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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죽음보다는 멋진 내 삶을...

by 짱2 2022. 5. 9.

이른 새벽, 눈을 뜨며 일어나는데, 온몸이 아팠다. 이틀 전, 어버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온 아들에게 내 방 침대를 내어주고 나는 거실에 깔린 토퍼에서 남편과 함께 잤다. 아마도 불편하게 잤으리라. 그다음 날, 우리 부부는 차박 여행을 다녀왔고, 당연히 차에서 불편하게 잤다. 이틀 동안, 나의 편안한 잠자리가 아니라 불편한 잠자리를 하고 난 후, 오늘 새벽의 기상은 힘들었다. 그렇게 눈을 뜨며, 참으로 오랜만에 나쁜 생각을 했다. '죽는 게 나으려나...' 왜 그랬을까? 왜 죽음을 떠올렸을까? 정기검사를 코 앞에 두고 있다. 수요일에 있을 위내시경, 대장내시경을 위해 오늘부터 먹는 것을 조절해야 한다. 건더기가 있는 음식을 피하고, 내일은 죽만 먹고, 저녁부터는 금식에 들어가야 한다. 검사를 앞두면 신경이 예민해지는 듯하다. 먹지 못한다는 것 자체도 스트레스가 되고, 검사 결과에는 무척 예민해진다. 당연한 일이다. 

 

 

 

얼마간을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으려 애썼는데, 간간이 떠오른 그 단어와 더불어 내가 없는 이 세상에 남겨진 나의 두남자가 함께 떠올라 마음이 아팠고, 내 남편의 슬픔이 전해져 와서 더욱 가슴이 메어졌다. 혼자 잘 살 수 있도록 너무 많은 정을 주지 않아야 하는 걸까 싶기도 했다. 강하게 살아남아 줄지 의문이 드는 내 남편... 아들은 젊고, 여친도 있고, 함께 살지 않으니 아빠와는 다를 것이다. 

 

다른 병과는 달리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이 주어질 테니... 혼자 남겨질 남편에게 당부할 말들은 접어두기로 했다. 

 

죽음을 떠올리며, 그동안 이 단어를 많이 떠올리지 않고,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건 바로 나의 긍정적인 힘과 꿈을 향해 살아온 내 삶, 그 자체였다. 죽음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 음악을 들었고, 책을 읽었고, 여행을 떠났고, 공부를 했고, 온갖 집안일, 살림살이를 내가 다 했다. 하루하루가 정말 바빠서 스케줄을 짜면서 시간 배분을 해야 했다. 준연예인급으로 살아오면서 아픔도 잊었고, 가끔씩 찾아오는 일상의 불편함도 빨리 잊었다. 내 몸을 급습하는 불편함과 아픔은 그때 잠시뿐,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살아내기 바빴지, 그것을 곱씹고, 생각하고, 걱정할 시간이 없었다. 그냥 아픔은 아픔일 뿐, 그게 내 건강의 적신호인지, 그게 앞으로의 내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매일매일이 바쁜데,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그런 생각할 시간이 무에 있겠는가!

아무 약속도 없는 오늘도 무척 바쁜 하루가 될것이다. 모임, 여행으로 공부하지 못한 부분을 메꿔야 하고, 정기검사에 맞춰 식사도 조절해야 하고, 내일 캘리 수업을 위해 짬짬이 연습도 해야 하고, 장학금 신청 준비도 해야 한다. 이렇듯 매일이 바쁜 나날이다. 

 

오늘 새벽, 눈 뜨면서 든 생각, 죽음... 아마도 정기검사로 예민해져서 그럴것이다. 나는 또다시 죽음을 생각하지 못할 만큼 바쁘게 살아낼 것이고, 그렇게 죽음은 또 나와는 먼 단어로 남으며 사라질 거다. 늘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야겠지만, 죽음에 주눅 들지는 않을 거다. 아름다운 내 삶을 위해 현재에 충실하며 멋지게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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