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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하던대로 할거다

by 짱2 2022. 8. 9.

그들 때문에 자존감이 또 무너져 내렸었다. 암경험자인 내가 남편을 힘들게 하고, 술 마시고 싶은 남편의 발목을 잡아끌어 내리고, 남편의 자유를 유린하는 것 같았다. 남편의 건강을 걱정해서, 좋은 생활습관을 만들어주고, 좋은 루틴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던 그동안의 내 노력이 결국은 남편을 힘들게 하고, 그의 자유마저도 박탈해왔던 것으로 여겨져 한없이 무력해지고, 내 존재 가치마저도 흔들렸다. 술 마시는 게 좋다는 남편을 그대로 보고 싶지 않아 헤어질까 하는 생각도 했다. 헤어지면, 어떻게 살지 생각도 했다.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할지, 이 몸으로 취직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무엇이든지 찾아서 일을 시작해야겠지. 만약 정말 화가 나서 일이 벌어진다면, 난 그렇게 할 거다. 그러나 그건 최후의 수단인 거지만...

(만약 헤어진다고 하면 아들이, 엄마가, 그리고 그들조차도 난리가 나겠지만... ㅎ)

 

 

너무 힘들었던 어제. 혼자만의 생각으로, 한없이 나락으로 빠져드는 나 자신이 너무 버거워, 한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다른 일로 내 걱정을 하는 언니의 한 마디에 난 무너져 내렸고, 결국 울고 말았다. 언니는 자신이 한 말에 슬픈 줄 알고, 다른 위로의 말을 전하려 했지만, 나는 바로 나의 슬픔의 원인을 이야기했다. 남편의 술과 그들의 유혹, 그리고 그들의 유혹이 싫지 않은 남편, 나 때문에 참는 것이 많다는 남편의 이야기. 언니는 말했다. '참아야지. 부인 때문에 참는 게 당연한 거지', '네가 더 힘내서 싸워 이겨야겠네' '술 마시자고 하면 싫다고 정확하게 말해' 그렇다. 술 마시자는 유혹은 내가 중간에서 거절할 수 있는거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술은 절제하는 것이 맞는거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사는 것이 맞는거고, 혼자 힘으로 안될 때 내가 도와주면서 좋은 루틴 만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거다. 나와 남편, 우리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나는 더욱더 강해지고, 술의 유혹과 싸워 이겨야 한다.

 

다른 언니와도 통화하게 되었는데, 한마디가 내 마음에 와닿았다. '두 사람 예쁘게 살고 있는데 왜 방해를 하고 그래!' 맞다. 우리 둘이는 알콩달콩 재미있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불쑥 들어와 우리 삶을 망가뜨리려고 하고 있다. 

 

내가 옳다. 내가 그르다면, 난 나를 바꿀 의향이 얼마든지 있다. 나는 개방형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틀렸고, 내가 맞다. 내 남편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서,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내가 맞다. 하나뿐인 아들이 아픈 엄마만으로도 어깨가 무거울 텐데, 아빠마저도 술로 망가지게 놔둘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왜 그들 남매를 갈라놓는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들이 술이 아니라 그냥 여행이나 드라이브를 하자고 한다면 난 얼마든지 어울릴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술인 것을 이미 내가 겪었고, 충분히 알기에, 아파도 죽을 때까지 술을 먹겠다는 그들과 남편을 엮고 싶지 않기 때문에, 중간에서 내가 잘라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이런 나를 원망하겠지. 서운하겠지. 그러나 정말 동생을 사랑한다면 자신들과 술 마시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 먹고 싶으면 그들 부부끼리 먹으면 될 것을. 몸에 좋은 안주 있으니, 몸에 좋으라고 동생을 불러서 그것을 먹이면? 몸에 안 좋은 술을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무슨 몸 생각인가! 

 

난 지금까지 잘 해왔고, 앞으로 잘 해낼 것이다. 그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남편과 함께일 것이다. 남편을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남편과 더더욱 한 팀이 되어서 함께 싸워나가야 한다. 남편이 나와 한 팀이 되는 것이 당연한 거고, 자신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나를 이해하고,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 들도록 내가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