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내가 진 것 같다. 이겼다고 한들 내 마음은 역시 힘들었을 테지만, 진 것 같은 이 느낌도 과히 좋지는 않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다. '소통'을 한 것 같은데, 서로의 진심의 끝을 끝내 보지 못한 느낌. 그녀는 저만치 있고, 나는 손 내밀고 싶지 않은데, 손 내미는 척이라도 해야 할 거 같아, 한 번 해보았는데, 괜히 했다고 후회되는 느낌. 내 손짓에 그녀를 의기양양하게 만든 거 같아 내 속이 꼬이는 느낌. 이 느낌이 참 싫다. 그녀와 내가 이 정도의 사람들인 것이 싫고,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과 매일 마주치고 함께 일해야 하는 것이 싫다.
그녀는 자신이 많이 바쁘고,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런 자잘한 감정을 느낄 시간조차 없는 사람처럼 이야기한다. 나는 그녀에게 그럴 거라고 호응해 주었지만, 작은 학원 운영하는 것을 그토록 생색내다니... 더 큰 학원, 더 큰 기업체의 사장들이 모두 저와 같을까... 그릇이 그것밖에 안 되는 사람인 탓인 것을... 내가 그런 것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덥석 이 일자리를 물어버린 잘못인 것을...
지난 일기에 썼듯이...
이 문제는 결코 나의 문제가 아니었다. 누구라도 힘들었을 것이고, 누구라도 힘겹게 버텨야 했을 것이었다. 물론 나보다 예민하지 않은 사람은 좀 더 수월했을 거다. 어쩌면 돈만 생각하고 들어온 사람이었다면 훠~~~~ㄹ 씬 수월했겠다. 그에 비해 나는 그녀에게 애정을 갖고 시작했다. 나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을 해준 그녀가 고마웠고, 일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미운 정 고운 정 들어버린 그녀에 대한 나의 말랑말랑한 감정이 문제였다. 그녀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고, 그녀와 함께 일하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오로지 '일'로만 접근하고, 오로지 '돈'만 보고 일한다면 덤덤해질 수 있을 문제다.
그러하니, 나는 이제 그녀를 완전히 내려놓고 일로만 접근할 생각이다. 그녀에게 잘 보이려 노력할 필요도 없고, 내 할 일만 하면 된다. 그녀가 원하는 것들 해내면서 나의 역량을 키워가면 된다.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즐겁게 일하면 된다. 재미와 의미가 만나는 지점을 살아내는 것. 그 지점들이 모여 내가 생각한 그날, 나는 성큼 성장해 있으리라. 오로지 나의 목표만 생각하고 나아가리라. 셀프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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