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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혼자 있는 시간

by 짱2 2021. 11. 28.

다른 이들은 어떨까? 남편이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면?

 

 

암환자가 되기 전과 후로 나뉜다. 암환자가 되기 전엔 견딜 수 없는 외로움으로 혼자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기 위한 핑계였는지도 모른다. 혼자 있는 것을 견딜 수 없을 거 같아 친구들과 약속을 정하고 또 술을 마셨다. 그렇게 나는 알코올 중독이 되어갔고, 내 몸에 암덩어리를 만들었다.

 

암환자가 된 이후엔 혼자있는 시간을 온전히 나만의 시간으로 승화시키려 노력한다. 공부하고, 책 읽고, 사색하고, 때론 친구를 만나 커피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암환자가 되기 전엔 혼자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해 오히려 격정의 시간으로 만들었고, 지금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려 노력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평온한데, 여전히 외로운 느낌이 밑바닥에 깔려있고, 아련한 슬픔이 밀려온다. 불쑥 눈물이 날듯하고, 무기력한 감정이 온몸을 휘감았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남편에 대한 애정인가? 그리움인가? 그냥 빈자리의 인식에서 오는 허전함에 불과한 걸까? 

 

어떤 감정이 흘러들어오면, 가볍게 느끼고, 흘러 나가도록 내버려두면 될 건데. 그 감정의 모양을 살피고, 색을 확인하고,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변화할지 들여다보고 있으니, 정작 중요한 것에 쓰여야 할 에너지가 엉뚱한 곳에 쓰인다.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니 그냥 흘려버려도 좋으련만. 

 

시험이 다가와 공부하느라 나의 집중력이 자꾸 딴짓을 하고 싶어 온 마음을 휘젓고 다녔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누군가를 만나고, 집안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면 훨씬 평화로운 마음이었을지도. 새벽 4시부터 지금까지 12시간을 책상앞에 앉아 하루 종일 공부와 씨름을 하니 잡생각이 들 수밖에. 

 

그래도 공부 많이 했다. 이것저것 먹기도 했고, 잠깐 눈도 붙였다. 이젠 좀 쉬면서 다른 공부도 하고, 반찬도 만들자. 이젠 휴식이 필요하다. 어~ 그런데 휴식이 아니다. 또 다른 공부이고, 가사노동이지 않은가! 헐~~ 잠시도 쉬지 않는 나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혼자 있는 시간...

외로움은 기본 세팅으로 깔려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오늘도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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