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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아무도 탓하지 않고, 욕하지 않고 살겠습니다

by 짱2 2022. 4. 23.

지난 일요일 늦은 밤,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치매와 더불어 몸도 가누지 못하신 채로 2년 10개월을 보내셨으니, 가족들 모두 차라리 빨리 돌아가시기를 바랐다. 콧줄에 의존하신 채, 아무것도 의식하지 못하신 채 살아가시는걸 누구보다 싫어하셨을걸 알기에, 가족들 모두 편안하게 놓아주시길 간절히 바랬다. 그래서였는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목놓아 우는 자식은 없었다. 다만 어머니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마음에, 작은 흐느낌과 더불어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역시 시어머니는 시어머니인가! 슬픔은 크지 않았고, 눈물은 잠시 스쳐 가듯 했다. 

 

 

 

어머니가 쓰러지시기 전, 나는 어머니에게 술기운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렸다. 내 남편 낳아주시고, 착하게 길러주셔서 감사한다고. 그래서였겠지! 내 마음의 말을 어머니께 고백했기에,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어떤 앙금도 남지 않고, 마음이 편안했다. 그저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그동안 잘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마음 깊이 전했다.

 

상중 내내, 내 마음은 큰집 식구들의 행동에 꽂혀있었다. 아주버니, 형님, 큰조카의 행동이나 말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이성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즉, 나의 주관적 편견이나 헐뜯으려는 마음으로 느낀 감정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정말 화가 났고, 작은 시누이랑 뒷담화도 많이 했다.

 

수요일까지 모든 장례절차를 마치고, 나는 남편에게 어머니의 상이 아니었으면 떠났을 진안으로의 여행을, 하루 늦었지만 떠나자고 제안했고, 우리는 갑자기 진안으로 출발했다. 우리의 화제는 당연히 어머니의 죽음과 시댁 식구들이었다. 

 

시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시댁 식구는 제각각 뿔뿔이 흩어졌다. 16년을 서로 남보다 못한 사이로 살아왔다. 그나마 남편과 나는 그럭저럭 모든 가족과 연락은 했었는데, 마지막 1년 반은 친하게 지냈던 작은 시누이네와도 거의 연락을 끊고 살았다. 그러나 시어머님이 돌아가시면서 가족을, 적어도 남편과 나에게 있어서만은 가족과 화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것이 가능해졌던 건 우리 둘이 떠나는 진안으로 여행이었다. 진안으로 가는 내내, 남편과 나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토록 미웠던 큰 형님 내외와 큰 조카에 대한 마음이 누그러들었다. 어쨌던지, 그들 덕분에 우리는 어머니로 인한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았다. 시어머니의 존재를 거의 잊다시피 살았다. 이래도 되는가 싶을 정도였다. 그런 시간 동안 큰집은 병원과 계속 연락을 하며 살았고, 가슴이 무거워지는 나날이 많았을 것이다. 동생들에게 인정도 받지 못하며 지난날들이 얼마나 고달프고 비참했을까? 애써 동생들을 탓하며 위안하려 했겠지만, 불편한 마음이 컸으리라. 남편은 자신의 형에게, 나는 형님에게 전화를 해서, 그동안 애쓰셨고, 덕분에 우리는 정말 편했노라고,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그리고 수화기로 들려오는 그들의 얕은 흐느낌, 고맙다는 답.... 그래! 이걸로 되었다! 모든 것이 봄눈 녹듯이 녹아내렸다. 그리고 남편과 나의 마음은 하늘을 나는 듯 가볍고 상쾌해졌다. 

 

큰 시누이와도 작은 시누이와도 통화를 했다. 큰 시누이에게는 내가 시집을 잘 온 것 같다고 말해주었고, 기분 좋게 대화를 마쳤다. 그러나 작은 시누이는 여전히 내려놓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안다. 내가 그녀였어도 쉽게 내려놓지 못했으리라. 다만, 그 마음을 가슴에 품고 사는 작은 시누이의 마음은, 내려놓지 않는 한, 늘 아플 것이다. 본인만 힘들 것이다. 그것이 안타깝다. 다 내려놓으니, 이토록 편한데... 어쩌랴~ 그녀가 풀어야 할 숙제인 것을...

 

 시아버님이 돌아가신 이후의 16년이 아니라, 어찌 생각해보면, 결혼한 이후 지금까지의 32년 세월 동안, 내 안에 맺혀있던 모든 것을 이제야 풀어낸 건지도 모르겠다. 유난스러웠던 큰아들, 큰며느리에 대한 사랑 덕분에, 나는 늘 마음이 아팠고, 힘들었었다. 32년 동안 뒷담화를 했었고, 그만큼 힘들었다. 32년 만에, 진심으로 형님에게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했고, 이젠 뒷담화는 하지 않겠노라고 마음먹었다.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면, 두 손가락은 남을 향하지만, 나머지 세 손가락은 나를 향한다고 한다. 누군가를 욕하면, 내 귀가 제일 먼저 듣는다고 한다. 이번 일로, 큰집에 대한 흉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 그 누구에 대한 흉도 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나의 못난 부분을 깨달았고, 그것을 고치고 싶었는데,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그리고 얼마 전 개그맨 신동엽이 절대 남을 흉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에 마음이 크게 동요되었고, 나에게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었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내가 가장 미워하는 사람, 내 아버지에 대한 불만도 이제는 접으리라. 엄마와 더불어 함께 못난 말을 풀어내던 것도 이젠 접으리라. 모두 사랑으로 품으리라. 

 

아~ 갑자기 든 생각이다. 부활절을 앞두고, 3주 전부터 열심히 성당에 나갔는데, 하느님께서 나에게 이렇게 은총을 내려주시는 건가? 그렇다면 쌩유, 하느님~~ ㅎㅎ 그 은혜, 감사히 받고, 베풀며 살겠습니다. 내 마음 편안히 살며, 지금의 내 행복이 오롯이 내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에서 오는 것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베푸는 삶을 통해 내 마음의 평화로 더 큰 행복을 얻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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