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기분이 좋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암 환자에게 이런 편안함은 그 어떤 항암제보다도 훨씬 효과적일 것 같다.
읽어야 할 책도 많고, 봐야 할 동영상도 많고, 공부해야 할것들도 많은데, 흠... 운동도 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으면 나에겐 곧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암환자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아프다는 핑계로 나태해지는 것도 싫고,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웠다.
잠자고, 밥 먹고, 운동하고, 집안일하고 남는 10시간에 가까운 시간들을 허투루 보낸다는 것은 나에겐 있을 수 없는, 아니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직장생활을 접은 1년여의 시간 동안, 내게 필요한 서적들 충분히 읽고, 미루어두었던 영어공부도 열심히 해서, 이 한 해가 갈 때 비록 아팠지만 참으로 알차게 보냈노라고 추억하고 싶었다.
그런데 건강하지 못한 몸은 나의 알찬 계획을 흐트러뜨린다.
건강의 소중함을 또 한 번 깨닫게 되는 순간.
몸이 아프면 머리가 따라주지 못한다.
몸이 괴로우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무기력이 몰려온다.
그렇게 시간만 흘려보내고, 인터넷만 괜히 뒤적거린다.
하루가 그렇게 흘러가버리면 아쉽고, 비참한 느낌마저 든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시간 죽이기? 바보 같은 삶을 사는 건가?
그런데 오늘도 그다지 특별하게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지도 않은 지금, 나는 마냥 행복하고 기분이 좋다.
공부 좀 못하면 어때? 책 좀 덜 읽으면 어때?
내가 지금 행복하면 그만이지......
지금 내게 주어진 이 환경, 받아들이자.
행복에 충만한 지금을 즐기자.
'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구입에 대한 나의 생각 (0) | 2019.07.18 |
---|---|
운전면허 정지 후 교통교육 (0) | 2019.07.17 |
엥겔지수 상승 (0) | 2019.07.10 |
항암 7차... 기운없음... (0) | 2019.07.08 |
규칙적인 생활 (0) | 2019.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