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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현명하게 행동하자

by 짱2 2021. 11. 24.

바쁘지 않은, 조금은 무료할 수도 있는 시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근처를 지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커피 한잔 하자는 나의 말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흔쾌히 응했다. 먹던 밥숟가락을 내던지고, 그녀를 만나러 나갔다. 동네의 작은 카페에 마주 앉아 즐겁게 대화를 이어갔다. 그녀의 뜻밖의 방문은 그녀의 깊은 슬픔 때문이었다. 

 

가정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오랜 시간이 흘러 그 사람과의 남녀관계는 마무리 되었고, 하지만 그와 연결된 일은 계속 이어져 왔고, 두 사람은 더 이상 연인은 아니지만, 일 때문에 함께 하고 있었다. 그러다 알게 된 사실. 그에게 여자가 생겼다고 한다. 머리로는 남이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서글퍼지는, 그런 감정을 느끼는 자신이 더 싫은... 알 거 같았다. 내 마음도 저려왔다. 

 

 

대화를 이어가다보니 나는 어느 순간 내 얘기에 집중해 떠들고 있었고, 마음이 아픈 그녀는 더 이상 내 얘기가 듣고 싶지 않았는지 그냥 휑하니 가버렸다. 아뿔싸! 내가 그녀의 슬픔을 위로해주지는 못할망정 내 자랑만 늘어놓고 있었구나. 하지만 변명을 하자면, 그녀가 그렇게 빨리 일어나 가버릴 줄 몰랐다. 최소한 우리의 대화는 1시간 정도 이어질 거라 생각했고, 내 얘기를 끝마치면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려 했고, 공감해주려 했었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기도 버거웠던 걸까? 정말 무심히 가버렸고, 남겨진 나는 황당했고, 마음이 상했고, 또다시 관계를 생각했다.

 

그녀를 내려놓을 생각을 했다. 현명한 방법으로 대화를 옮겨갈수도, 그 자리를 벗어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그렇게 서툰 방법을, 나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방법을 선택했을까? 난 그녀가 그런 정도밖에 안 되는 친구라는 것에 실망했고, 그녀를 내려놓으려 했다. 그러다 문득,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싶었고,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내가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음을 깨달았다는 표현을 하고 싶었고, 그녀의 잘못도 깨닫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다. 그녀가 나를 만나러 와준 기쁨에 내 얘기를 많이 하게 되었고,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거 같다고 문자를 보냈다. 

 

나의 미안한 마음도 전달하고, 그녀의 행동에 대한 잘못도 일깨워주고 싶은 나의 의도가 잘 전달되었을지 잘모르겠다. 전달이 되었다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 다만 이번 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첫째, 내 얘기를 많이 하지 말자고 다짐했었는데, 또 내 얘기를 하는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이다. 나의 이야기는 깊은 사색과 글쓰기로 풀어내자고 그렇게 다짐했었건만, 수다쟁이인 내가 고치기에는 시간이 걸리려나보다. 그래도 입을 꿰매어서라도 나를 내세우려는 마음을 절제하도록 노력하자.

 

둘째, 상대가 아무리 잘못하는것이 있더라도 내 친구처럼 행동하지 말자. 정말 보기 흉하고 남에게 큰 상처를 줄 수도 있음이다. 남을 배려하는 예쁜 마음 가득 담아 행동하는 우아한 여인이 되자. 

 

셋째, 누군가의 잘못을 대놓고 나무라거나 서운한 마음에 그 사람을 내려놓기보다, 그 사람을 이해하고, 따뜻한 말로 좋게 돌려 말함으로써 상대방도 자신이 잘못했음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현명함을 발휘한 내 자신에 대한 칭찬을 해주고 싶다. 당장은 나도 기분이 나빴으나, 깊고 깊은 생각을 하며 나와 상대를 계속 생각했고, 그 과정에서 가장 적절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결론을 얻었고, 그에 따른 말과 행동으로 상대도 기분 나쁘지 않게 잘못을 깨닫고, 나도 상대를 아프지 않게 내 마음도 전달하며 서운한 마음도 풀 수 있었다. 이런 성숙한 행동을 한 번 하고 나니, 앞으로도 이렇게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긴다. 힘이 생긴다. 

 

내가 자신이 생기고, 힘이 생긴다는 표현을 하는 이유는, 내가 늘 인간관계로 상처받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젠 아파하기보다는 어떤 행동과 말이 현명할지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그걸 표현하는 기술을 익혀가려 한다. 이번 일로 큰 공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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