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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천천히 그러나 꼭 거기에...

by 짱2 2023. 6. 27.

화요일, 목요일은 일찍 끝나고 집에 오니  참 좋다. 집에 도착해서 밥 먹고, 이것저것 할 일 하고, 씻고 모든 것을 다 한 후에 책상 앞에 앉으면 9시다. 이때부터 2시간 동안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다. 2시간이면 정말 어마어마한 시간이기에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궁리해 보았는데, 독서하는 시간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다. 월, 수, 금은 10시부터 11시까지 한 시간 동안 책을 읽고, 화, 목은 두 시간 동안 책을 읽으니, 주말을 포함하면 총 10시간 정도의 시간이 난다. 일하고 살림하면서 이 정도의 독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또한 오전에 공부할 시간도 있고, 운동도 한 시간씩 할 수 있으니, 일과 살림, 공부, 독서까지 모두 내가 원하는 것을 누리는 삶이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 

 

 

그런데 이런 행복한 삶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나의 저질체력이다. 가끔은 혼란스럽다. 나는 아직도 암환자인건가? 아직도 암환자인데, 내가 악착같이 일반인처럼 살아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건강해져서 일반인과 같은데, 다만 아직 저체중으로 체력적으로 조금 약한 것뿐인데, 스스로를 환자취급하고 있는 건지 말이다. 이것이든, 저것이든, 건강한 성인처럼 튼튼한 체력은 아니라는 것. 잘 견뎌내고, 내게 주어진 집안일, 학원 일은 잘 해내고 있지만, 공부를 하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 졸음이 심하게 밀려온다. 당연하다. 건강한 사람도 공부가 힘든 법인데, 체력이 약한 사람이 공부를 하려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공부는 정말 재미있는데, 나도 모르게 잠들어버린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스스로에 대한 실망을 넘어 절망까지 느낀다. 이렇게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마음마저 일렁인다. 다 내려놓으면 편할 텐데, 왜 이토록 공부를 하려고 할까? 그냥 이 정도에서 만족해도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 학원일과 가사 그리고 즐거운 독서만 하면 될 텐데, 무거운 공부를 가지고 와서 나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 맞는 걸까? 몇 년 후의 나의 어떤 모습을 그리고 있기에 이토록 힘들게 살아가는 걸까?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유창한 영어실력? 영어학원 개원? 이것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걸까? 어쩌면 공부가 습관처럼 굳어져서 그냥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늘 오전의 공부를 잠에게 뺏기고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곧 나에게 잠이, 휴식이 필요했다라고 위안하며 나를 달랬다. 그러면서 새벽기상을 내려놓기로 했다. 새벽시간이 소중하지만, 출근해서 일을 하려니, 너무 이른 시간의 기상은 운전하는 나에게 사고의 위험까지 불러일으킨다. 그냥 눈이 떠지는 대로 일어나서 그날의 일을 하자. 못하는 것은 못하는 대로 편히 생각하며 넘기고, 일찍 일어나면 일찍 일어나서 아침에 해야 하는 것들을 미리 한 후 낮잠을 자고 출근하자. 다만, 새벽에 눈이 떠졌을 땐 반드시 다시 잠을 청해보자. 나에게 가장 중요한 숙면이기도 하니까. 

 

공부는 조금 천천히 가자. 지금부터 2년 반이라는 시간을 내게 주었다. 2026년 1월 1일이 되는 날, 나는 유창한 영어실력을 갖춘, 어떤 수능문제도 모두 자신감 있게 풀어낼 수 있는 학원 강사가 되어있을 것이고, 그와 관련된 어떤 일을 할 것이다. 그것은 학원 개원일수도, 과외일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 있는 학원에서 더 높은 자리에 있을 수도 있다. 이 부분을 아직 확실하게 그림을 그릴 수 없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아마도 아니 확실히 몇 달이 지나면서 그 그림은 확실해질 거다. 난 그 꿈을 향해 달려가고 싶은데, 내 체력은 걸어가라고 하니... 그래 걸어가리라. 내 체력 조절하면서 천천히 가리라.

 

그래도 다행이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한 것은 내가 영어를 좋아하고, 잘 하기도 한다는 것. 좋아하는 것을 나의 업으로 삼고 있고, 그것의 확장을 내 인생의 목표로, 꿈으로 삼고 간다는 것. 영어공부하는 내 모습을 상상만 해도 즐겁고, 영어를 더 잘하게 된 나를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미칠 듯이 행복하다는 것. 

 

그래~ 꼭 빨리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 천천히 가면서 더 많은 것을 깨달을 수도 있으니, 천천히 가보자. 그러나 그 목표에는 꼭 닿을 것이다. 그것도 행복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