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거나 동영상을 듣다 보면, 이건 내가 왜 읽고 있는지, 이 영상은 왜 내가 듣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쓰레기 같은 것들이 있어서, 책을 읽다가 덮어버리고, 영상은 멈춤을 누르고 다른 영상으로 넘어가게 되곤 한다.
영상은 내가 암환자가 된 이후부터 보았으니 5년차 듣고 있고(여기서 영상을 본다고 표현하지 않는 것은 주로 일을 하면서 영상을 귀로 듣기 때문이고, 내가 주로 선택하는 영상은 영상 위주의 유튜브가 아니라 내용 위주의 유튜브이기 때문이다), 책은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읽고 있는데, 늘 꾸준히 많이 읽었다고 말할 수는 없고, 어느 시기에는 집중적을 많이 읽다가, 어느 시기에는 조금 심드렁 해지고 했으니, 최근의 집중된 책 읽기는 유튜브와 마찬가지로 한 5년쯤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한 5년의 시간동안, 나를 크게 변화시킨 책과 영상은 건강과 자기 계발에 관련한 것들이었다. 암환자이니 당연히 건강은 필수였고, 늘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달려가는 꿈쟁이니 자기 계발과 관련한 것들이 가장 눈에 들어왔고, 또 재미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많은 도움을 받았고, 지금의 나로 성장하는데 큰 몫을 해냈다.
그런데, 요즘은 첫 줄에 쓴것처럼, 마음에 와닿지 않고, 가끔은 쓰레기처럼 느껴지는 것들도 많아서 시간이 아까울 정도일 때도 있었다. 영상의 경우는 차라리 음악을 들을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으나, 음악은 공부할 때 항상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으니 굳이 그럴 필요를 못 느끼고 있었는데,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갑자기 든 생각은 내가 공부하는 영어를 틀어놓는 것이다. 그리고 책의 경우는 이제 자기 계발서는 그만 읽고, 좀 더 나이 들어서 읽고 싶어 했던 고전 읽기에 도전하거나 한 가지 주제를 정해서 그와 관련된 책을 읽어 볼 생각이다. 요즘 주변 지인들 몇몇이 '정여울의 책 읽기'를 동아리 모임으로 하고 있는데, 나는 시간상 그들과 함께 하지 못했으니, 정여울이 쓴 책을 모두 읽어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저자인 배철현 교수의 사색의 책 네 권을 다시 한번 읽어보려 한다.
암환자가 된 이후 5년의 시간은 나에게 참 특별한 시간이었다. 술과 방탕함으로 찌든 그 생활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내가 원하던 삶을 살았던 시간. 비록 몸은 통증으로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방탕한 생활속에서도 늘 꿈꾸던 그 삶을 실제로 살아가는, 어느 순간, 그 어느 누가 불쑥 끼어들어와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는 내 모습에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고 멋진 삶을 살았다. 암환자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던 그때에, 나는 죽어도 소원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했고, 죽음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까지 했다. 만약 죽음이 닥쳤다면 또 어떤 반응을 했을지 모르지만, 정말 그러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나에게 아직도 그 마음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오히려 지금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고 싶다. 하루하루 정말 열심히 살고 있고, 매일 멋진 삶을 꿈꾸며 살고 있기에, 5년 후, 10년 후의 내 삶이 어떤지 알고 싶기에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죽음이 안타깝다. 당장 내가 환갑이 되었을 때,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을 계속하고 있을지, 더 멋진 성장을 통해 어느 멋진 곳에서, 더 멋진 일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다.
매일 멋진 꿈을 꾸고, 매일 열심히 살아내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농도 짙은 삶을 살고 있느냐고 스스로에게 자문하면 또 그렇지는 않다. 그 이유는 체력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헛되이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지는 않으나, 좀 더 많은 시간 집중하고 싶은데, 체력이 약하다보니, 잠이 쏟아지고, 쉽게 피로에 지친다. 그러나 때로는 이 말도 변명에 불과함을 솔직히 고백한다. 가끔은 필요 없는 유튜브의 숏 영상에 시간을 빼앗길 때도 있고, 의미 없는 만남으로 시간을 낭비할 때도 있다. 다행인 것은 내가 바로 알아차리고, 다음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것.
재미있는 일화가 생각난다. 1년전 쯤, 스도쿠라는 게임에 빠졌었다. 머리를 쓰는 게임이니 나쁘지 않을 거라고 위안하며 몇 번 했는데, 한 번 시작하면 '멈춤'이 되지 않았다. 일찍 잠자야 하는데, 스도쿠 게임을 하느라 11시가 넘어가고 12시가 다 되어가곤 했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내 핸드폰에서 스도쿠 게임 어플을 아예 지워버렸고, 그 이후로는 한 번도 그 게임을 하지 않았다. 역시~ 환경이 가장 중요한 것!!!
2월 중순부터 학원에서 일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영어공부와 논술에 집중하자고 결심하며 마음의 부담이 무척 커졌었다.
하나도 아니고, 두 가지 일에 올인해야 하니, 매일이 스트레스였고, 이러다 다시 아파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두 달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익숙해지고, 아직도 부담감은 남아있으나 처음보다는 훨씬 좋아졌다.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학원일에 집중하자고 생각하고 있는 지금, 오늘, 우연히 마음에 드는 유튜브 영상을 듣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일단 시작하고, 그것을 시각화하고, 계속 나아가라. 계속 나아가다가 힘들면 그때 용기를 내고 또 계속 나아가라." 바로 이것이다. 내가 이렇게 했고, 성공했고, 지금도 계속 이렇게 하고 있다는 것.
「일단 시작, 시각화, Keep going~~」
그런데 문제는 집중이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떻게 하면 집중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몰입할 수 있을까? 내 체력으로... 체력이 약하므로 운동은 더욱더 철저하게 빠뜨리지 않고 해야 하고, 잠은 지금처럼 10시부터 푹 잘 수 있도록 시간 조절 잘하고, 환경설정도 잘해야 한다. 숏컷 영상은 절대 보지 않도록 하고, 쇼핑할 것은 따로 적어두었다가 주말에 몰아서 하기로 한다. 주중엔 무조건 학원 일과 영어공부만 한다. 지인들도 만나지 않고. 다음 주 단체 모임을 끝으로 이젠 따로 약속 잡지 않는다. 공부할 땐 공부만 집중해서 한다. 절대 인터넷 검색 따위는 하지 않는다. 하고 싶으면 적어두었다가 나중에 한다.
「공부할 땐 공부만 한다. 다른 생각이 떠오르면 무조건 노트에 적어두었다가 나중에 확인한다」
이 정도면 환경 설정, 마음 설정은 되지 않았을까?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실제 나의 상황에서 내가 놓치고 있는 것,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들이다. 오늘부터 마음에 되새기며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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