면 괜찮아지는지, 어느 정도 있으면 사라지는지 알고 있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온통 다행이었다. 그 다행스러움이 감사함인 것이다.
대학원을 포기하며, 공부에 대한 욕심도 내려놓았고, 3학년으로 편입을 했으니 2년이면 끝낼 수 있을 공부를 3년 아니 4년까지 생각했다. 서둘러 갈 필요가 없어졌고, 사회복지학 공부를 한다는 이유로 이 좋은 날, 봄나들이를 포기하고 싶지 않고, 독서를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으로 내려놓으니 참 편안해졌고, 어제와 같은 일을 겪으며, 대학원을 포기한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지 새삼 느꼈다. 이런 신체조건으로 무리하게 공부를 하는 건 어리석다. 미래를 꿈꾸고, 희망을, 목표를 가지는 것도 좋지만, 나에게 맞는 목표 안에서 소소하게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도 좋으리라. 내 몸을 축내면서까지 욕심부릴 이유는 없다.
살떨림의 원인이 내 체력의 고갈에서 오는 것이라면, 공부와 운동보다 우선해야 하는것은 '쉼'이리라. 욕심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래서 내 자신에게 조금 실망스럽더라도 쉬어가자. 그러다 컨디션이 좋으면 운동을 플러스하고, 그다음 공부를 플러스하자. 그리고 사회복지학 공부는, 이번 학기에 3과목 정도만 한다고 생각하자. 쉬엄쉬엄 가기로 하자.
'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래의 내가 성공하는 중 (0) | 2021.04.01 |
---|---|
slow and steady (0) | 2021.03.30 |
죽음과 통증을 선물과 지혜로 (0) | 2021.03.20 |
대학원에 대한 생각 내려놓기 (1) | 2021.03.19 |
친구 (0) | 2021.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