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갑자기 이상해졌다. 화면이 까만 상태로 소리만 나온다. 드디어 망가졌다. AS에 전화를 해서 알아보니 수리 비용이 50만 원이나 나온다고 하니, 남편과 나는 새 TV를 구입하자고 결정을 내렸고, 새 TV가 올 때까지는 며칠을 기다려야만 한다. 컴퓨터로 공부하고, 아이패드로 동영상 보고, 휴대폰으로 이런저런 것을 하는 나는, TV가 있으나 없으나 아무 상관이 없으나, 남편의 경우는 다르다. 집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TV 리모컨을 손에 쥐기 시작해, 잠들때까지 내려놓지 않는 사람이다. 지상파 방송, 유튜브, 인터넷까지 모든 것을 TV로 해결하는 남편에게 TV가 없는 생활은 견디기 힘든 일이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사람이 된 거다. 물론 이 기회에 조금 쉬는 걸 바래보지만, 남편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걸 잘 안다. 유일한 낙인 TV가 없으니, 내가 컴퓨터를 양보할 수밖에. 어차피 나는 저녁시간엔 컴퓨터를 하지 않는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식사하고, 설거지 하고, 집 정리하고, 남편과 함께 산책 다녀온 후, 씻고, 침대에 누워 저녁 메모를 한 후, 독서를 하다가 졸리운 느낌이 들면, 저녁 명상을 하며 잠이 든다. TV와는 무관한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남편에게 컴퓨터를 양보했다. 문제는 주말이다. 주말엔 나도 컴퓨터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꼭 뭐 그렇게 딱히 컴퓨터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웬만한 건 아이패드와 휴대폰으로도 가능하다. 결국 주말에도 남편에게 내 컴퓨터를 양보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렇게 일기를 쓰고 싶을 때, 일기를 쓸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오늘은 남편이 일어나기 전에 얼른 일기를 쓰겠다고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남편도 일찍 일어나는 편이지만, 주말엔 평소처럼 6시나 또는 조금 늦게 7시쯤 되어야 일어나고, 나야 물론 늘 그렇듯이 새벽형, 종달새형 인간이다 보니, 새벽 3시, 4시, 언제고 눈뜨는 시간이 일어나는 시간이다.
어릴 때부터 일기를 써왔기 때문일까? 일기에 중요한 내용을 쓰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내 머릿속 생각을 글로 써 내려갈 뿐인데, 일기를 쓰지 않으면 허전한 느낌과 함께 내 삶의 존재가 흐려지는 듯 생각되기도 한다. 매일 쓰는 건 아니지만, 그저 내 맘이 쓰고 싶을 때, 뭔가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느낌일 때, 그것을 풀어내고 싶을 때, 나는 일기장을 꺼내어 내 속의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초등학교 4학년? 5학년쯤부터? 확실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강제적 일기 쓰기의 시작은 초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 그림일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튼 그렇게 시작된 나의 일기 쓰기는 5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돌아보면, 현재의 나를 만든 여러 가지 것들 중에 분명 '일기 쓰기'가 한몫을 해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에게 있어서 일기 쓰기는, 책을 읽은 후의 독후감, 지금으로 치자면 일종의 책 리뷰였고,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슬플 때, 그것을 쏟아내는 분출구, 탈출구였고, 내 꿈을 펼쳐 보이고, 꾹꾹 눌러쓰며 다짐하는 꿈보따리였었다. 일기를 쓰지 않았다면, 내 머릿속은 정리되지 않았을 테고, 내 삶도 엉망으로 꼬여버렸을 거다. 음주로, 알코올 중독으로 헤매던 그 시간은 일기장에 더욱 매달렸었다. 단언컨대, 그때에 일기를 쓰지 않았다면, 난 이 세상을 저버렸을 거라 생각한다. 결국 일기는 나를 지탱해준 힘이었다.
지금도 이렇게 일기를 쓰고, 마음이 답답하거나, 뭔가 정리하고 싶을 때, 일기장을 펼치듯, 티스토리를 클릭한다. 특별히 쓸 이야기가 없는 날도, 그냥 연필로 끄적이듯이 내 마음을 풀어내다 보면, 그것 자체로도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된다.
요즘은 여기, 티스토리에 일기 쓰는 것 말고도, 다이어리에 매일매일 계획을 세우고, 그 결과를 체크하고, 자기 분석과 메모장이 따로 있고, 저녁에 쓰는 5년 다이어리가 또 있다. 심지어 달력과 일주일 공부 스케줄까지 따로 적어놓는다. 공부 스케쥴러는 지금 하고 있는 사회복지학 공부에 요긴하게 쓰인다. 한동안 뭔가 벌려놓는 것이 의미 없다 여겨져 일기 쓰기만 했었는데, 얼마 전에 읽은 메모 관련 책에서 모든 것을 적고, 메모하라고 하기에, 갑자기 생각이 바뀌어, 필요에 따라 따로 적고 있다.
나의 일기 쓰기는 죽을 때까지 계속될 거다. 꿈이 없는 나는 있을 수 없고, 일기 쓰지 않는 나는 존재하지 않고, 도전하지 않는 나는 이미 죽은 거와 다름없다. 나는 늘 독서하고, 쓰고, 꿈꾸고, 도전한다. 특히 올해, 2022년은 새로운 도전의 한해다.
작년 6월 30일을 끝으로 나는 영어학원에서 잘렸다. 코로나 때문이었다. 그 일이 아니었다면 나는 앞으로 7년 정도를 더 할 생각이었다. 그래야 내 노후도 안정될 거란 계산이 깔려있었다. 하지만 삶이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법. 생각지도 못하게 일을 그만두고 나니, 다른 건 몰라도 경제적인 것은 조금 부담이 되었다. 그리고 암환자가 된 이후에도 일을 하던 사람이었던 탓에, 그리고 일을 하는 것에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던 탓에 나는 계속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또 꿈을 꾸었고, 선견지명이 있었던 탓이었는지, 이미 시작한 사회복지 공부가 있었고, 평소 관심이 있던 디지털 관련 공부를 시작했다.
난 벌써 설렌다. 지금 하고 있는 이 공부가, 이 독서가, 이 글쓰기가 나를 어느 멋진 곳으로 데려다 줄지...
2022년은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갈 생각이고, 올해의 끝자락에 내가 어디에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곳은 분명 재미있고, 신나는 곳일 거라는 거다. 설레는 2022년이다! 언제나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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