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경험자가 된 지 3년을 넘어 4년 차로 접어들었다. 5년이 지나도 재발이나 전이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을 수 없으니 아마도 평생 건강에 대한 걱정을 하며 살게 될 거다. 나의 숙명이려니... 생각하며 살수밖에. 그래서 더 열심히 건강 챙기며, 이 삶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지.
암경험자가 된 후, 위도 잘라내고, 대장도 잘라내고, 남들이 생각하는 삶의 질은 나빠졌으나, 내 인생 전체를 돌이켜보고, 앞으로 남은 내 삶을 관망해보아도, 더 잘된것도 있음은 나의 '자조'만은 아니다. 정말 많은 부분에서 암경험자가 되기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으뜸은 '새벽 기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예전에는 새벽 1~2시에 잠자리에 드는것은 당연했고, 해가 뜰 무렵에서야 술에 잔뜩 취해 잠들곤 했었다. 그러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 남편의 식사를 챙겨주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고, 남편은 혼자서 라면을 끓여먹고 가거나,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꺼내고, 밥통의 밥을 떠서 대충 먹고 출근을 했었다. 해가 중천에 떠올라 모두 열심히 일하고 있을 시간쯤 겨우 몸을 일으켜 죽고 싶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우울증으로 괴로워하며, 남편도 챙기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늦은 하루를 시작하는 도돌이표 생활을 했었다.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알코올 중독, 우울증으로 점점 피폐해져 가면서, 나는 이렇게 살다가 언젠가 병에 걸려 죽게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병에 걸렸지만 죽지는 않았다. 병에 걸려 수술을 하고, 새롭게 태어났고, 새 삶을 살고 있다. 그 새로운 삶 중에 으뜸은 '새벽 기상'이다.
새벽 기상은 이른 취침이 기본 세팅이다. 밤 9시에서 10시면 잠자리에 들고, 새벽 3시고, 4시고 눈이 떠지면 그냥 일어난다. 다시 자려고 억지로 애쓰지 않는다. 이불 정리, 명사, 기도, 등등의 새벽 루틴을 마치고 독서나 영어공부를 하는데, 2022년이 되면서 MKYU에서 514 챌린지를 시작했고, 새벽에 일어나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나로서는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1월 514 챌린지 도전, 2월 514 챌린지 도전, 지금은 3월 514 챌린지 도전 중이다.
1월엔 새벽 미션으로 영어공부를 선택했으나, 궁시렁궁시렁 하시는 김미경쌤의 말씀 덕분(?)에 영어공부할 시간이 별로 많지 않았다. 김미경쌤이 이야기하는 동안 멍하게 이야기만 듣고 있기 싫어서 평소에 그리던 일러스트도 그리고, 이런저런 일들로 시간을 보낸 후, 개인 미션 시간에 영어공부를 했는데, 2월엔 이런 경험을 되살려, 활동을 할 수 있는 미션이 더 낫다고 판단, 캘리 그라피 쓰는 미션을 했는데, 성공적이었다. 14일 동안 매일 붓펜으로 캘리그라피를 하니, 나의 글씨는 나날이 발전했다. 그리고 인터넷 캘리그라피 강의도 모두 끝냈다. 다시 3월, 이번 미션은 붓펜이 아닌 정말 붓으로 쓰는 캘리그라피를 하자고 마음 먹었다. 북부여성발전센터에서 3개월간 캘리그라피를 배웠는데, 2월 한달의 방학동안 손이 굳어버린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오~ 그런데 웬일? 붓펜으로 연습했던것도 도움이 되었던지, 붓글씨도 제법 잘 써졌다. 어제까지 3일차. 이렇게 14일동안 열심히 연습하고, 15일, 화요일에 수업을 들으러 가면 발전한 내 실력에 모두들 놀랄 듯... ㅎㅎ 생각만 해도 뿌듯하다. 와이즈 교육으로 다음 주 개강에 참여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대신 14일간 혼자서 열공하고 모두를 놀라게 하자 ㅎㅎ
술에 쩔어 지내던 3년 전의 나는, 새벽 기상은 꿈도 꾸지 못 할 일이었다. 그리고 숙취로 힘든 몸을 일으키는 아침은 죽음과 한 세트로 시작되었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새 생명을 얻은 느낌으로 새벽의 문을 활기차게 연다. 피곤한 하루를 보낸 다음날도 잠에서 깰 때면 새로운 희망으로 가득한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의 첫 1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나는 요가와 이부자리 정리, 아침 명상, 기도, 자기 확언, 감사일기로 하루의 첫 1시간을 보낸다. 죽음과 함께 시작했던 하루와 꿈과 희망으로 시작하는 하루의 차이는 분명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3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의 나는 매일 새로운 꿈을 꾸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비록 체력은 예전 같지 않으나, 건강은 예전보다 더 신경 쓰며 살게 되었고, 좋은 음식을 섭취하려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으니, 전화위복이란 말은 이럴 때 쓰여야 할 말일 것이다.
앞으로 1년, 3년, 5년, 10년.... 후에 난 또 얼마나 멋진 사람으로 바뀌어있을까? 생각만 해도 설렌다. 당장 올해 2022년 12월이 끝날 즈음, 내 모습이 어떨지도 벌써 궁금해진다. 차를 몰고 경기도의 어느 학교로 향하고, 노트북과 교구를 챙겨 들고 교실로 들어가 수업하는 내 모습. 이미 손익분기점은 넘어서서 내가 생각하는 액수의 월급을 받기 시작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그림. 난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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