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학원에 아이들이 줄고 있다. 작년 초부터 코로나로 인해 타격을 받지 않은 곳이 드물 만큼 힘든 시기를 지나, 우리 학원도 잘 견뎌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둘, 그만두는 아이들에 비해 새로 들어오는 아이들이 많지 않으니, 내가 원장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10년 정도는 지금의 쌤들과 함께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득 내가 생각하고 있던 시기보다 좀 더 빨리 나의 미래를 준비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고 말하면, 분명 내 지인들중 몇몇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남편이 돈 벌고 있는데, 환자인 네가 뭘 걱정을 하느냐고. 네 건강이나 신경 쓰라고. 뭘 늙어서까지 일하려고 하느냐고. 인생 즐기면서 살라고. 그렇게 힘들게 살지 말라고. 지인 몇명이 하게 될 말을 적으면서도 화가 난다. 이게 자신의 인생을 대하는 태도일까? 내가 암환자라서 언제 죽을지 모르니, 아직도 먼 미래를 생각하며 어쩌면 오지도 않을 미래를 생각하며 괜한 오지랖을 떠는 걸까?
매일 배가 아프고, 수시로 느껴지는 배변욕에 삶의 질이 떨어질 때마다, 에너지 부족으로 무력감이 찾아올 때마다 잠시 그런 말이 맞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반대로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때 그들이 오히려 나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 줘야 하는 거 아닐까? 이미 나는 내가 환자임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느낄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이겨내고, 삶을 살기 위해 이렇게 긍정적으로 마인드 컨트롤하며 살아내고 있는데, 왜 굳이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며 아름답게 포장해서 나에게 너는 환자라고 다시 알림 버튼을 눌러줄까? 아픈 애가 참 유별나게 군다고 생각하는 걸까? 정말 나를 걱정하는 건가? 아픈데도 불구하고 잘 살고 있는 것이 샘이 나는 걸까?
그 무엇이라고 해도 이미 내가 그들에게 듣고 싶어하지 않음을 여러 번 말했음에도 반복하는 건, 노인성 치매에 걸린 거라고 생각하자.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의 어리석음 탓이라고 생각하고, 귀를 닫아버리자. 마음 쓰지 말자. 나에게 힘찬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사람들만 만나자. 차라리 좋은 기운을 가져다주는 책을 읽자. 동영상을 보자.
올해 들어 미래를 생각하며 준비하고 있고, 또 현재 하고 있는 것들이 동떨어진 느낌이 들었고, 너무 이것저것 시작한 것은 아닌지, 어떻게 수습해야 하는 건지 헷갈리고 있었는데, 학원에 대한 불안감에 좀 더 빨리 박차를 가하자고 마음먹고, 디지털 관련 공부에 좀 더 매달리면서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마치 내가 미리 알고, 일부러 그렇게 준비한 듯 엮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복지, 디지털 튜터, 동영상, 엄마와의 캘리 그라피 공부...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묶어진다. 어쩌면 내가 계속 생각해오고 있던 것들이 한 점으로 모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닌지...
그러자 문득 운동과 함께 묶은 영어공부는 내 삶에 무얼까? 하고 생각해봤다. 불필요하다면 공부하느라 괜히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이 내려놓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런데 아니었다. 한국어 말고, 다른 나라의 언어를 확실하게 공부하는 것은 내가 평생토록 가져가도 좋을 공부이다. 영어권 나라에 대한 공부도 되고, 여행할 때 필수이고, 계속 암기하니 치매 예방도 된다.
좋은 책, 좋은 동영상이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 이 길로 오도록 원장쌤이 나를 톡톡 두드려줬고, 그 가벼운 두드림을 나는 성큼 받아들였고, 내 것으로 만들었다. 암환자가 된 지 3년 차에 접어들면서 나의 기운을 꺾는 사람들을 여럿 만났다. 걱정이라는 포장지를 뒤집어쓴 그들의 기운 빠지는 말들이 듣기 싫었고, 아예 듣지 않았다. 나는 나의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미래를 향해 걸어갈 거다.
또한 얼마동안, 내가 꿈꾸는 미래를 남편과 아들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루어지지 않은 미래를 설명하기란 어렵고, 그럴 이유도 필요도 없다. 결과만이 모든 것을 말해줄 터이니. 사람들은 남이 성공하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지 않는다.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그들의 시샘 어린 말들은 나에게 결국 부정적인 말들뿐일 텐데, 괜히 기운 빠지게 하고 싶지 않다.
공부할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멋진 미래가 보인다. 나와 내 가족과 우리의 미래만 보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갈 생각이다. 씩씩하게. 내가 계획하고 있는 2022년 12월에 나는 분명 멋진, 돈 잘 버는 ㅇㅇㅇ가 되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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