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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힘든날...

by 짱2 2022. 8. 8.

비 오는 월요일...

나는 토요일 저녁부터 맘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또 그녀 때문이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 때문이다. 

 

나는 그들을 만나고 오면, 내 삶 전체가 흔들린다. 내가 살아있는것이 싫어지고, 차라리 죽고 싶다는 마음까지 든다. 암환자가 된 내가 남편을 힘들게 하는 말 그대로 '암적인 존재'처럼 느껴진다. 나의 목표, 나의 꿈이 희미해지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어 진다. 그래서 안 보고 살고 싶은데, 가족이니 안 볼 수도 없다. 안 보게 되는 이유도 그들은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나를 원망한다.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남편이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나 때문에 참고 산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함께 술을 마셨다. 넷이서 늘 뭉쳐다니며 술을 마셨다. 그러나 몸이 가장 약한 내가 암에 걸렸다. 그것도 위암과 대장암, 두 개의 암이었고, 대장암은 말기에 가까운 3기 말이었다. 위도 잘라내고, 대장도 잘라내고, 나는 이제 더 이상 완전한 소화력을 가질 수 없는 상태다. 술은 맛만 볼 수 있는 상태다. 두 모금 이상을 마시지 못한다. 나 스스로는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한다. 만으로 50살이 되던 해 암이란 걸 알게 되었고, 덕분에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100세 인생의 반을 그토록 허무하고, 엉망인 삶을 살았으니, 남은 반평생은 건강한 삶을 살아가도록 주님께서 만들어주신 거라 믿으며, 열심히 삶을 살고 있다. 건강한 음식 먹으며, 건강한 삶을 추구하며, 건강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남편은 아직도 술을 좋아하고, 술마시러 오라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린다. 내가 자신을 술 마시지 못하게 하는 존재로 생각하고, 자신은 그에 맞추느라 참아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생각이 다르다. 이미 내가 술로 인해 망가져봤기 때문에, 순서상 내가 먼저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이미, 고혈압과 고지혈증으로 계속 술을 마시는 남편을 술로부터 끌어내고 싶다. 내가 아픈데, 남편마저 아프면, 하나뿐인 아들은 얼마나 힘들지, 난 그것이 늘 걱정이다. 그러나 남편은 건강하니까 마시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 잘못된 생각을 난들 하지 않았겠던가!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 줄을 어리석은 인간들은 알지 못한다. 아무리 옆에서 이야기해도 들어먹질 않는다. (과격한 표현을 쓴다. 답답해서...)

 

어르고, 달래고, 술도 가끔 먹이면서, 남편을 억지로 끌고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그들 부부가 남편을 내놓으란다. 술마시러 내보내란다. 남편이 아플까 봐, 나처럼 술로 인해 아픈 사람이 될까 봐, 하나뿐인 아들이 힘들어질까 봐, 그들이 아니어도 술 마실 일이 많은 남편이 한 번이라도 덜 먹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술 마시게 내놓으란다. 나 때문에 남편이 참고 사는 게 불쌍하단다. 어이가 없다. 만약 남편이 아프게 되면 책임져줄 것인가! 그들이 생활비 대주고, 병원에 데리고 다녀줄 건가? 남편이 술 안 마시고, 조금이라도 참아가며 사는 것이 남편이 불쌍하고 힘든 일인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서로 얼굴보며 살아야 한단다. 좋다. 하지만 그건 자기네 둘이 술 마시는데 심심하니까, 남편을 불러내서 함께 마시자는 핑계에 불과한 거다. 함께 여행 다니고, 좋은 곳 보러 다니는 거라면 얼마든지 함께 할 거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 모두가 술을 마시려는 핑계다. 마무리는 술이니까. 

 

한 번 얼굴보기 시작하면, 계속 불러낸다. 닭백숙을 했느니, 차를 바꿀 건데, 한번 봐달라느니, 계약하러 갈 건데 같이 가자느니... 등등 술 마실 꺼리는 무궁무진이다. 

 

문제는 남편이다. 단호하게 거절하면 좋은데, 술을 좋아하니 핑계김에 얼씨구나 하면서 간다. 어제는 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니, 자신이 술 마시는 것이 싫은 거 아니냐고 되묻는다. 나는 그렇다고 했다. 돌아오는 답은 늘 그렇듯이 자신은 많이 참고 산단다. 결국 그들이 하는 말과 다른 것이 무언가! 나 때문에 참고 산다는 것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나는 남편을 내려놓을까? 아기도 아닌데, 자기 인생인데 하면서 남편이 술을 먹던지 말든지 내려놓아야 할까? 그러기엔 남이 아니라 남편이고, 하나뿐인 내 아들의 아빠다. 남편이 술로 아프게 되면 나와 남편이 입는 피해가 너무 크다. 그 피해를 감당할 돈도 없다. 하나뿐인 몸을 아껴가며, 소중히 돌보면서 살기에도 바쁜 이 세상 아닌가! 그걸 모르는 남편을 위해 자꾸 인식시키고, 좋은 삶의 루틴으로 바꿔주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것이 잘못된 것인가! 내가 스트레스받으니, 남편을 내려놓을 문제인가! 

 

어제는, 그리고 오늘도 남편을 그냥 내려놓고 싶다. 니 맘대로 하고 살라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다. 난 그들을 만나고 오면 정말 힘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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