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시험이 끝났고, 기말시험이 끝난 후의 여러 일들로 무척 바쁜 시간을 보냈다. 쇼핑, 모임, 남편의 휴가...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나만의 바쁜 일정으로 지치는 느낌이 들었다. 육체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정신적으로도 무척 피로한 느낌이었다. 왜 이렇게 몰아치듯 바쁘게 살고 있는지 나 자신에게 의문이 들었다. 뭐 하고 있는 거지? 이렇게 바쁘게 살 이유가 있나? 사람들과의 인연을 이렇게 자꾸 만들어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시험이 끝나고 5일이 되어가는 오늘에서야 쉬는 시간이 생겼다. 참 다행이다. 어제는 오후에 수업 하나가 있었는데, 정말 가고 싶지 않을만큼 피곤했다. 오전에 인터넷 강의를 듣는데 너무 졸려서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더더욱 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대로 더 자고 싶었고, 집에서 편안히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 안의 내가 말했다. '한번 안 나가면 다음에 또 나가기 싫어지고, 그러면 아예 발길을 끊게 될지도 몰라. 수업이 유익하던지, 그렇지 않던지 상관하지 말고, 무조건 집 밖으로 나가!' 그렇다. 그 수업은 강사의 수업방식이 할아버지 스탈이라 벌써 많은 이들이 떨어져 나갔다. 현재 수업을 듣고 있는 사람들도 그 강사의 수업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마지못해 나오는 사람들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 마음은 이렇다. 내가 이 수업을 맘에 들지 않는다고 그만둬 버리면 난 1인미디어 수업을 다른 곳에서 들을 리가 없다. 또다시 신사임당의 유튜브 강의를 들으며 별다른 진전 없이 시간을 보내다 유튜버가 되는 일을 포기할지도 모른다. 강사의 강의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남은 일곱 번의 수업 동안 적은 양일지라도 무언가를 배우게 될 것이고,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든 영상 몇 개는 만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 남은 수강생들의 배우려는 열정이 뭉쳐져 강사의 노하우를 얻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열두 번의 수업 중, 지난 다섯 번의 수업과는 달리 좀 더 나은 수업이 될 거라 생각된다.
이런 마음에 나가고 싶지 않은 몸과 마음을 내리 누르고, 세수도 하지 않은 채,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하고 나섰다. 이럴 땐 마스크 쓰는 것이 참 좋구나! 내 생각이 옳았다. 수업은 지난 다섯 번의 수업보다 훨씬 좋아졌고, 무거웠던 몸과 마음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펄펄 날고 있었다.
그렇게 시험이 끝난 후, 4일째 날을 보내고, 오늘에서야 맞은 평화로운 하루. 편안한 마음으로 일기도 쓰고, 올해를 마무리 하는 계획, 내년을 꿈꾸는 계획, 가족과의 여행과 1년을 마무리하는 가족회의 계획, 두 달이 조금 넘는 겨울방학 계획 등의 아우트라인을 잡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나에게 이런 시간이 필요했는데, 기말시험 준비한다고, 시험 끝난 뒤풀이 한다고 너무 바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고, 그건 바로 피로감으로 이어졌다.
이번 일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첫째는, 나는 휴식하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암경험자로서, 몸이 약하니, 당연히 휴식이 필요할 터다. 건강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며 '빡세게' 몸을 굴리면 안 된다. 또한 뇌를 쉬게 하고, 나를 돌아보고,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는 시간을 통해 온전한 나를 느끼고, 진정한 나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몰아치듯 살아가는 삶은 나에게 해가 될 뿐이다. 느릿하게, 내 몸을 느끼고, 내 생각을 정리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즐기듯 살아가고 싶고, 또 그래야만 하리라. 내 건강을 위해서도.
둘째는, 사람들과의 인연에 대한 생각이다. 새로운 수업을 들으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이 인연이 스치듯 지나가게 될 인연인지, 오래도록 남을 인연인지 모르겠으나, 내가 어느 정도의 강도로 그들을 대하느냐에 따라 당장의 인연의 깊이가 생기는데, 스칠 인연의 강도로 대해야 하는지, 함께 하는 시간, 내 마음을 들이는 강도로 대해야 하는지 조금 혼란스럽다. 물론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흘러가게 둘 일이다. 그러나 50이 넘은 나이가 되고 보니, 이것저것 재지 않고 사람과의 인연을 만들던 젊은 때와 달리, 어느 시인의 말처럼, 누군가가 다가오는 건, 그 사람의 운명까지 다가오는 것이라는 걸 알기에,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알기에, 설렘보다는 두려움으로 느껴지는 탓이다. 그렇기에 아무나가 아니라, 좋은 성품의 사람, 좋은 결의 사람, 좋은 기운을 가진 사람만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또, 물론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게 될 일이란 걸 알면서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말 한마디, 나의 제스처 하나가 인연의 깊이를 달리 할 것을 알기에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또한, 많은 인연을 만드는 것에 대해 결코 좋은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음이다. 여러 개의 가는 실을 결코 원하지 않음이다. 단단하고 튼튼한 몇 개의 동아줄과도 같은 인연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쨌던지,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겠지. 그 흐름에 따라 나의 말과 행동을 달리할 것이고, 또 한 번의 공부를 하게 되겠지.
기말 시험을 전후해서, 쉼과 인연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내 건강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나의 체력은 정말 약해져서 예전처럼 욕심을 내어 많은 것을 하려고하면 안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쉬엄쉬엄, 띄엄띄엄 하자. 뭐든지 욕심내지 말자. 80% 정도만 한다는 마음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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