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반복되는 루틴이 때로는 지겹도록 지겹다. '일상탈출'이라는 매력적인 단어가 존재하지만, 이젠 젊지도 않고, 건강하지도 않은 나에게 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말도 아니다. '위장'과 '대장'을 절반씩 잘라낸 나의 소화기관은 '음주'라는 나의 일탈을 용서치 않고 '통증'으로 보복하니,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 '음주'는 내게서 그야말로 'out' 되었다. 끊었던 담배는 요즘 들어 문득 생각나기도 했는데, 만약 '일상탈출'의 용도로 써먹어본다 한들 한 가치도 아닌, 한 모금으로도 그것마저도 'out' 될 것이라는걸 뻔히 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을 흔히 듣게 되는데, 나의 여행은 남편과 함께 하는 여행이 너무도 만족도가 높고, 행복한 여정이기에 그마저도 'out'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눈뜨고, 살림하고, 공부하고, 운동하고, 직장에 가고, 새벽루틴, 아침루틴, 저녁루틴을 반복하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지 알고 있다. 때로는 나의 이런 루틴을 깨뜨리는 그 무엇들을 증오하기도 한다. 그러다 지겹도록 지겨운 루틴이 정말 지겨워서 뭔가 재미난 걸 찾고 싶어 지는데,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어도 재미가 없고, 카페순례도 심드렁하다.
지난 주, 학원장과의 일로 일주일 내내 나의 루틴이 깨져버렸다. 늦잠을 자고, 공부를 못하고, 운동도 엉망이 되고, 머릿속은 온통 원장의 말과 행동의 울림통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난 지겹도록 지겨운 루틴을 지난 5년 동안 이젠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한 루틴으로 만들었고, 매일의 루틴이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나를 만들어가는 것에 보람과 만족을 느끼고, 행복해한다는 것을. 그 어떤 자극도 나의 루틴보다 매력적이지 못하고, 편안한 하루가 편안한 밤을 맞이하고, 평화롭고 조화로운 삶으로 이어져간다는 것을. 연애, 술, 담배보다 공부가, 독서가, 취미생활이 나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일주일동안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원장의 말과 행동도 그녀의 잘못이 아닌, 나의 잘못된 해석능력 때문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물론 그녀의 올바르지 못한 말과 행동의 방식 탓도 있지만, 그건 내가 시기적절하게 지적을 했으니 이젠 그건 그녀의 몫이 되었고, 나는 곱씹고 곱씹으며 나를 달달 볶아댈 꺼리로 만들 것이 아니라 원장이 원하는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나의 실력을 갈고닦을 생각을 했어야 했다는 것. 다시 실수를 했을 때는 잘못을 인정하고 다음부터 노력하겠다고 말하면 된다는 것. 거기까지. 학원의 일은 학원에서 정신 바짝 차리고 일하면 되는 것이고,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나의 루틴대로 살아가면 되었다는 것을...
어쩌면 지난 일주일간의 '혼란', '고통'이 이런 깨달음을 내게 던져주었겠지. 성인군자도 아닌 범인인 내가 바로 그걸 깨달을 수 있었겠는가! 아픈만큼 성숙 해진 거고, 성숙해졌으니 다음엔 반복하지 않겠지. 같은 일이 생겼을 때 현명하게 대처하겠지.
흐트러진 나의 루틴을 다시 만들어가본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완벽하게 무너져 내리지는 않았다는 것. 다만 영어공부는 하지 못했는데, 이 부분이 나의 공부자극을 더 크게 했다. 난 역시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인가!! 하루에 1시간 반씩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는데, 하루 한 시간 반씩 공부하면 일주일이면 10시간 정도. 1년이면 500시간 정도가 된다. '1만 시간의 법칙'까지는 아니고, '1천 시간의 법칙'으로 앞으로 2년간 꾸준히 공부해서 최소한 이 분야에서는 뒤지지 않을 만큼 되고 싶다. 넉넉히 25년 말, 즉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회화와 고등영역까지 두루 섭렵해서 뛰어난 경지에 이르고 싶다는 생각을 강력하게 했다. 꼭 그렇게 되도록 나를 만들어 갈 것이다.
나를 유혹할만큼 매력적인 것은 이제 더 이상 자극적이고 저질(?)스러운 것이 아니다. 공부하는 내 모습, 그로 인해 실력이 월등히 높아진 나... 독서하는 내 모습, 그로 인해 사고력이 풍부해지고, 철학적이고, 품격 있고 우아한 나... 운동하는 내 모습, 그로 인해 건강해진 나... 음악과 미술과 자연을 사랑하는 내 모습, 그로 인해 아름다워진 나... 취미생활하는 내 모습, 그로 인해 활력 넘치는 나... 이젠 이런 것들이 나를 유혹한다. 내 나이가 60이 되어 우리가 말하는 환갑이 되었을 때, 나는 얼마나 멋진 모습으로 이 시대의 어른으로 자리하고 있을지 미치도록 궁금하다. 그때쯤, 나는 더 이상 나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 나라를, 이 나라의 젊은이를 걱정하고, 사랑하고, 무엇을 위해 내가 존재해야 하는지 깨닫고, 행동하는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그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 경제력까지 갖춘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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