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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우선은 앞으로 5개월, 사람을 내려놓는다

by 짱2 2022. 10. 3.

부모님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고, 공부한다는 이유로 바쁜 시간 탓에 일기를 쓰지 않았더니, 무언가 빠뜨린듯한 느낌,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매일 다이어리를 쓰고, 하루 일과를 계획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있지만, 마음속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내지 않으면 뭔가 빠진듯한 느낌이 든다. 

 

 

오늘도 그러한 마음으로 이곳에 들어왔고, 드물게 어쩌다 한번 남겨놓은 댓글에, 또 누군가 작업성 멘트를 남긴 거겠거니 싶었는데,, 물론 그런 거 같지만, 덕분에 내가 써놓은 글을 다시 한번 읽게 되었고, 그 글에서 느낀 감정, 그리고 변화를 원했던 나의 마음을 보았지만, 또 여전히 같은 것으로 '고민하고 있는 나'도 보았다.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그래서 나름의 룰을 만들어가고는 있지만, 아직도 사람 때문에 '고민하는 나'를 본다. 

 

사람에 대한 기대를 많이 하기 때문이리라.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그의 모든것이 온다는 어느 시인의 말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나에게, 사람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나를 흔들기에 충분하고, 온 마음을 쏟아내기에도 충분한 존재이다. 그래서 사람이 소중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그 사람과 많은 것을 나누고, 느끼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런 마음을 가지면 가질수록 아파하는 나를 보게 되고, 다시 뒤로 물러난다. 사람으로 내 상처를 치유받고, 사람으로 내 빈자리를 채우려는 지경까지 바라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사람들을 가볍게 만나라고도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런 가벼운 만남을 갖느니, 차라리 '만남' 그 자체를 하고 싶지 않다. 현재 진행형인 한 모임이 그러한데, 가볍게 만나는 그 모임을 사실은 이제는 끊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다른 멤버가 합류하면서 모임의 성격이 조금 바뀌는 느낌이라 좀 더 가보자는 마음이고, 또 한편으로는 꼭 그런 잣대로만 사람을 만나야 하는가 라는 내 안의 울림에 주춤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대일 만남도 마찬가지이다. 그 사람과 만나서 대화하는것이 힘든 사람이 있다. 집으로 오면서 나의 에너지가 소진된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다. 내가 이 사람을 왜 만났을까? 시간이 아깝다는 마음이 드는 그런 사람이 있다. 그래서 최근엔 그런 사람과의 만남은 다음 만남까지 시간차를 벌리고 있다. 좋은 사람임을 알지만, 만나서 뭐? 만나서 나누는 이야기가 허공을 맴도는데 왜 만나지? 사람 좋은 것과 만남은 다른 얘기지 않을까? 전에 쓴 글에도 있듯이,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그와 내가 살아온 삶이 다르고, 그와 내가 읽은 책이 다르고, 그와 내가 갖게 된 철학이 달라졌는데, 예전처럼 같은 생각을 나누며 뜨거운 것을 느낄 수 있을까? 아니라는 결론... 그렇다면 이제 뜨거운 것을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 더 집중하는 것을 선택하려한다. 

 

최근에 같은 동아리에 있던 두 남자와 한 여자를 만났다. 남자중의 한 사람은 술을 좋아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술을 마시기 위해 자리를 만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를 포함한 네 사람의 대화도 허공을 맴돌았고,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뱉어내는 것에 그친 것 같은 그런 느낌... 왜 만났을까? 나와 같은 결을 가진 한 여자만 만나서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보냈다면, 허전함이 아닌, 따뜻한 마음을 가슴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왔을 텐데... 그녀와 계속 만남을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설레었을 텐데... 나는 그 남자를 왜 만나는 걸까? 그 남자가 사주는 밥은 내가 돈 주고 사 먹을 수 있는 것인데, 그가 밥을 사주는 대가로 떠들어대는 헛소리를 듣느니, 내돈내산으로 그 밥을 먹고, 내 귀가 '쉼'을 갖는 것이 더 나을 텐데 말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만나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너무 지배하는 것은 아닌지... 오래도록 보지 않고 살아도 괜찮고, 그렇게 끊어질 인연이면 끊어지도록 내버려 두면 되는 것을, 이 정도 시간이 흘렀으니 만나야겠다는 계산법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계산인가? 

 

건강과 공부(꿈)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이 욕심일까? 요즘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딜레마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건강이 중요하지 무슨 공부냐고 한다. '공부'라는 것은 머리를 쓰고,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고, 하기 싫은 것이라는 강박에 사로잡힌 그들에게는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할 것이 못된 것이다. 절대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걸 하고 있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그들의 생각일 뿐. 그들의 생각에 내가 휘둘릴 이유는 전혀 없다.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내가 사람들을 내려놓으려는 이유다. 첫째는 이렇게 사람들이 나의 에너지를 빼앗아가려 하기 때문이다. 굳이 만나서, 나의 에너지를 뺏기면서, 또 내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느라 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그들을 만날 이유가 없다. 문제는 나의 엄마가 나의 에너지를 가장 빼앗는 다는 거... 둘째는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 아깝다는 것. 사람들을 만나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집에서 건강한 음식 먹으며 공부하고, 독서하고, 차라리 낮잠을 한 숨 더 자는 게 더 좋다는 것이다. 공부를 내려놓을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내려놓는 것이 나에게 더 유익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5개월. 사람들을 내려놓으려 한다. 서운해도 할 수 없다. 엄마도 마찬가지다.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고, 사람에게 에너지 빼앗기지 않고, 사람때문에 시간 낭비하지 않고,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려 한다. 공부하고, 사색하고, 건강한 음식으로 나의 몸을 채우면서, 우선은 5개월을 살아보자. 5개월이 지난 후, 사람들이 떠났다면(물론 나는 지금 충분히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 그건 그 사람들과의 인연이 다 한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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