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학교 체육대회를 다녀왔다. 그리고 저녁 8시에는 '딱김따'를 하기 위해 다섯 명이 모였다. 일요일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것들이 있었다. 집에서 혼자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 것은 내 안에서의 성장, 깊은 성찰의 시간이라는 느낌인 반면, 사람들과 부딪치며 느끼는 것은 외부로부터의 충격, 나의 한계를 넘어가는 생각의 뛰어넘음이다. 책을 읽고 깨닫는 것도 어쩌면 나의 마음과 나의 생각의 크기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한 단계 더 뛰어넘어가는 것은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을 내 것과 '딸그락'거리며 부대낄 때이고, 그들이 쓰는 언어 하나가 나를 자극할 때이다. 그런 점에서 일요일 하루는 많은 부대낌 속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북부학습센터를 만들겠다는 의지 하나로 똘똘 뭉쳐진 사람, 그사람은 도대체 무얼 위해서 그토록 열심인 걸까? 그게 그 사람에게 무슨 의미가 있기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하고, 돈까지 쓸까? 이 과정이 그를 방송대에서 존재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렇게 활동할까? 멍청이가 아니고서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사람이 있어서 많은 이가 놓치고 갈뻔한 부분을 건드리고, 추진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또한 묵직하게 자기 할 일만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2년여 동안 변함없는 모습에 간신배 같고, 촐랑거리는 사람보다는 훨씬 낫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대화를 할 상대는 아니라는 점이 답답한 부분이다. 그도 거기까지가 그의 한계이고, 불편한 부분임을 알 수도 있겠다.
강희씨가 나와 비슷한 꿈을 꾸고,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몇 년이 흐른 뒤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더욱 반가웠다. 무성한 풀숲에서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한 기쁨, 예쁜 야생화를 만난 설렘. 바로 이런 느낌이었다. 그녀가 가는 길에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맡기고 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올해 초, 코딩과 관련된 일을 잠시 하려 했을 때, 컴퓨터공학과에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었었고, 내년엔 무조건 내일 배움 카드로 컴퓨터 강의를 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기에, 그녀가 컴공을 전공할 거라는 말을 듣자마자 나도 내년에는 그녀를 따라 컴공을 전공해야겠다고 다시 마음먹었다. 함께 하면 더욱 성장할 거 같고, 이 쪽 길은 어렵게만 느껴지는 나에게 큰 도움을 줄 거 같다. 내가 그녀에게 손을 뻗어 도움을 요청할 일이 많을 것 같다.
'딱김따'를 하겠다고 모인 나를 포함한 다섯 명... 모두 만만치 않다. 특히 두 명의 언어가 나를 놀라게 한다. 아니, 특히 한 명의 언어가 나를 깜짝 놀라게 한다. 다른 이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무척 차분하고 지적인 말투, 표현... 참 멋지다. 내가 원하는 말투이다. 나는 말을 하다 보면 급한 성격에, 불같은 성격에 '와르르' 쏟아낼 때가 있는데. 조금은 느리게 말하면서 고급진 단어들이 멋졌다. 아마도 책을 많이 읽어서 풍성해진 언어의 향연 덕분이 아닐까? 나도 책을 읽는다고 읽었지만,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책 읽기에도 문제가 있고, 요즘 들어 읽는 책의 숫자가 현저하게 줄었고, 또 독서 리뷰도 하지 못했다. 좀 더 깊이 읽겠다던 배철현 교수의 책도 펼쳐보지도 못하고 있으니, 말의 한계가 생겨버린 것이다. 이것은 내가 원하는 삶이 결코 아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무조건 죽어라 하는 공부가 아니라 나의 성장을 위한 공부인데,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그리고 그녀들과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서 하게 될 '자기 나눔'의 시간이 두렵다. 왜냐하면 나를 모두 열어 보임으로써 나의 치부를 보이게 되고, 그렇게 보이는 것이 그저 좋은 일일지 의문이 든다. 솔직함만이 최선이 아니고, 다 드러내는 것이 완전한 성장을 위한 최고의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오래전에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한 명에게서 느껴지는 강함은 마치 나를 보는듯해서 매우 불편했다. 본인은 자신이 잘 못해서 리더가 되었다고 하지만, 사람들을 리드하는것을 좋아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스타일로 끌고 가려는 모습은 나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나의 단점을 다시 한번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함께 의논하며 만들어가면 좋았을 텐데, 이미 자신의 의지로 만들어버린 비전을 제시하니, 모두들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건 자신이 학원장으로서, 선생님으로서 할 때의 장점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동의하고, 추진력이 필요할 때 해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는 시작하기 전부터 자신의 의지대로 비전을, 목표를 만들었고, 우리에게 통보했다. 나는 이런 부분에서 나의 모습을 보았고,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의논의 과정을 거친 후에, 추진력을 보였더라면 훨씬 멋졌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어제는 오랫만에 한 사람을 만났고, 그녀에게서 번잡스러움을 느꼈으며, 내려놓으려 했던 한 사람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만날 약속을 잡으며, 나란 사람은 정에 약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런 일련의 과정속에서, 사람들과의 만남, 관계, 인연에 대한 생각, 각각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아우라, 그리고 그 영향력이 나에게 전해지는 파급 등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 특히 나란 사람... 말로는 내려놓는다고 하면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나란 사람... 앞으로도 계속 힘들어하면서 품고 갈 나란 사람... 그렇다면, 사랑하자. 내 곁에서 나를 기억하고, 나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그들을 사랑하자. 누구는 이래서 싫고, 누구는 저래서 미운 것이 아니라, 누구는 이래서 괜찮고, 누구는 저래서 함께할 만하고... 그렇게, 그렇게 만나자. 사회라는 굴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그리고 사랑을 최고의 우선순위로 꼽는 나라는 사람에게서 사람과의 관계는 필수불가결이다. 사랑하자. 그들을 사랑하자!!!
'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선은 앞으로 5개월, 사람을 내려놓는다 (1) | 2022.10.03 |
---|---|
나에게 인연은 어떤 의미일까? (0) | 2022.09.25 |
기운 나는 사람들 (0) | 2022.09.18 |
공부, 다 해낼 수 있다. (0) | 2022.09.08 |
설레는 미래를 위해 내가 빠져있는 곳 (0) | 2022.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