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다닌다는 건 자기 계발, 자기만족, 자기발전등등의 기쁨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달 들어오는 월급의 비중이 가장 크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내가 그랬다. 내가 좋아하는 영어를 착하고 순수한 아이들에게(내겐 고등학생도 그렇다) 가르치면서 나의 영어실력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었지만 그 무엇보다 월급 때문에 학원강사로서의 일을 내려놓지 못했다. 암환자인 내가 창문도 없는 그 좁은 공간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내내 빵 한 조각 입에 물고 오물오물거리다 삼키며 식사를 대신하고, 저녁 8시, 9시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늦은 시간에 식사를 해야 하는 좋지 않은 식사습관을 가질 수밖에 없었음에도 내려놓을 수 없었음은 월급 때문이었다.
결국, 강제적으로 학원을 그만두게 되고 나서야 어쩌면 차라리 잘됐다 위안을 해보지만 월급에 있어서만큼은 그 무엇도 위로가 되지 않음은 어쩔 수 없다. 당분간 냉파를 하고, 모든 것을 아끼며 6개월간 견뎌보려 하고, 매달 주식에 얼마간 투자하던 것도 6개월간은 접으려고 마음먹었다(이 재미를 누릴 수 없다니... 정말 슬프다).
6월 30일 자로 급작스럽게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마치 칼로 잰 듯이 2021년의 반을 기준으로 직장인에서 백수로 shift 되었다. 직장을 그만둔 다음날인 7월 1일에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새벽에 일어나 새벽 루틴을 실천하고, 정말 하고 싶었던 디지털 관련 공부를 했다. 갑자기 잘리던 날, 집으로 오면서도, 그다음 날 똑같이 살아내면서도 난 희망에 차 있었다. 내 의지로 방향을 틀었고, 그 방향으로 빨리 나아가라고 순풍을 불어 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금요일과 토요일인 어제까지 강원도로 차박 여행을 다녀오면서도 나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설렘으로 남편에게 긍정의 말들을 쏟아내었다. 잘 해낼 수 있을 거 같았다. 7월부터 12월까지 열심히 달려가면 그 끝에 어떤 식으로든 열매가 매달려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제 아들이 집으로 왔고, 나는 나의 계획을 살짝만 이야기했다. 아들은 그 길이 그렇게 쉽지 않음을, 많은 사람들이 실패했음을 이야기했다. 알고 있고, 실패도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있는데, 불안한 마음, 어려울 거란 두려움이 스멀스멀 내 안에서 올라오고 있음을 느끼며 초조해진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한 건가? 긍정이 무조건 성공으로 이끄는 열쇠는 아니지 않은가! 월급의 공백이 6개월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동네 어디라도 알바 자리를 찾아봐야 하는 건가?
내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음을 애써 외면했는데, 그 부분을 아들이 건드린 건가? 나에게 긍정의 기운만 있었는데, 갑자기 드리운 이 불안한 마음은 뭘까?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또다시 열심히 도전하고, 열심히 사는 것이다. 내가 생각한 6개월 동안 사람들과의 만남도 자제하고 정말 미친 듯이 공부해서 도전하는 것이다. 아들의 그 우려를 꾸~욱~~ 눌러버리고, '거봐라, 엄마가 잘될 거라고 했지? 남들 안되는 것만 바라보고 시도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성공은 있을 수 없었겠지?' 라며 잘난 척하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이상하다. 난 잘될 그림만 그려진다. 아마 정말 잘되려고 그런 거 같다.
내가 생각했던, 가려고 했던 그 길이 예상보다 빨리 다가왔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해낼 거고, 지금부터 6개월의 시간은 나의 피, 땀, 눈물을 짜낼 것이다. 악으로, 깡으로가 아니라 정말 재미있게, 즐기면서 내가 원하는 길을 갈 것이다. 나의 디지털 쌤들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달려가면, 내가 흔들리지 않고, 계속 공부하고, 독서하는 삶을 살아가면 달달한 열매는 나의 몫일 것이다.
'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직장 그만두고 열흘... (0) | 2021.07.12 |
---|---|
직장 짤리고, 7월은... (0) | 2021.07.06 |
오르락 내리락 (0) | 2021.07.03 |
갑작스러운 퇴사 그러나 어쩌면 갑작스럽지 않은... (2) | 2021.07.01 |
일이 내게 주는 행복 (0) | 2021.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