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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우울한 날이다

by 짱2 2021. 6. 3.

퇴근길...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비 때문만은 아니었다. 익숙한 외로움. 그래서 눈물이 났었던. 그때도 그랬다. 같은 감정이었다. 그때는 비가 오지 않았더랬다. 그때는 몰랐다. 그 감정의 원인이 무엇이지. 두 번째 반복된 같은 느낌. 그래서 원인을 알게 되었다. 

 

열심히 아이들 가르치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저녁 먹고 들어간다는 남편의 메시지. 원인은 그것이었다. 퇴근해서 집에 가면 아무도 없다는. 쓸쓸한 퇴근. 예전같으면 누군가에게 만나자고 했을, 또는 편의점에 들러 술을 사 가지고 갔을 그런 날인데, 암환자가 된 이후론 퇴근길에 누군가를 만난 적도 없고, 술을 마시겠다고 편의점을 들러본 적도 없다. 그럴 수도 없다. 술 마시고 늦게 귀가하는 남편에 대한 보복심리 같은 행동을 대체할 그 무엇이 평소와 같은 날들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에 허전한 느낌, 무력한 느낌, 우울한 느낌, 슬픈 느낌.... 그런 blue 느낌의 모든 합체로 다가왔다. 

 

스타벅스에 들러 차 한잔 마시며 책 읽다 들어갈까?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수다를 떨어볼까? 어느것하나 내키지 않았다. 그동안 궁금했던 새로 생긴 만두집의 고기만두 1인분을 포장해서 집으로 왔다. 1인분에 8개. 난 4개 정도밖에 못 먹을 텐데... 남으면 내일 먹지 뭐~ 

 

궁금해졌다. 남편이 없는 집으로 들어서는 것이 쓸쓸해서일까? 술먹는 남편이 미워서일까? 심심함을 대신할 대체물이 없어서일까? 셋 다 맞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셋 다 포함하고 있지만 포인트는 아니다. 난 환자가 된 내가 서러운 것이었다.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던지, 친구를 만나던지 할 체력이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하고 싶은데 내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다는 것이 서러웠던 것이다. 

 

오늘 아침, 연락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지만 안보고 살 수는 없는 사람이기에 할 수 없이 연락을 하고, 마음이 불편했다. 동생이 기뻐할 줄 알고 연락했는데,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말투에 마음이 상했었다. 수업을 하며, 위와 대장 때문에 불편한 사람이 계속 먹으면서 앉아서 일을 한다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며, 이 일을 그만둘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받게 된 남편의 늦는다는 문자, 그리고 비... 오늘은 이런저런 일로 마음이 좋지 않았다. 

 

화, 목, 금요일은 퇴근 후, 한시간 정도 디지털 관련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우울한 마음에 일기를 쓴다. 늘 그렇듯이 요즘은 평소와 다르게 느껴지는 감정을 오롯이 느끼지 않으려 한다. 감정을 그대로 보따리에 싸서 내 옆에 그냥 놓아둔다. 내일의 태양이 다시 뜰 때, 그 감정의 보따리가 그대로 있을지, 어디로 가버렸는지 확인한다. 이렇게 감정 조절할 수 있게 된 나의 성숙함에 다행스럽지만, 퇴근길, 그 감정이 오롯이 느껴질 때는 나도 모르게 무너져 내리려고 한다. 그래도 참 강한 사람이다. 그런 감정을 1분 이상 끌지 않으니. 바로 삼켜버리니. 

 

늦은 밤, 먹은 만두가 속을 좀 불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