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저런 책을 읽으며, 블로그에 글을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매일은 아니지만, 늘 나의 일상이나, 생각나는 것들을 일기장에 써왔는데,
블로그를 만들어 글도 쓰고, 사진도 올린다면,
'몇년, 또는 몇십년이 흘러 멋진 나의 기록이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보기 아까울만큼 글을 잘써서 함께 공유하고 싶은 욕심이 있을만큼 글 솜씨가 좋은 것도 아니고,
남에게 보이고, 과시하고 싶을 만큼 잘난(?) 삶을 사는것도 아니다.
일기장이라는 아날로그의 느낌도 좋지만,
그냥 막연하게,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서, 이런 공간을 활용하는것도 꽤나 멋질것 같았다.
사진도 올리고,
블로그의 이런저런 활용도도 공부해가면서(아마도 아들에게 여러번 물어보면서 귀찮게 할거라 예상되지만...),
조금씩 발전해가는 블로그 활용하기 만큼,
나도 발전해갈거 같은 느낌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고 표현하는것이 정확할거 같다.
2002년 11월 6일... 나는 인사동의 한 문구점에서 일기장을 사고, 그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오래전부터 새 일기장이 갖고 싶었다.
하지만 내겐 쓰고 있던 낡은 일기장이 있었고,
새 일기장 또한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서 선물받고 싶었었다.
친구여도 좋을 것 같았고, 근사한 애인이라도 생겨 그사람이라면 더욱...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벌써 십칠년전 일이니.. ㅎㅎ)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낡은 일기장을 4년 가까이 쓰도록 그 누구도 내게 일기장을 사주지 않았다.
결국 내손으로, 내 돈을 들여 사야했다.
예쁜 꽃그림이 있는 열쇠까지 달린 일기장은 너무 소녀스러워 내겐 유치스럽고, 스프링 달린 노트는 왠지 가벼운 느낌이고, 지금의 이 일기장은 너무 딱딱하게 느껴져 무슨 사업쯤이나 하는 사람의 빡빡한 스케쥴이나 짜 놓아야 할것같아 참으로 많이 망설였다.
-중략-
오늘 2002년 11월 쓸쓸한 가을날.
드디어 새 일기장의 서막이 열렸다. 짜~잔~~~
지난 일기장과 함께 한 시간동안 지우고 싶었던 기억이 많다.
그런만큼 이 일기장과 함께 할 시간이 얼마만큼 일진 모르지만, 곱고 예쁜 모습의 나를 적어가는 그런 시간들이기를 바란다.
두툼한 이 일기장이 가득 채워져 마지막 장을 넘길 무렵... 내 나이는 얼마쯤 되어있고,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그 일기장은 2017년 12월 26일에 끝을 맺었다.
무려 15년을 나와 함께 한것이다.
그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많은 일들은 차차 이 곳에 쓰게 되겠지. 아마도...
2018년 1월 1일부터 새 일기장을 준비했고, 그 일기장은 지금도 아직 많은 여백을 채워주길 기다리고 있는데...
난 지금 이곳, 블로그의 빈 공간을 채워나가려 첫 장을 열었다.
지금의 나는 쉰 두살이고,
위암 초기, 대장암 3기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고, 항암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