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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책 읽기

심연 - 고독, 혼자만의 시간 갖기

by 짱2 2021. 3. 21.

배철현 교수의 심연, 수련, 정적, 심화라는 책 네 권을 읽으며 생각을 했다. 늘 곁에 두고 읽어야지. 처음부터 다시 읽으며 생각의 단상들을 리뷰해야지. 그것을 책 읽기로 분류할지, 나의 일상으로 분류할지조차 헷갈리면서도 책을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나를 정리하리라 마음 먹었었다. 그리곤 무엇이 바빴는지 그럴 시간을 만들지 못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오늘 시작이다. 

 

다시 집어든 '심연'의 처음 1부는 '고독, 혼자만의 시간 갖기'라는 소주제로 시작한다. 참 마음에 든다. 혼자 있는 시간을 외로움이라는 이름으로 이름 짓고, 슬퍼하며,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과는 다른 이름, 즉 고독이라 이름 짓고, 또 그런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려는 입문자는 다음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 번째는 '분리' 단계다. 과거로 상징되는 모든 것을 의도적으로 버리는 단계다. 자신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세계아 단절하는 것을 혁신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전이'단계다. 오래된 자아를 소멸시키는 기나긴 투쟁의 시간이다. 전이란 과거에 본질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점점 소멸되어 새로운 자신으로 채워지는 과정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통합'의 단계다. 통합은 조용히 다가오는 단계이며, 점차 오래된 자아를 소멸시키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해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야 한다. 

 

자신을 위해 스스로 만든 시간과 공간이야말로 우리의 스승이다. 그리고 이 분리된 시간과공간을 '고독'이라고 한다. 고독은 다른 이들과 어울리지 못해 불안해하는 외로움의 상태가 아니다. 의도적인 분리의 상태이자 자신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다. 자신에게 온전히 헌신하고 묵상하는 고독의 시간을 통해 보통사람들도 위대한 성인이나 위인으로 변할 수 있다. 당신은 지금 어디쯤에 서 있는가. 자신의 삶이 변화되기를 원한다면 현관에 서라.

 

 

나는 외로움을 견딜수 없어 했다. 분명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면서도 갑자기 들이닥치는 외로움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술로 위안을 받았고, 그 결과물은 처참했다. 위암과 대장암을 얻는 결과를 초래했으니... 패잔병처럼 처참해진 몰골의 나와 마주 한 순간, 깨달음이 왔다. 이 세상은 오롯이 나 혼자임을 이제서야 알았다는 것을. 남자도, 술도, 담배도 그런 감정을 잠재울 수 없으며, 오히려 그 감정은 내 자신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을 품어 안고, 느껴야 할 시간이라고 나에게 보내는 신호였음을. 나에게 집중해달라는 신호를 외로움이라는 잘못된 신호로 받아들이고, 고독의 시공간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을. 이제서야 내가 어디쯤에 서 있는지 알게 되었고, 분리의 1단계를 거쳐, 2단계인 기나긴 투쟁의 시간, 전이에 자리 잡고 있는 중이다.

 

작가가 말하는 고독이라는 시공간이 추상적인 것이라면, 물리적이고 실제적인 시공간은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성인이 되어 분가한 아들과 혼자서도 잘 노는 남편 덕분에, 나는 나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수 있고, 공부방이라는 나만의 공간도 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외로움까지 더해지고, 글로 쓰는 것을 좋아하기까지 하니... 함석헌 선생의 은밀한 골방은 충분조건이다. 

 

그렇다면 준비된 골방에서 나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작가는 인생이라는 집을 짓도록 도와주는 설계도 즉, 생각을 권한다. 

 

생각은 인생이라는 자신만의 아름다운 집을 짓도록 도와주는 설계도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인생이 있고, 그것을 더욱 감동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우주는 우리 각자에게 생각이라는 고귀한 선물을 주었다. 

 

이 생각은 자신이 경험한 세계 안에서 아무런 노력도 없이 습관적으로 하는게 아니다. 생각은 매일매일 변화를 거듭하며 나 사진을 더 아름다운 삶으로 인도하는 높은 차원의 시선이다. 그 시선은 어제까지 소중하게 여겼던 가치를 아낌없이 버리고, 그 한계를 선명하게 보는 것이다. 

 

생각을 한다는 것은 삶의 여정 가운데 잠시 멈춰 서서 지금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정교하게 헤아리는 훈련이다.

 

내가 축하해야 할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다. 자신의 생각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심연에서 우러나오는 나만의 유일한 임무를 찾아내는 자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준비된 골방에 앉아, 나는 다름아닌 나를 축하하고, 내 안으로 깊이 들어가 생각을 하는 것이다. 요즘 나는 많은 생각을 한다. 아마 2단계인 '전이'의 과정에 있기 때문이리라. 사건이 발생하고, 생각하게 되고, 성찰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그 깨달음을 통해 내 삶에 적용시키고, 더 나은 나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 즐겁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의 심연에서 우러나오는 자신만의 유일한 임무를 찾아내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하는가 보다. 

 

성찰을 통해 자신의 임무를 찾아냈다면, 이제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몰입하는 것. 그것만이 우리에게 인내를 선물한다. 그 인내는 내가 몰입한 임무를 더 깊이 사랑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통합의 단계가 되어야 알까? 나는 아직 작가가 말하는 그 임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루틴대로 살아가는 이 삶의 과정 그 자체인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그 무엇이 어딘가에 있는 것인지. 다만 현재의 내가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것은 매일의 일상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고, 사색을 통해 깨닫게 되는, 아직은 소소한 것들을 내 삶에 물들여 가는 것이다.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몰입하는 삶, 이것이야말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 이건만, 아직 그 임무를 찾지 못함인지, 열정과 몰입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음이 틀림없다. 아마도 배철현 교수의 네 권의 책을 이곳에 리뷰하는 과정에서 내가 찾아내야 할 과제이고, 목표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