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도 아주 이른 새벽에, 누군가는 잠들 시간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다시 잠을 청할 수도 있었겠으나 그냥 일어나 버렸다. 오전에 한두 시간 자면 부족한 잠을 보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기왕에 눈뜬 거, 오늘 해야 할 공부나 하자 싶었다. 그렇게 ebs 교육 프로그램 하나를 공부했고, 지금은 영어회화 한 챕터를 공부 중이다. 그러다 문득 일기가 쓰고 싶어 져서 이렇게 쓰고 있다.
나에게 일기 또는 글은 어떤 의미일까? 아무도 나에게 글쓰기를 강조한 사람이 없었는데, 56년을 살아오면서 거의 50년 가까이 글을 써오고 있다. 억지로 일기를 써야했던 초등시절을 제외한다고 해도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글쓰기는 나의 생활이었다. 억지로라도 일기를 쓰게 했던 초등학교 시절의 선생님들께 감사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스스로 글쓰기를 했을까? 잘 모르겠다. 그러나 참 좋은 습관으로 형성된 것만은 사실이다.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마음이 힘들때도 일기를 썼고, 행복한 감정이 들 때도 썼다. 내 감성이 넘쳐흘러서 나도 어쩌지 못할 만큼 풍성한 느낌이 들 때 쓰는 일기는 나의 그런 마음을 더욱 감미롭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기운 빠져서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 헤매고 있는 나에게 힘내라고 용기를 준 것도 글쓰기였다. 내 곁에는 나를 이끌어줄 멋진 말을 해줄 어른이 없었다. 나를 사랑해 주는 엄마가 있었지만, 그리고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나에게 큰 힘이 되었지만, 말의 힘이 필요할 때, 적절한 말을 건네 줄 든든한 어른이 없었다. 감성이 풍부한 여린 소녀였던 나에게 일기는 힘이 되었고, 용기가 되었고, 도전이 되었다. 누군가 일기는 이렇게 써야 한다고 조언해 준 적도 없었지만, 일기를 통해 늘 나를 돌아보았고, 다시 살아갈 희망을 적었다. 용기의 메시지를 힘껏 눌러 적었다. 내가 꿈꾸며 힘주어 썼던 글들이 어떤 작용을 했는지, 얼마큼 이루어진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항상 큰 위안이 되었던 것만큼은 확실하다. 나에게 글쓰기는 삶 그 자체였다.
오늘, 이 새벽도 이렇게 글쓰기를 통해 나만의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해 나가고, 나만의 메타언어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요즘은 김정운 교수의 동영상과 책을 통해 즐겁고 의미있게 사는 오늘을 추구하면서 나만의 데이터 베이스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뭔가 정리되지 않은 느낌의 내 삶을 구체적인 언어로 정리해 준 김정운 교수님. 역시, 지성인은 다른 거 같다. 흐트러져 있는 나라는 사람의 교집합을 찾아준 느낌, 여러 개의 나를 합체해 하나로 만들어 준 느낌, 막연한 삶의 목표를 중심으로 모아 준 느낌, 두려운 노후의 삶을 제법 용기 내어 도전해 볼 가치가 있는 미지의 세계로의 멋진 행보라고 알려준 느낌이다. 왜 사냐고 묻거든, 재미있고 의미 있게 오늘을 살아가면서 100세까지 나만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100세 이후는 나만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두기만 해도 재미있을 거 같다고, 그때는 더 흥미로운 나만의 메타언어로 세상을 놀래킬거라고 대답해 줄 테다.
월요일에 출근하자마자 속사포처럼 해야 할 일을 쏘아대는 원장의 업무지시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돌아보면 별것도 아닌 업무를 마치 대단한것 마냥 늘어놓아 순간 이토록 힘든 일을 계속 시키려면 월급이나 올려줘야지 싶을 만큼 화가 났다. 그리고 빠른 지시업무에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그녀가 말한 것들을 하나씩 처리하면서 안정이 되어갔고, 나만의 데이터 베이스에 또 하나의 데이터가 쌓여간다고 생각하니, 일도, 사는 것도, 모든 것이 재미있게 생각되어졌다. 그녀가 어쩌던지, 오히려 그녀의 엉뚱하고 못난 행동이 더 재미난 기록으로 남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퇴근 무렵이 되자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일 뿐이었다. 그녀의 성격으로 인해 마치 대단한 일인 것처럼 확대되었을 뿐이고,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바람에 마치 많은 일처럼 느껴졌을 뿐이다. 나는 그저 하나씩 풀어내면 될 일이고,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고, 헷갈리거나 이해되지 않거나 잘 되지 않을 때는 다시 물어보면 될 일이다. 나는 그저 하나씩 완성해 나가면 된다. 마치 게임처럼.
마치 게임처럼, 한 단계씩 완성해 나가고, 점수를 획득하고(월급 받고), 나의 커리어를 쌓아가면 된다. 그 게임이 나의 전부가 아니듯, 이 직장이 나의 전부가 아니고, 나는 그저 나의 게임 스킬을 키우고, 커리어를 키워가면 된다. 단, 지금 하고 있는 게임에 집중하고, 즐겁게 놀면 되는것이다. 기왕 하고 있는 게임이라면 좋은 점수를 받으면 되는 거고. 점수가 낮거나 게임 오버 된다면, 동전을 넣고 다시 플레이하면 된다. 누가 끝이라고 하겠는가! 내가 끝내지 않았는데. 재미 없어지면 그때 끝낸다. 누가? 바로 내가 끝낸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왜? 내 인생의 데이터 베이스를 쌓은 것으로 충분하니까.
오늘도 재미있게, 의미있게 오늘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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