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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남편의 꿈

by 짱2 2023. 4. 16.

남편과 함께 개심사와 문수사를 다녀왔다. 개심사는 항암 하던 시기에 처음 다녀왔는데, 그때 벚꽃은 개화시기 전이어서 멋진 풍경을 볼 수는 없었다. 대신 유기방가옥의 수선화만 보고 왔었다. 그러다 작년에 활짝 핀 청벚꽃과 왕겹벚꽃을 보았는데, 정말 예쁘고 보기 좋았다. 

 

6월까지 주말마다 일하게 된 남편과 평일에 일하는 나는 올해 초의 여행 계획은 이미 마음 접었었다. 그런데 이번주 주말 근무가 갑작스럽게 취소가 되어 어디라도 다녀오자 하다가 지금 꽃이 핀 곳은 개심사밖에 없겠다는 남편의 말에 딱히 내키지는 않았지만, 할 수 없이 가자고 했다. 딱히 내키지 않았던 이유는 개심사의 벚꽃이 예쁘긴 했지만, 두 해에 걸쳐 연달아 볼 만큼의 매력을 뿜어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해마다 가고 싶은 부석사와는 달리 개심사는 크게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한번 봤으면 됐지~ 하는 마음이랄까...

 

그런데 마침 내리는 봄비에 신발은 지저분해지고, 우산을 들고 다녀야하는 불편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더욱 좋았던 것은 작년엔 차들이 너무 많아서 입구에서 차를 돌려야 했던 문수사의 왕겹벚꽃을 본 것이다. 문수사는 참 고즈넉했고, 입구의 벚꽃들이 감탄사를 절로 불러일으킬 만큼 아름다웠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남편과 '좋다!'를 연발했을 정도이니... 

 

촉촉이 내리는 비와 아름다운 벚꽃, 맛있는 버섯전골, 개심사 입구에서 산 엄나무순과 취나물, 집으로 오는 길, 구리시장에 들러 사 온 주꾸미와 갑오징어로 남편은 저녁 술 한잔까지 마무리를 지었다. 내 몸무게도 조금 늘어있는 오늘 아침... 기분 좋은 여행이었다. 

 

 

 

내가 남편과의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보면서 힐링을 하고, 맛난 음식을 먹으며 행복감에 젖는 것 외에 또 하나가 더 있다. 남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집에서도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고, 함께 산책을 하면서도 대화를 하지만(내가 일을 하면서 산책 시간이 맞지 않아 이젠 주말밖에 시간이 안된다), 여행을 하면서 나누는 대화는 좀 더 깊어지는 느낌이다. 남편과 나의 대화가 내 만족도를 충족시켜 주지는 않지만, 내가 수다보따리를 풀어놓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100점 만점에 90점은 되니,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은가~

 

이번 서산쪽으로의 여행 중, 남편과 나는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발점은 '퇴직 후의 일'이었다. 남편은 나의 말을 오해해서, 70에 정년퇴임하면 아무도 자신을 써주지 않을 거라고 했고, 나는 분명히 할 일이 있을 거라고 했다. 나이는 아무 상관이 없을 거라고. 대화는 돌고 돌아 비슷한 지점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었고, 생각지도 못한 남편의 발언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끔씩 남편이 경매에 대한 유튜브를 보고 있기에 의아해하긴 했는데, 주말이면 찾아가서 쉬다 오고 싶은 바닷가 쪽의 싼 경매 물품을 찾고 있었다. 세상에나~ 속으로 저런 마음을 갖고 있었구나. 남편의 꿈을 지지하고, 남편의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나도 많이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생각하면 답답해진다. 나이 들어 매일 도서관에 출근해서 책 읽는 나를 꿈꾸기도 했지만, 그 모습은 온전한 나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건 일상의 한 모습일 뿐, main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나는 나이 들어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 딱히 정해서 이 길을 가겠노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다만, 뭐든지 열심히 하면서 살고 있는 나에게 부원장이라는 일이 선물처럼 다가온 것처럼, 이렇게 살다 보면 또 다른 선물이 내 눈앞에 펼쳐질 것을 믿는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영어와 사회복지가 노후의 어떤 일과 연계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돈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70, 80이 되어 내가 또 다른 이들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지금 새로 시작한 학원 일이 익숙해지고, 나의 밥벌이가 확실해져서 어느정도 노후 준비가 완성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면, 방송대 컴퓨터 공학과에 편입할 생각도 있고, 사회복지나 영어 쪽으로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도 있다. 현재의 내 모습에 만족할 내가 아니고, 늘 공부하면서 사는 삶을 꿈꾸는 '나'라는 사람에게 도전은 끝이 없을 테니까.

 

꿈이 없으면 미래가 없고, 미래가 없으면 현재의 삶이 무기력해진다. 나는 그렇다. 그래서 꿈꾸고, 꿈이 있어서 지금의 삶이 행복하고, 살만한 가치가 있다. 꿈을 향해 가는 길에 힘듦은 필수 옵션이고, 이 단계를 거치며 성장함을 알고 있기에 절대로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의 성장의 과정이라 믿고 꿋꿋하게 견뎌낼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러나 꿈을 향해 나아가면 최종 목표인 '성공'이 기다리고 있고,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성장'이라는 멋진 결과물이 나를 더욱 발전시켜 준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보았고, 내가 경험했던 바, 꿈의 최종 목표는 어떤 모습으로든 나름의 성공을 보여주었다. 확실한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이러하니 내가 꿈꾸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달라진 나를 늘 봐왔는데. 

 

그리고 평범하게 술과 TV시청을 즐기는 줄만 알았던 남편에게 바닷가 근처의 작은 집과 경매라는 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번 여행은 만점짜리 여행이었다. 1박 2일도 아니고 당일치기 여행에서 멋진 풍경을 가슴에 품고, 내리는 빗속을 거닐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고, 남편의 꿈까지 알았으니 말이다. 내가 푸시업 해서 꾸는 꿈을 살기를 바라지 않았기에, 스스로 꿈을 꾸기를 바랐기에, 어쩌면 서서히 그에게 꿈을 삽입시켜야겠다는 비밀전략을 꿈꾸고 있었기에 정말 고마웠고 좋았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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