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월이다. 추위에 떨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개나리와 벚꽃이 피고 지고, 진달래와 철쭉이 피고 지고, 연둣빛 어린잎이 점점 초록으로 짙어지고 있다. 남편과 함께, 예쁘게 변해가는 자연을 실컷 즐기는 요즘, 행복하다. 시어머니의 장례식을 끝낸 후, 남편과 나는 더욱더 편안한 마음이 되었다. 큰 형님 내외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두 시누이를 마음으로 품었다. 그동안의 섭섭함, 아쉬움을 털어내고, 그들에게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으리라 생각하며 모두 덮어두기로 했다. 서운한 마음은 고이 접어 하늘로 날려 보내고, 좋은 마음, 고마운 마음만 담아, 고운 말로 그들에게 직접 전했다. 고운 말을 하니 고운 말이 내게로 왔다. 그 고운 말에 내 마음이 더 말랑말랑 해졌다. 남편도 형과의 대화로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 듯했다. 정말 잘 되었다. 남편과 내 마음에 온전한 평화가 한가득. 알렐루야~~ ㅎㅎ
시어머니 장례식에 와주시고, 도움을 주신 분들께 식사대접을 하고, 마음을 전하니, 내 마음이 풍성해진다. 고운이들에게 밥을 살 수 있다는것이 이토록 행복한데... 당분간은? 앞으로는? 이렇게 밥 사는 일은 많지 않겠다. 내 마음이 일을 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많든 적든, 일을 하고, 그 돈으로 내가 필요한 것들을 좀 더 넉넉한 마음으로 구입하고, 사람들에게 베풀며 사는 것을 추구했는데, 얼마 전, 취직했던 곳은 나와 맞지 않아 그만두고, 취직하고 싶어 했던 곳은 나이가 많아 탈락되면서, 시간의 공백이 생겼고, 그 기간 동안 내 몸은 이미 '쉼'에 최적화되어가고 있고, 마음도 변화가 생겼다. 몸도 약한 내가 힘들게 돈을 벌어 그 돈을 쓰면서 사는 삶보다는, 알뜰하게 살림하고, 아끼며 살면서 내 몸 돌보는 것에 신경 쓰는 것이 더 돈을 버는 것이고, 더 큰 이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일을 하면 그만큼 피곤하고, 운동할 시간도 내기 힘들고, 스트레스도 받게 될 것이다. 출근한다고 옷도 살 것이고, 돈 번다고 통 큰 내가 밥을 사고, 돈을 허투루 쓸 것이다. 차라리 일을 내려놓고, 내 형편에 맞게, 조금 아쉬운 듯 사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내가 생각했던 미니멀한 삶을 조금 앞당겨 살기로 마음먹었다.
또한 5월엔 병원에도 세번이나 가야 하고, 그중 한 번은 위와 대장 내시경을 한꺼번에 해야 해서, 3일 전부터 먹는 것도 신경 써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출근은 버거웠다. 그뿐인가! 7월의 실습도 주말반으로 나가야 했는데, 일하면서 실습까지 하려면 내 체력은 바닥 날것이 틀림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해내려 마음먹긴 했었지만, 분명 힘에 부쳤을 것이다.
5월의 병원 진료와 많은 약속, 좋은 날씨를 만끽할 여행, 6월엔 기말시험, 7월엔 실습, 내년 2월부터 보게 될 1급 시험까지...해야 할 일들이 참 많은데, 일과 병행하기는 힘들다. 암환우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건강에 우선순위를 두고 생활해야 할 것이고, 알뜰하게 살림하면서, 더 큰 그림을 그려보자. 그러다 일할 기회가 오면 잡으면 되는 것이지.
사실, 해야 할 공부, 읽을 책들은 얼마나 많은가! 올 한해에 다 끝내지도 못할, 2023년까지는 가져가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최소한 올해까지는 쉬기로 했으니, 마음 편히 쉬어가자. 평온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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