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을 시작한 지 두 달 반, 공식적으로 일한 지는 두 달이 되었다. 영문과 동문이면서 나보다 어린 동생을 원장으로 모셔야(?)한다는 부담감과 평소에 이미 알고 있는 불같은 그녀의 성격이 걱정이 되어 망설이기도 했지만, 그녀나 나나 이젠 오십이 넘은 나이에 이해하지 못할 것이 얼마나 될까 싶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고, 나는 많이 내려놓으며 일하고 있다. 물론 그녀도 그러하다고 말할 것이다. 나는 나대로, 그녀는 그녀대로, 서로 참는다고 생각할 것이고, 서로 배려한다고 느낄 것이다. 각자의 계산법이 있으니까.
월급도, 일하는 시간도, 학원에서의 내 포지션도 처음과 다 다르고, 예전에 다녔던 학원과 달리 나의 모든 일거수 일투족이 그녀의 레이다에 걸리고, 모두 지적질(?)을 당해야 한다는 것이 참 부담스럽다. 물론 일을 빨리 가르치고 싶은 그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또한 그녀는 더 지적하고 싶어도 미안해서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지만, 내가 참 많이 단단해졌나보다. 서운하거나 속상하지 않으니... 그녀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그녀를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상황이 어찌 되었든 나에게 크게 나쁘지 않으니 만족하자는 마음이 들고, 지금 이 시기에 내가 무얼 더 노력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그녀가 이제는 하지 말라고 하는 논술도 계속할 생각이고, 블로그 관리도 계속할 생각이고, 영어공부는 너무도 당연히 더 열심히 공부할 생각이다. 내 능력을 키우고, 내 능력으로 학원을 키우고, 어떤 상황이 와도 나 혼자 다 해낼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키워놓으면, 나의 입지는 단단해질 거고, 당당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을 테니. 이 학원에서 오래 일을 하건, 다른 학원으로 옮기던, 앞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건 상관없이, 현재에 충실하게 열정적으로 일한 것은 분명 어떤 모습으로든 나에게 좋은 미래를 안겨줄 테니까. 나의 수많은 꿈들 중의 그 무엇을 '톡' 하고 건드려 줄 것이 분명하니까. 난 그렇게 믿는다.
나는 돈욕심이 크게 없다. 자랑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돈욕심이 없다보니 그만큼 속상하지 않아 다행이다. 돈욕심을 내면 억울하고 분하고 늘 미흡하다 느낄 텐데, 돈보다는 건강, 가족, 꿈과 같은 것들이 나의 행복지수다. 원장이 나에게 건네는 돈이 부족하다 느끼면 서운할 텐데,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하는 마음이다. 내 나이에 취직할 수 있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생각하면, my car가 생기고, 차를 끌고 다니는 것의 즐거움도 누리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귀여운 아이들과 내가 좋아하는 영어를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창문이 없는 작은 교실에서 답답하게 티칭하다가, 큰 유리창이 있어 비 오고, 눈 오고, 바람 불고,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크고 넓은 교실에서 티칭 할 수 있음을 생각하면 얼마나 감사하고 복된 일인가! 이런 기회를 준 원장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며 일해보자. 그녀가 빚을 갚아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며 내 학원처럼 일해보자. 너가 이렇게 하니 나도 요만큼만 일하리라 생각하지 말고, 너가 어떻게 하던지 난 다 이해되고, 너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할지 헤아리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 그러면 분명 좋은 기운이 내게 올 것이다. 분명 좋은 복이 내릴 것이다.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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