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엄마와의 전화통화 중, 위암 2기로 위를 반절제한 외삼촌이 항암 중인데도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외삼촌의 흡연은 본인에게 무척 안 좋은 것이고, 그로 인해 외삼촌을 극진하게 돌보던 외숙모의 마음이 많이 아프고, 실망스러웠을 것이라는 건 짐작하고도 남는다. 엄마 또한 그러한 동생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을 터이다.
나는... 만약 내 아들이나 남편이었다면, 펄쩍 뛰면서 말리고, 다시는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아닌 이상, 나의 이러한 노력이 그들에게 전해질지는 의문이지만... 아무튼, 외삼촌은 한 다리 건너이고, 내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같은 암환우로서 나의 경우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 외삼촌보다 더 심각한 암경험자다. 외삼촌은 위암 2기이고, 위를 반절제했지만, 나는 위암 초기와 대장암 3기여서 위는 반절제했고, 대장은 3분의 1 절제했다. 나는 외삼촌보다 2~3년 선배 암경험자다. 각자의 통증이나 암에 대한 공포, 암을 받아들이는 정신력 등은 몇기냐, 어떤 암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의 몫이기에, 내가 외삼촌보다 더 많이 힘든 상태이고, 더 위험한 환자이고.. 등의 말들은 의미가 없다. 다만, 외삼촌이 나와 같은 병원에 입원해서 수술을 했는데, 그곳의 시설이 정말 좋지 않았다고 말을 할 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외삼촌이 덜 아팠군!' 그렇다. 나는 병원에 입원해서 수술을 받고, 치료를 받고, 회복을 하고, 퇴원할 때까지, 병원의 시설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내 몸, 내 통증, 내 병에 대해 온통 신경 쓰느라고 그 외의 것은 전혀 신경 쓸 수가 없었다. 나는 나 스스로 생사를 오갔고, 살아야 했고, 살고 싶었다. 그런데 병원의 시설이 후졌다는 등의 말을 하는 외삼촌을 보니, 나보다는 살만했었는가 보다..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이번에 외삼촌이 다시 담배를 피운다는 소식을 들으니, 첫 번째로는, 역시나 내 생각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죽을 거 같았다면 다시는 담배 피우고 싶은 생각을 하지 못했을 텐데... 그 정도는 아니었는가 보다 싶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든 생각은, 내가 참 잘 살았고, 참 대견하다는 마음이었다. 외삼촌 못지않게 나도 안 좋은 습관이 몸에 배어서 죽어야나 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도무지 끊을 수 없는 지독한 중독이었다. 남편도, 자식도, 그 무엇도 나를 중독으로부터 끌어내지 못했다. 나 스스로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렸고, 그런 내가 싫어서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나 입원하던 날, 바로 그날부터, 똭~~ 끊었다. 내 삶의 악연... 그것들을 모두 끊었다. 짝짝짝~~
그로부터 4년째이다. 몸에 밴 습관은 참 지독하다. 퇴근길... 남편이 술 약속으로 늦는다고 전화를 하면, 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편의점 쪽을 향하려고 했다. 정말 자연스럽게 편의점 들러서 '술과 그것을 사 가지고 가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아차! 아니지! 하며 헛웃음이 나왔고,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허전했다. 남편이 없는 집에 들어가서 혼자 뭘 하지? 그냥 해버릴까? 아니야! 내 몸이 아플 거야! 내 몸이 화낼거야! 그렇게 집으로 들어가면 언제 그런 생각이 들었냐는듯이 아무렇지 않게 저녁준비를 했다. 이런 경험은 수차례였다. 남편이 늦는다고 말할때마다 1년을 넘게 이런 충동과 싸웠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극복했다. 해서뭐해! 아플거야! 그리고 나머지는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다. 아무런 감정이 없었던 것인지, 내가 모르고 넘어간 것인지... 이젠 아예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남편이 늦는다고 하면, 혼자 있는 저녁시간을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독서나 공부를 하는 시간으로 보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기까지 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나 자신에 대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암환자니까 나쁜 거 끊고, 건강에 좋은 것 먹으면서 사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다. 오히려 더 많이 건강한 삶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자책이 들 정도였는데, 외삼촌의 담배 소식을 들을니 외삼촌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나 자신에 대한 대견함이 훅~ 하고 들어왔다.
정말 잘 해내고 있는 거구나, 정말 예쁘게 잘 살고 있는거구나, 쓰담쓰담~~~
죽음이 멀리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죽음과 관련한 책들을 읽었고, 나의 죽음을 준비했고, 연말이면 유서도 쓴다. 그러나 나의 이런 죽음의 준비는 삶의 포기와는 결을 달리한다. 오히려 잘 살기 위한 준비과정이다. 현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살아있음에 깊이 감사하고, 순간순간 정말 열심히, 즐겁게, 멋지게 살아내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고 있다. 새벽 4시에 눈떠서 10시에 잠들 때까지, 잠자는 시간까지도 내 계획으로, 주도적으로 만들어간다. 모닝루틴부터 저녁루틴까지 모든 것들이 체계적이고, 적극적이다. 그래서 매일이 새롭고, 매일이 즐겁고, 매일이 행복하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고, 이런 오늘이 모여 세월이 되고, 그 결과물은 미래의 내 모습이다. 꿈을 품은 내 모습... 이러하니 내가 대견하고 이쁠 수밖에. 잠깐의 쾌락, 중독은 잊은 지 오래다. 가족, 미래, 꿈, 사랑으로 충만한 하루하루다.
잘하고 있어~
참 예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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